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헌 살롱] [1469] 사자상 트럼프

조용헌 건국대 석좌교수·문화컨텐츠학 2024. 11. 10. 2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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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조선디자인랩·Midjourney

선거에서 이김으로써 마침내 트럼프는 사자 관상이 완성되었다. 명실상부한 사자이다. 백수(百獸)의 제왕인 사자는 모든 동물을 잡아먹을 수 있는 힘이 있다. 수사자는 갈기에서 폼이 난다. 트럼프의 두상이 머리카락이 없는 대머리였다면 갈기가 없는 셈인데 78세의 고령임에도 불구하고 머리숱이 남아 있어서 바람이 불면 갈기를 휘날릴 수 있다.

다른 동물은 사자를 공격할 수 없고 오직 총을 든 사냥꾼만이 사자를 잡을 수 있었지만 지난 7월의 사냥꾼 총격에서도 총알은 아슬아슬하게 비껴 갔다. 이것이 운이다. 선거는 이때 승부가 끝났다고 보았다. 이때 총 맞았으면 선거는 끝난 것이다. 죽느냐 사느냐에서 살아남으면 트럼프의 모든 안 좋은 액운을 해소시켜 버리기 때문이다.

이제 사자가 대통령에 등극했으니 세계 모든 나라가 긴장하고 있다. 잡아먹힐까 봐 두려움을 품고 있다. EU도 그동안 미국에 어깃장을 놓을 수 있었지만 러·우 전쟁으로 EU의 맏형인 독일이 쇠락하게 되면서 미국 말을 안 들을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AI를 비롯한 빅테크 기업들은 세계를 휘어잡고 있고, 이 빅테크는 모두 미국 회사들이다. 유럽과 아시아에는 빅테크가 하나도 없다. 이것이 미국의 힘이다. 트럼프는 이 빅테크들을 양손에 휘어잡을 것이다.

빅테크 중에서 머리가 제일 빨리 돌아가는 일론 머스크가 먼저 오른팔을 자처했다. 트럼프 눈 밖에 나면 세계 최대의 독점 기업인 구글이 해체되는 것도 시간문제이다. 뉴욕타임스가 지적하였듯이 248년 미국 역사상 가장 강력한 독재자급 대통령이 등장한 셈이다. 주역 건괘(乾卦)에 비추어보면 트럼프는 비룡재천(飛龍在天)의 운세이다. 이제 용비어천가(龍飛御天歌)나 부를 수밖에 없단 말인가!

용비어천가도 뭘 알아야 부를 거 아닌가? 트럼프의 캐릭터를 분석한 책 ‘신의 개입’(송의달)을 보니까 트럼프가 백악관 선임 비서관을 지낸 롭 포터에게 말했다는 대목이 눈에 띄었다. “절대로 약한 모습을 보이면 안 돼. 언제나 힘을 과시해야 해. 상대가 김정은이든 누구든. 트럼프는 자기 이익을 위해 무슨 짓이든 할 수 있다고 믿도록 해야 돼. 이건 의지의 대결이야. 지도자와 지도자. 남자 대 남자. 트럼프와 김정은과의 대결이지.”

겉으로는 무모하게 보이지만 속으로는 계산된 위험을 감수하며 손해를 안 보는 스타일이다. 팔자에는 물[水]이 부족한데 태어난 동네인 뉴욕 퀸스가 물이 많다. 맨해튼, 퀸스의 지세는 바닥은 돌판이지만 대서양, 허드슨강, 이스트강이 둘러싸고 있는 수화기제(水火旣濟)의 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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