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 국력만이 트럼프 존중 이끌어 낸다 [남성욱의 동북아 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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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선 당일인 11월 5일 자 조간인 뉴욕타임스 1면 오피니언에 게재된 글을 보고 트럼프의 당선을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자유무역과 불법이민이 미국 사회의 핵심 화두라는 점을 지적한 것은 주목할 만했다.
그는 세계화와 자유무역주의에 따라 저임금 국가에서 생산한 물건을 수입해서 싸게 소비했지만 미국인의 일자리를 빼앗았다고 강조했다.
미국에서 일하는 아들, 딸 및 지인들과 통화할 때마다 코로나 기간을 지나며 물가가 너무 올랐다는 이야기를 자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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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사는 문제에 트럼프 찍은 미국인들
'깊은 동맹' 대신 '거래 동맹' 시대 도래
기술우위와 외교통찰, '자강불식' 필요
미국 대선 당일인 11월 5일 자 조간인 뉴욕타임스 1면 오피니언에 게재된 글을 보고 트럼프의 당선을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제목은 '이기든 지든 트럼프는 이미 승자다(Win or lose, Trump has already won)'였다. 미국 시사잡지 콤팩트(Compact)의 편집장인 매튜 스미츠는 무역과 이민문제에 대한 트럼프의 정책이 상당한 타당성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해리스 후보를 지지하는 진보성향의 뉴욕타임스 입장에서도 매튜의 주장은 설득력이 있다는 판단인 것 같았다. 자유무역과 불법이민이 미국 사회의 핵심 화두라는 점을 지적한 것은 주목할 만했다. 트럼프의 이례적 압승으로 그의 주장이 정확하게 미국의 현실을 반영했다는 점이 드러났다. 트럼피즘은 이제 미국의 뉴노멀이 되었다.
그는 세계화와 자유무역주의에 따라 저임금 국가에서 생산한 물건을 수입해서 싸게 소비했지만 미국인의 일자리를 빼앗았다고 강조했다. 감당할 수 없는 불법 이민자들의 수용은 한계에 도달했다. 심지어 불법 이민자들의 2세들조차 후속 불법 이민자들이 자신들의 일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는 주장에는 실소를 금할 수 없다.
미국에서 일하는 아들, 딸 및 지인들과 통화할 때마다 코로나 기간을 지나며 물가가 너무 올랐다는 이야기를 자주 들었다. 연봉 10만 달러를 받아도 대도시 높은 주거비와 식비를 지불하면 지갑은 어느새 빈털터리가 된다. 외식의 경우 3인 식사를 하면 높아진 팁 때문에 항상 4인 비용을 지급해야 한다. 당국이 코로나 보조금으로 돈을 헬리콥터로 살포하다시피 한 결과다. 금년도 전반기 미국의 1인당 국민소득이 8만5,000달러를 넘어섰지만 3억3,000만 인구 중에서 30% 내외로 추산되는 서민들의 삶은 만만치 않다. 일자리는 있지만 높은 인플레이션으로 쓸 돈이 없다.
높은 물가에 밀려드는 불법 이민자와 자유무역에 지쳐버린 중하위층과 백인 저소득층은 트럼프의 귀환을 선택했다.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It’s economy, stupid)'라는 과거 클린턴 대통령의 구호가 유권자 표심을 잡은 것처럼 먹고사는 문제가 결정적 선택의 기준이었다. 막말 논란, 중동과 우크라이나 전쟁 등 국제정세는 특별한 연고가 있는 유권자를 제외하고는 부차적 이슈였다.
이번 선거가 지난 4년 바이든 정부에 대한 평가 성격을 띠고 있기 때문에 부통령이었던 해리스 후보로서는 현직 프리미엄보다는 유권자 불만을 달래기에 어려움이 컸다. 미국 사회가 여전히 여성 정치인에게는 유리천장의 벽이 있다는 것도 해리스에게는 핸디캡이었다. 낙태권 등 젠더 이슈만으로 백악관에 입성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돈의, 돈에 의한, 돈을 위한 동맹(Alliance of the money, by the money, for the money)'을 강조하는 트럼프가 불사조처럼 살아왔다. 깊은 동맹(deep alliance)의 시대는 가고 거래 동맹(easy alliance) 시대가 도래했다.
기존에 없던 블랙 스완(black swan)이 나타났다. 상호거래에 따른 이득의 관점에서 한미관계를 재정립해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트럼프 후보와 통화하고 협력관계를 이어가자고 했지만 동상이몽은 불가피하다. 한미동맹 조약 체결 72주년을 맞는 내년 을사년은 새로운 한미관계 원년이 될 것이다. 한국의 외교 안보를 미국의 배려에만 의탁할 수 없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초격차 기술의 우위와 냉정한 외교적 통찰력을 바탕으로 한 자강불식(自强不息)이 필수적이다. 대한민국의 국력 신장만이 트럼프의 존중을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다.
남성욱 고려대 통일융합연구원장·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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