천주교 ‘한센인 마을’ 50년간 후원한 원불교 교무

김한수 기자 2024. 11. 11. 00:36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박청수 교무 감사패 받아
54회 ‘라자로의 날’ 행사
원불교 박청수(오른쪽) 교무가 9일 천주교 수원교구장 이용훈(왼쪽) 주교에게 50년 동안 천주교의 한센인 시설인 성 라자로 마을을 도와온 공로로 감사패를 받고 있다. 뒷줄 왼쪽은 유주성 라자로 마을 원장 신부, 김종박 운영위원장. /김한수 기자

원불교 박청수(87) 교무가 천주교 한센인 시설인 성 라자로 마을을 50년간 도운 공로로 9일 감사패를 받았다. 박 교무는 9일 오후 경기 의왕 성 라자로 마을에서 열린 ‘제54회 라자로의 날’ 행사에서 후원자·봉사자 70여 명과 함께 감사패를 받았다. 이날 이용훈 천주교 수원교구장과 유주성 원장 신부, 김종박 운영위원장은 10년부터 50년까지 5년 단위로 끊어 후원·봉사한 사람들에게 감사장과 감사패를 줬는데 최장 기간인 50년 감사패를 받은 이는 박 교무 혼자였다.

성 라자로 마을은 6·25전쟁 직전인 1950년 경기 시흥에 ‘성 나자로 요양원’이란 이름으로 문을 연 것이 시작. 1970년대 고(故) 이경재(1926~1998) 신부가 원장을 맡아 명칭을 ‘성 라자로 마을’로 바꾸고 시설을 확충하고 다양한 활동을 벌였다. 박 교무도 1975년 라자로 마을과 첫 인연을 맺었다. 종교인이 다른 종교의 시설을 50년 동안 돕는 일은 흔치 않다. 그것도 원불교보다 교세가 큰 천주교 시설을 후원하는 것도 이례적이다. 박 교무는 이에 대해 “당시 교단의 어른을 모시고 다른 종교의 복지시설을 방문하던 중 한센인들이 모여 살고 있는 것을 알게 됐다”며 “소외된 한센인을 돕는 것이 종교 간 화합과 평화가 오게 하는 길이라 생각하고 성 라자로 마을을 돕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경재 신부의 요청으로 주방 가구를 지원했으며, 엿을 떼어다 팔아 수익금을 기부하기도 했다. 1980~1990년대 원불교 강남교당을 맡았을 때에는 교도들과 함께 라자로 마을을 찾아 선물을 전하고 잔치를 벌이기도 했다.

박 교무는 지난해 낙상한 이후 보행이 불편해 이날 휠체어를 타고 행사에 참석했다. 이용훈 주교는 마지막 박 교무 차례가 되자 단에서 내려와서 휠체어를 탄 박 교무의 눈높이에 맞춰 무릎을 꿇고 감사패를 수여했다. 이 주교는 격려사에서 “50년 동안 라자로 마을을 후원해 주신 지극히 존경하는 박청수 교무님께 깊은 감사를 드리며 오래오래 건강하시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유주성 원장 신부도 “사실 1년도 쉽지 않은데 50년 세월을 후원해 주신 박 교무님께 특별히 감사드린다”며 “교무님이 노벨평화상 후보로도 올라가셨는데 평화상도 받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