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정치권, 조기 총선 정국 돌입…이르면 이번주 총리 신임 투표
중도 우파와 좌파 간 정책 갈등으로 촉발된 독일 ‘신호등 연정’의 해체가 결국 올라프 숄츠 총리의 실각과 조기 총선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영국과 프랑스에 이어 독일까지 조기 총선을 치르면서 유럽을 대표하는 3국의 주도 정치 세력이 모두 바뀔 가능성이 커졌다.
독일 최대 야당인 기독민주당(CDU)의 프리드리히 메르츠 대표는 8일 당 지도부 회의에서 “숄츠 총리에 대한 신임 투표를 13일에 하자”고 제안했다. 숄츠는 지난 7일 중도 우파 자유민주당(FDP)의 탈퇴로 기존 3당 연정이 해체되자 “내년 1월 15일 의회에 총리 신임 투표를 발의하겠다”며 그때까지는 야당의 협조를 얻어 정국을 이끌어 가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독일은 2021년 11월부터 사회민주당(SPD)과 FDP, 녹색당의 연정이 이끌어왔다. 각각 대표색이 빨강·노랑·초록이라 ‘신호등 연정’이라고 불렸다. 숄츠 총리는 SPD 소속이다.
메르츠 CDU 대표는 그러나 다음 날 총리를 만난 자리에서 “기존 연정이 해체된 마당에 내년 1월까지 총리 신임 투표를 미루겠다는 이유가 뭔지 모르겠다”며 법률안 처리 및 예산안 통과에 협조해 달라는 숄츠의 요청을 거부했다. 그리고 “가능한 한 빨리 총리 신임 투표를 하자”고 요구했다. 현재 FDP가 빠진 SPD와 녹색당 간 ‘적·록 연정’의 의석수는 324석으로, 독일 하원(733석)의 과반에 크게 못 미친다. 따라서 투표에서 총리가 불신임되고, 하원이 해산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두 달 내 다시 선거를 하게 된다.
디자이트와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너 등 독일 주요 매체들은 숄츠의 실각을 기정사실로 보고 있다. 민심이 현 정부에 등을 돌렸고, SPD와 녹색당 내에서도 조기 총선에 대한 공감대가 크다는 것이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도 연방 정부의 업무 수행에 만족한다는 답변은 14%로 현 정부 출범 이후 최저를 경신했고, 현 조기 총선을 지지하는 응답은 65%에 달했다. 숄츠도 결국 “교섭단체 사이 차분한 대화가 필요하다”며 자신의 신임 투표 날짜를 고집하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독일 정치권은 바로 조기 총선 체제에 돌입했다. 녹색당 대표인 로베르트 하베크 부총리 겸 경제·기후 보호 장관은 소셜미디어 계정을 새로 만들고 총리 출마를 선언하는 동영상을 올렸다. CDU와 그 자매 정당인 기독사회당(CSU)은 메르츠를 공동 총리 후보로 일찌감치 결정한 상태다. 숄츠도 총리직 연임에 도전하기 위해 기존 지역구(브란덴부르크주 포츠담)에 재출마하겠다고 발표했다. 다만 같은 당 보리스 피스토리우스 국방 장관의 대중적 인기가 높아 숄츠가 총리 후보로 재지명될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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