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로지 실력... 한국의 코첼라 ‘그민페’의 성공 비결
“달나라까지 고/ 야, 이거 미친 폼”
지난 3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에서 개최된 ‘그랜드 민트 페스티벌 2024′ 마지막날 헤드라이너로 아이돌그룹 에이티즈(ATEEZ)가 출연했습니다. 에이티즈는 앞서 미국 ‘코첼라 밸리 뮤직 앤드 아츠 페스티벌’, 모로코 ‘마와진’ 등 해외 페스티벌에서 공연을 펼친 팀. 빌보드 200 차트 1위에 오른 ‘미친폼(Crazy Form)’을 밴드셋으로 무대를 준비해 안정감 있는 보컬과 탄탄한 댄스로 공연을 펼치자 어떻게 이들이 코첼라를 사로잡고 왔는지가 실감납니다. 에이티즈는 이날 코첼라 무대를 재현하기 위해 연주자, 댄서 등 포함해 70명의 페스티벌팀을 대동했습니다.
2007년부터 시작한 그랜드민트페스티벌(그민페·GMF2024)은 올해 최초로 2주에 걸쳐 진행됐습니다. 현재 가장 잘 나가는 밴드 ‘데이식스’ 등 출연한 아티스트만 무려 68팀입니다. 한국의 코첼라로 불리는 ‘그민페’의 성공 비결은 무엇일까요? 돈이 되는 여기 힙해 스물 여덟 번째 이야기입니다.
<1>장르의 경계를 없애라
‘그민페’에는 장르가 없습니다. 다른 페스티벌처럼 ‘락’이나 ‘재즈’ 등으로 구분지어 놓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누구나 무대에 오를 수 있습니다. 래퍼 이센스부터 아이돌밴드 에이티즈까지 가능합니다. 올해 처음 무대에 오른 하동균과 FT아일랜드는 매년 오고싶다고 할 정도였지요.
장르가 구분된 페스티벌이라고 그 장르에 속한 아티스트만 초대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기엔 국내 장르 가수 풀이 매우 제한적입니다. 그래서 이는 늘 비판의 대상이 됩니다. “록페스티벌에 를 왜 불렀냐?”는 매년 나오는 논란입니다.
그러나 그민페는 다릅니다. 관객들은 다양한 음악을 즐기기를 원하고, 즐길 준비가 돼 있습니다. 힙합가수 이센스의 랩에 몸을 흔들다, 바로 권진아의 감미로운 목소리에 젖어드는 것이지요.
<2>실력있는 자만, 무대에 설 수 있다
그러나 아무나 그민페 무대에 오를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기본적으로 실력이 뒷받침돼야 합니다. 그민페가 열리는 곳은 올림픽공원. 탁 트인 야외에서 자신의 목소리와 악기 연주 소리에 의지해 노래를 부른다는 것은 보통 성량으로는 부족합니다.
이곳에 모인 관객들은 자신들만의 팬도 아닙니다. 쉴틈없이 짜여진 시간표에서 관객들은 언제나 ‘화장실 갈 타임’을 찾습니다. 가수들은 관객들이 자신의 공연 시간에 자리를 뜨지 않도록, 그리고 나를 모르던 팬들에게도 나를 알릴 수 있도록 혼신의 힘을 다해야 하는 것이지요. 어떻게 보면 잔디밭에서 열리는 서바이벌 경연 같기도 합니다. 이를 위해 아티스트들은 대부분 전담 음향팀을 대동했습니다. 밴드 루시(LUCY)는 전담 음향 감독까지 동행해 수준급의 악기 연주를 선보였습니다.
열광적인 아티스트와 환호하는 관객들이 만들어 내는 시너지에 앵콜이 길어지기도 합니다. 그민페가 친정 같다는 밴드 ‘데이브레이크’는 팬들의 환호에 앵콜만 30분을 했습니다. 밴드 ‘쏜애플’도 탄탄한 실력을 바탕으로 강렬한 연주와 객석을 압도하는 퍼포먼스를 펼치며 예정된 러닝타임을 훌쩍 넘긴 90분 동안의 연주를 선사했지요. 연말에 있을 콘서트 ‘도시전설’을 미리 맛본 것 같은, 멋진 가을의 전설 같은 현장이었습니다.
<3>예비 스타 발굴의 재미
그민페는 실력있는 나만의 신인을 발굴하는 재미도 느낄 수 있습니다. 문을 여는 낮부터 가서 밤까지 보다보면 ‘차세대 스타는 너구나!’하는 감이 오는 예비 스타를 찾을 수 있지요. 지난해 멤버들 없이 혼자 낮 무대에 섰던 데이식스의 영케이는 올해는 멤버들과 완전체로 헤드라이너 무대에 올랐습니다. 1년 동안 바뀐 위상 만큼 페스티벌 현장은 모두가 스탠딩으로 관람했지요.
실력 있는 가수들에게 언제나 설 수 있는 무대가 있다는 것은 안정감을 줍니다. 주최사 민트페이퍼는 그민페 외에도 ‘뷰티풀 민트 라이프’, ‘해브 어 나이스 데이’, ‘해브 어 나이스 트립’, ‘힙합플레이야 페스티벌’ 등 국내의 굵직한 페스티벌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는 그민페를 운영하는 ‘MPMG’가 자체 기획사를 운영하며 밴드들을 키우고 있기 때문에 가능하기도 합니다. MPMG에는 쏜애플, 소란, 설(SURL), 라쿠나, 솔루션스, 터치드 등의 아티스트들이 속해 있습니다. 설과 라쿠나가 함께 선보인 헤드라이너 무대는 선후배의 만남의 장입니다. 지금은 ‘밴드 붐이 돌아왔다’ 열풍으로 모두 스타들이 됐지만, 그런 수혜조차 미리 준비된 자들이 얻을 수 있습니다.
<TIP>
만약 이번 그민페를 함께하지 못해 아쉬운 분이라면 다음달 30일과 31일 양일에 걸쳐 킨텍스 올해 마지막 페스티벌 ‘카운트다운 판타지 2024-2025(COUNTDOWN FANTASY 2024-2025·CDF)’가 열립니다.
다음달 30일에는 레트로한 사운드의 ‘87dance(팔칠댄스)’, 실력파 트리오 ‘나상현씨밴드’, 안테나 신인 밴드 ‘Dragon Pony(드래곤포니)’, 따뜻한 목소리로 동심을 노래하는 ‘오월오일’, 완성도 높은 무대의 ‘ONEWE(원위)’, 라이징 뮤지션 ‘잭킹콩’, 도시적인 감정을 가사에 녹여내는 ‘PATZ(파츠)’가 1차 라인업으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다음달 31일, 올해의 마지막 날에는 록의 대명사 ‘노브레인’, 정규 4집을 발매한 ‘브로콜리너마저’, 10년 만에 정규 앨범으로 돌아온 ‘THE SOLUTIONS(솔루션스)’, 차세대 루키 ‘jisokuryClub(지소쿠리클럽)’, 원조 록밴드 ‘크라잉넛’, Mnet ‘그레이트 서울 인베이전’ 우승 이력의 ‘터치드’, 파워풀한 보컬과 화려한 연주로 풍부한 사운드를 만들어 내는 ‘톡식’ 등이 함께합니다.
한편 CDF는 독특한 운영 시간을 발표하며 또 한번 화제가 되었는데요. 첫날 30일에는 오후 1시 30분부터 오후 10시까지 공연을 진행하며, 31일에는 오후 7시에 공연을 시작해 다음날 오전 4시에 공연을 종료한 후 오전 5시까지는 클로징 파티가 열립니다. 올해의 마지막 카운트다운, 킨텍스에서 멋진 음악과 함께 하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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