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제 그린벨트’ 66%, 입주까지 8년 이상… 토지보상부터 지연

이준우 기자 2024. 11. 11. 0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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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아파트 5만호 7년 내 공급”… 계획대로 실현될까
그래픽=양인성

7일 찾은 경기 평택시 지제동 평택지제역(지하철 1호선·SRT) 2번 출구 앞에는 “삶의 터전 도둑질에 분통 터져 못 살겠다” “강제 수용 결사 반대”라고 적힌 현수막이 여럿 걸려 있었다. 신규 택지 개발이 추진 중인 ‘평택 지제 역세권’으로, 정부가 지난해 6월 지제동·고덕면 등 453만㎡(약 137만평) 규모 부지에 2030년까지 주택 3만3000가구를 공급한다고 발표한 곳이다. 당초 국토교통부는 올해 말까지 이곳을 공공주택지구로 지정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주민들이 토지 수용에 반대하면서 차질을 빚고 있다. 토지 소유자 4300여 가구 중 상당수가 보상금 대신 개발 후 조성된 땅을 돌려받는 ‘환지 방식’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인 중개 사무소를 운영하는 송영선씨는 “앞서 평택시가 2021년부터 지제역 주변에 도시 개발을 추진하면서 ‘환지 방식으로 보상하겠다’고 했는데, 국토부가 보상 방식을 ‘현금’으로 바꾸자 주민들이 토지 수용에 반대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래픽=양인성

정부가 최근 서울 서초구와 경기도 고양·의왕·의정부시 등에 있는 그린벨트 4곳을 풀어 ‘2031년 입주’를 목표로 한 아파트 5만가구 공급 구상을 밝혔지만, 이 계획대로 실현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는 평가가 많다. 부동산 전문가들 사이에선 “주택 공급의 첫 단추인 토지 보상 과정을 얼마나 빠르게 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란 지적이 나온다.

◇해제 그린벨트 중 66%는 입주까지 8년 이상

실제로 그린벨트 해제 후 아파트 입주까지 걸리는 시간은 정부가 제시한 ‘7년’보다 훨씬 길어진 경우가 많다. 국회 국토교통위 소속 문진석(민주당) 의원실이 국토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간 해제된 전국 그린벨트 33곳 중 22곳(66.6%)은 입주까지 8년 이상이 걸릴 것으로 전망됐다. 수도권을 비롯해 경남·울산·대구 등에서 그린벨트가 해제됐지만 입주가 완료된 곳은 의왕고천지구(2016년 해제)와 서울 수서 공공주택지구(2018년 해제) 등 2곳에 불과했다.

부동산 시장에선 “토지 보상 단계부터 사업이 지연된 곳이 많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지난 2019년 첫 후보지 발표가 있었던 수도권 3기 신도시 5곳은 현재까지도 보상금 갈등으로 토지 보상 문제가 완전하게 해결되지 않고 있다. 하남 교산·고양 창릉은 지난해 말 토지 보상이 완료됐지만, 남양주 왕숙·인천 계양·부천 대장은 내년에야 토지 보상 절차가 마무리될 것으로 전망된다. LH 관계자는 “3기 신도시 토지 보상은 97% 정도로 거의 완료됐지만, 일부 주민이 아직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토지 보상 절차가 늘어지면서 주택 공급도 계속 미뤄지고 있다. 하남 교산(3만3037가구)은 2025년 첫 입주를 목표로 삼았지만 토지주들이 “시세보다 보상금이 낮게 책정됐다”고 반발하면서 올해 말에야 착공에 들어갈 예정이다. 3기 신도시 총 주택 공급 물량(17만4000여 가구) 중 올해 말까지 착공 예정인 물량은 6.3%(약 1만1000가구) 수준에 불과하다. ‘광명시흥 공공주택지구’(약 7만가구)는 당초 2031년 입주를 목표로 했지만, 토지 보상이 지연되면서 이보다 2년 늦은 2033년이 돼야 입주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토지 수용 단계부터 국토부·LH·지자체 협조해야”

일반적으로 신규 택지에 대한 토지 보상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이 현장에 나가 토지를 조사한 뒤, 감정평가 기관 2곳의 감정을 받아 평균액을 토지주(소유자)에게 제시하는 방법으로 진행된다. 협의 보상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소유자는 국토부 중앙토지수용위원회(중토위)에서 보상가를 다시 심사해 달라는 ‘수용 재결’을 요청할 수 있다. 소유자가 중토위 결정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하는 경우에는 토지 보상이 완료되기까지 수년이 걸린다.

그런 만큼 전문가들은 “토지 수용 단계부터 관계 부처가 협력해 적극적인 보상 대책을 마련해야 신규 택지 개발 사업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토지 수용과 보상 업무는 LH 소관이라며 국토부나 지자체들이 손을 놓고 있는 경우가 많다”면서 “토지 소유자들이 실질적으로 만족할 수 있도록 현금 보상만 고집할 게 아니라 근생(근린생활)용지나 상업용지를 대신 지급하는 등 보상안을 확대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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