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2' 김성철, '독이 든 성배'에도 의연했던 이유[TF인터뷰]
유아인 대신 시즌2부터 정진수 역으로 합류
김성철, 두려움에도 거침 없었던 선택
[더팩트ㅣ김샛별 기자] 대다수가 '지옥2'는 배우 김성철에게 '독이 든 성배'가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김성철만 그 성배 앞에서 의연했다. 연상호 감독은 그런 김성철을 두고 '거침없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실상은 달랐다. 김성철이라고 어떻게 두려움이 없었겠는가. 다만 자신이 확신을 가져야 현장 또한 믿음이 형성될 것이라고 믿었다. 그렇게 김성철은 기꺼이 독이 든 성배를 들어 올렸다.
김성철은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더팩트>와 만나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지옥' 시즌2(각본 연상호·최규석, 연출 연상호, 이하 '지옥2') 관련 인터뷰를 진행했다. 극 중 지옥 시연 이후 8년 만에 부활한 정진수를 맡은 그는 작품과 캐릭터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지옥1' 이후 3년 만에 돌아온 '지옥2'는 계속되는 지옥행 고지로 더욱 혼란스러워진 세상, 갑작스레 부활한 새진리회 정진수 의장과 박정자(김신록 분)를 둘러싸고 소도의 민혜진 변호사(김현주 분)와 새진리회, 화살촉 세력이 새롭게 얽히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총 6부작으로 지난달 25일 넷플릭스에서 전편 공개됐다.
김성철은 "작품이라는 것은 매번 공개될 때마다 기대 반 걱정 반으로 시작하는 것 같다. 많은 사랑을 받으면 더욱더 행복하겠지만, 사실 공개하는 것만으로도 어려운 요즘인 만큼 감사하다"고 공개 소감을 밝혔다.
특히 김성철은 이번 작품에 합류하기로 결정하며 공개 후에 한 달 정도는 핸드폰을 보지 않겠다고 다짐했단다. 그는 "비교의 대상이 있다 보니 어쩔 수 없는 반응들이 나올 것이라고 생각해 애초부터 반응을 보지 않아야겠다고 마음먹었다"고 털어놨다.
그도 그럴 것이 김성철은 불미스러운 일로 하차한 유아인을 대신해 '교체 투입'이라는 막중한 임무를 갖고 합류한 배우였기 때문이다. 이미 시즌1을 통해 유아인의 정진수를 본 시청자들이 있는 이상 어떤 연기를 보여줘도 비교 평가를 받는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그럼에도 김성철이 '지옥2' 출연을 결심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김성철은 "우선 연상호 감독님의 작품을 워낙 좋아했다. '연상호'라는 장르는 국내 유일한 장르이지 않을까 싶다. 나 역시 이 장르가 매력적이라고 느꼈고 심지어 '지옥1'을 재밌게 봤다"고 밝혔다.
"정진수라는 캐릭터는 제가 지금까지 본 수많은 캐릭터 중 매력도 TOP3 안에 들어요. 그런 매력적인 캐릭터를 하겠느냐는 제의가 왔을 때 뭐가 됐든 재밌을 것 같더라고요."
시원하면서도 어떻게 보면 단순하기도 한 출연 계기였다. 그래서일까. 연상호 감독은 김성철에 관해 '주저함이 없다'며 '자신의 연기 방향성이 정해지면 가는 길에 대한 확신이 있다는 점이 김성철의 장점'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김성철은 민망한 웃음을 보이며 "그렇게 보이려고 하는 거다. 집에서는 두려움에 떨었다. 한창 '지옥2'를 촬영할 때는 잠도 못 잘 정도로 예민했다"고 털어놨다. 다만 현장에서는 이런 모습을 안 보여주려고 노력한 것뿐이란다. 그는 "촬영장에서 내가 갈피를 못 잡고 고민하고 있으면 분명 스태프들에게도 악영향을 주게 된다. 내가 확신을 갖고 자신감 있게 해야 감독님도 날 믿고 가보자는 생각을 할 수 있지 않겠나"라고 소신을 전했다.
그렇기에 더욱 김성철이 정한 정진수의 연기 방향성이 궁금했다. 그가 가장 먼저 집중한 건 원작이었다. 김성철은 "유아인 형의 정진수가 모델이었다면 나 역시 힘들었을 터다. 때문에 웹툰 원작이 있다는 점이 정말 다행이었다. 시작점이 확실하지 않나"며 "원작은 배우의 주관이 없다. 작가와 감독이 만들고 생각한 캐릭터가 있을 뿐이다. 그래서 웹툰에 담긴 말투나 몸짓, 행동 등을 3D로 만들어내는 작업부터 시작했다"고 밝혔다.
여기에 김성철이 직접 해석한 정진수라는 인물에 관해서도 덧붙였다. 그는 "정진수는 극심한 고통과 정신적인 피해를 받으며 '왜 내게만 이런 일이 생기는 거야'라는 피해의식으로 피폐해진 인물이다. 이에 처음은 세상이 망가져 가는 과정에서 사람들에게 자신이 느낀 고통을 똑같이 주고 싶어 하는 모습이었다"며 "시즌2에서 부활한 정진수가 느낀 공포는 더 극대화됐다. 단순히 지옥에 끌려간다는 공포에 더해 직접 겪은 신체적·정신적 공포를 아니까 더 무서운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즌1의 정진수가 다소 광기에 싸인 인상이 강했다면 시즌2의 정진수는 연민이 묻어나는 인물이었다. 특히 박정자나 민혜진 앞에서 드러나는 나약하면서도 어린애 같은 얼굴은 그의 서사를 납득하게 만들었다.
이와 관련해 김성철은 "연민을 의도한 건 아니었다. 그저 정진수가 얼마나 고통받았는지를 보여주고 싶었다"며 "광기를 표현하는 건 힘든 것 같다. 이유가 없고 사이코패스처럼 공감 능력이 없어야 광기인데, 정진수는 아니었다"고 밝혔다. 이어 "공감 능력이 없는 인물이라면 박정자를 굳이 찾아 '당신은 어떻냐'며 두려움에 대해 물어보는 게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시즌1의 모습을 그대로 가져올 수 없었다"며 "물론 중간중간 광기 섞인 웃음과 눈빛을 써야 할 때가 있긴 했다. 다만 그것보다는 '고통'에 초점을 맞추려고 노력했다"고 전했다.
"저의 가장 큰 바람은 '김성철이 정진수를 연기했네'라는 것보다 시즌2를 보면서 '아, 정진수다'라며 시청자들이 자연스럽게 극에 몰입했으면 하는 것이었어요. 그래서 비교 대상이 될지언정 결말을 봤을 때 '아 정지수가 저렇게 끝이 나네. 결국 저렇게 되네'라고 여겨준다면 그것만으로도 성공이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그 목표에는 달성하지 않았나 싶습니다.(웃음)"
물론 김성철의 정진수를 두고 여전히 호불호가 나뉘고 있긴 하다. 그러나 김성철은 이러한 평가 역시 담담히 받아들였다. 그는 "어쩔 수 없는 것 같다"며 "어떤 작품을 해도 호불호가 있을 터다. 다만 이번 작품에서는 또 하나의 모델이 있다 보니 불호가 많을 수밖에 없고 더 극대화된 것 같다"며 "사실 촬영할 때는 5 대 5만 돼도 괜찮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모두가 입을 모아 말한 독이 든 성배를 직접 마신 소감은 어떨지도 궁금했다. 김성철은 "독이 들었으면 어떤가. 아파도 보고 회복도 해봐야 회복 탄력성이 는다. 앞으로도 새로운 얼굴을 계속해서 보여주고 도전하고 싶기 때문에 독이 든 성배를 두려워하지 않을 생각이다. 그렇게 더 나아가고 싶다"고 바랐다.
"사실 또 독이 든 성배를 마셔야 해요.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가 기다리고 있거든요. 저희끼리는 대단한 도전이라고 이야기하지만 대중이 볼 때는 우려 섞인 시선을 볼 수밖에 없잖아요. 하지만 이런 것까지 두려워하면 어떤 작품을 할 수 있겠어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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