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막 촬영기로 3분만에 심혈관 질환 위험 예측

김효인 기자 2024. 11. 11. 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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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눈 CVD’ 개발한 최태근 대표
최태근 메디웨일 대표

“처음 아이디어를 소개했을 때 ‘말도 안 된다’고 한 의사가 많았습니다. 그런데 실제 임상을 통해 확인한 성과로 설득할 수 있게 됐을 때 정말 기분이 좋더군요.”

의료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메디웨일 창업자인 최태근(33) 대표는 창업 후 겪은 어려움에 대해 묻자 “우리 제품에 대한 설명조차 들어보지 않으려는 곳도 있었다”며 이렇게 말했다. 메디웨일은 안과에 일반적으로 갖추고 있는 장비인 망막 촬영기를 이용해 3분 만에 심혈관 위험 정도를 예측하는 AI 의료 기기 ‘닥터눈 CVD’를 개발했다. 닥터눈은 지난해 국내에서 평가 유예 신의료기술로 확정됐고, 상급종합병원인 연세의료원 세브란스병원을 포함한 60여 의료 기관에서 비급여로 처방되고 있다.

최 대표는 녹내장 진단을 받은 경험을 계기로 진단 이전의 예방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군 면제를 받을 수 있는 정도로 녹내장이 심각한 상황이었지만, 이를 몰랐던 최 대표는 군 복무까지 마쳤다. 그는 “군 복무 후 우연한 기회로 간단한 안과 검진을 했는데 녹내장 진단을 받았고, 이렇게 조용하게 다가오는 질병을 예측할 수 있는 의료 기기를 개발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포항공대 산업공학과 출신인 최 대표는 당시 자신의 눈을 진료해 준 임형택 전 세브란스병원 안과 교수와 손잡고 AI를 적용한 예방 의료 기기 개발에 뛰어들었다. 이후 서울아산병원이 주최한 ‘의료 빅데이터 분석 콘테스트’ 수상자 출신인 이근영 최고제품책임자(CPO)가 합류했다.

눈을 통해 심혈관 질환을 예측한다는 것이 낯선 개념이었기 때문에 2016년 창업 후 제품이 병원에 도입되기까지 7년 이상의 시간이 걸렸다. 최 대표는 “눈을 통해 신체의 다른 질환을 진단해 낼 수 있을 것이라는 추측은 100년도 더 전부터 의료계에 있었던 아이디어”라며 “이를 현실에서 가능케 한 것이 AI”라고 했다. 내년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목표로 하고 있다.

최근 인천의 한 종합병원에서 눈이 간지러워 내원한 60대 환자가 닥터눈 검진 후 심혈관 질환 고위험군으로 나타나 정밀 검진을 받았다. 최 대표는 “실제로 혈관이 막혀있는 것이 발견돼 조기에 스텐트 시술까지 받을 수 있었다”며 “이런 의미 있는 결과가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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