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대출 조이자… 서민들, ‘고금리’ 2금융권 내몰린다

곽창렬 기자 2024. 11. 11. 0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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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 규제 강화에 ‘풍선 효과’
그래픽=김의균

가계 부채 증가를 우려한 금융 당국이 은행권 대출 조이기를 강화하자 저축은행 신용 대출, 카드사의 카드론, 현금서비스, 보험사의 보험 약관 대출 등으로 대출자들이 달려 가고 있다. 은행권을 누르면 2금융권이 늘어나는 ‘풍선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대출 수요자들이 2금융권으로 몰려가면서, 지난 한 달 동안 2금융권 가계 대출은 1조5000억원 넘게 불어난 것으로 추산된다. 3년 3개월 만에 가장 큰 규모다. 금융 당국은 서민들의 급전 마련에는 제한을 두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상대적으로 금리가 낮은 은행 문턱을 넘지 못하는 서민들은 어쩔 수 없이 2금융권 높은 금리에 의존하는 구조에 빠져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조5000억원 넘게 폭증한 2금융권 대출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신용 대출과 카드 대출, 약관 대출 등 2금융권의 가계 기타대출은 1조5000억원 보다 훨씬 늘어난 것으로 예상된다. 항목별로 보면 카드론, 현금서비스, 신용 대출 등 여신 금융 전문 회사(여전사)에서 나간 가계 대출은 전달보다 9000억원 이상 늘어난 것으로 추산된다. 올 들어 여전사에서 나간 가계 대출 증가 폭은 7월 8000억원, 8월 7000억원이었다가 9월에는 4000억원 감소했는데, 지난달에는 올해 들어 가장 큰 증가 폭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저축은행 가계 대출도 지난달 4000억원 늘면서 다시 증가세로 돌아설 것으로 보인다. 저축은행도 여전사와 마찬가지로 7월(2000억원)과 8월(4000억원) 연속으로 증가했다가 9월에는 2000억원 줄었는데, 다시 늘어난 것이다. 이 밖에 보험권에서도 보험 약관 대출(보험 가입자가 보험 해지 환급금의 범위에서 대출받는 상품)도 약 3000억원 증가한 것으로 추산된다.

그래픽=김의균

2금융권의 이 같은 기타대출 증가 규모는 2021년 7월(3조3000억원) 이후 3년 3개월 만에 큰 규모다. 2021년 7월의 경우 카카오뱅크 등에 대한 공모주 청약 열풍이 불면서 대출이 일시적으로 크게 늘어난 점을 고려하면 이번 증가세는 예사롭지 않다는 게 금융 당국의 판단이다.

2금융권 대출이 크게 불어난 건 서민들의 은행 대출이 여의치 않은 것이 영향을 끼쳤다. 금융 당국이 지난 9월부터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시행하는 등 은행권 대출을 조이자, 우리은행, 신한은행 등은 비대면 가계 대출을 아예 중단하는 등 서민이 은행에서 돈을 빌리는 문은 더욱 좁아졌다. 이로 인해 8월만 해도 9조2000억원에 달하던 은행권 가계 대출 증가 폭은 9월 5조7000억원으로 크게 줄었다.

반면 2금융권은 대출에 적극 뛰어들었다. 새마을금고와 일부 상호금융은 둔촌주공 재건축 단지(올림픽파크포레온) 등 우량 아파트 주택 담보대출 금리를 시중은행보다 낮추면서까지 대출 영업에 나섰다. 카드사의 경우 대출 규모가 크게 늘며 4대 금융 지주 회사 산하 카드사의 경우 올 3분기까지 거둬들인 순이익은 총 1조2475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6.4% 늘어난 수치다.

◇고금리로 내몰리는 서민들

풍선 효과로 2금융권 대출이 크게 증가하자, 금융 당국은 지난달 2금융권 대출 증가액을 1조원 이하로 묶기 위해 연일 2금융권 관계자들을 불러 압박에 나섰다. 그럼에도 증가세가 꺾이지 않자, 조만간 새마을금고와 농협 등 2금융권을 대상으로 현장 점검에 나서기로 했다. 또 DSR에 반영되지 않아 가계 부채 ‘사각지대’로 꼽히는 자동차 신용카드 할부에 대한 제한도 검토하기로 했다. 상당수 신용카드사는 새 차 구입 시 60개월 할부로 최대 1억원까지 카드 한도를 일시적으로 올려주고 있는데, 이 한도를 줄이겠다는 것이다.

은행권뿐만 아니라 2금융권에 대한 대출도 서서히 막히면서 결국 서민들만 고금리의 피해를 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기 악화로 어려워진 서민들이 돈을 빌릴 곳이 없다 보니 대부 업체 등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금융 당국 관계자는 “부동산과 관련된 대출을 억제하더라도, 취약 계층이나 서민이 급하게 필요해 대출하는 것은 가급적 규제를 가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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