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도 세금 내라고요? [더 보다]

조정인 2024. 11. 10. 2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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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와 함께 앉아 진지하게 설명을 듣는 사람들.

<녹취> 신입생들을 위한 적응 활동 프로세스가 있는데요. 다른 친구를 바로 만나게 하지 않고, 선생님들이랑 먼저 적응, 공간에 대한 적응….

유치원 입학설명회입니다. 그런데 그냥 유치원이 아닙니다.
<녹취> 반려견의 앞발 뒷발가락 개수는 몇 개일까요? (5개 4개?) 정답입니다.

바로 이 강아지들이 다닐 반려견 유치원입니다.
<인터뷰>조동해/강아지 유치원 훈련사
강아지 유치원이 많아지고 있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저희는 저희만의 특색이나 컨셉, 이런 것들을 알려드리고 싶어서 입학설명회를 개최하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유치원도 다닐 정도로 사람과 똑같아진 강아지들.

그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적인 비용도 만만치 않습니다.

<인터뷰>조찬형/반려동물 전문 변호사
강아지의 경우에는 집 안에서만 생활할 수는 없거든요. 많은 시설이 필요하고 재원이 필요하거든요.

<인터뷰>유제범/국회 입법조사처 입법조사연구관
일정한 수준의 세금을 부과해서 그걸 재원으로 해서 동물복지 정책에 활용하자.

<타이틀>

오전 10시. 강아지 유치원. 하나둘 등원하는 강아지들.

5살 풍순이도 유치원에 도착했습니다.

<녹취> 원장님, 풍순이가 인사드리고 간다고 안 가서 또….
(예의가 이렇게 발라요) 예의 발라 예의 발라. 인사드렸어?

풍순이는 오늘 7시간 동안 유치원에서 지낼 예정입니다.
<녹취> 오늘 잘 부탁드려요.
풍순이 오늘 맘마도 잘 먹고, 물도 마시고, 꼬물이랑도 재밌게 놀고, 선생님 말씀도 잘 들어요.
(아쉬우신가 봐요?) 마음이….
항상 든든한데 항상 헤어질 때는 또. 열심히 돈 벌러 가야죠. 유치원비도 내고 하려면….

유치원에는 6개의 반이 있습니다.

풍순이 반은 13마리의 친구들이 함께합니다.

첫 수업은 단짝 꼬물이와 하는 산책 매너 교육입니다.

자기 공간에서 쉬는 법, 기다리기 등 사람과 함께 살 때 필요한 매너를 배웁니다.

<인터뷰>정인호/강아지 유치원 교육팀장
사회성 교육이기도 하고요, 강아지들이 자기 혼자서 뭔가를 한다는 게 사실은 어려워요. 보호자하고 계속 평생을 살아가기 때문에 사람을 중점으로 해서….

유치원 생활은 알림장을 통해 보호자에게 전달합니다.

강아지 유치원 같은 반려동물 위탁 관리 업체는 전국적으로 5천 곳에 이릅니다.

한 달에 수십에서 수백만 원의 비용이 들지만 강아지를 유치원에 보내는 이유, 아이를 맡기는 마음과 다르지 않습니다.

<인터뷰>김은희 / ‘풍순이’ 보호자
저희 거를 오히려 줄여서 풍순이를 위해서…. 애가 집에 혼자 있고 하는 거는 상상할 수 없기 때문에 그만큼 일을 더 열심히 찾아서 하는 거죠. 거기에 돈이 진짜 가장 많이 들어가요. 그런데 한 번도 아깝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오히려 맡기니까 엄마 아빠는 마음이 더 편하잖아요.

오후 5시. 수업을 마친 풍순이가 차량에 오릅니다.
<인터뷰>김민서/강아지 유치원 원장
많이 이용들 하세요, 특히 금요일. 약속이 있거나 이러니까 보호자님이 요청하신 약속 장소나 아니면 집으로 가서 보호자님한테 연락한 다음에 인계까지….

1시간을 달려 도착한 집.
마중을 나온 보호자는 유명 유튜버인 이대우 형사입니다.
<인터뷰> 이대우 형사/'풍순이' 보호자
(아니 형사님이 아버지신 줄 몰랐어요) 얘가 인기예요. 저보다 훨씬. 풍순이 재밌었어?

사실 풍순이는 개인 계정도 있는 SNS 인기스타입니다.

유치원에서 배운 대로 보호자와 보조를 맞춰 걷는 풍순이.

<인터뷰> 이대우 형사/ ‘풍순이’ 보호자
부지런해야 합니다. 견주가 부지런해야…. 하하하. 진짜 애견인들은 자식처럼 키워요. 똑같죠. 뭐. 오 내 새끼. 아들이고 딸이고 그래요.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는 10년 새 10%P 넘게 급증했습니다.

개가 타는 유모차라는 뜻의 개모차.

다양한 기능이 추가된 개모차 가격은 수십만 원을 훌쩍 넘어갑니다.

<인터뷰> 송종화 / 펫샵 직원
요즘에는 유모차가 제일 인기여서 저희도 매장에서 주력으로 지금….

먹는 것, 입는 것도 사람들이 쓰는 재료와 같아졌습니다.
<인터뷰> 송종화 / 펫샵 직원
똑같아요. 저도 한 번 먹어봤는데 그냥 싱겁다고만 생각하시면 돼요.
(이건 딸기 아이스크림처럼 보이는데 강아지가 이런 걸 먹어도 돼요?)
강아지들이 먹을 수 있게끔 간이 세지 않게 해서…

익숙한 브랜드의 유제품, 생일에 먹는 미역국, 심지어 스파게티도 나왔습니다.
<인터뷰> 송종화 / 펫샵 직원
예전에는 사람들이 못 먹는 그런 고기를 사용해서 사료를 만들거나 간식을 만들었다면 지금은 사람들이 다 먹을 수 있는 휴먼 그레이드화 돼서….

옷도 마찬가지입니다.
버그가드 라고 해서 벌레에게 보호해 주는 그런….

(진짜 제가 입는 바람막이랑 똑같은) 네 맞아요.

강아지들도 이제 감기에 걸릴 수 있기 때문에….

<인터뷰> 송종화 / 펫샵 직원
아이들 키우는 방식대로 이제 강아지를 키우다 보니까 (예전엔) 비싸지 않기를 좀 추구하셨다면 지금은 가격은 중요하지 않고요.

강아지 피부를 생각한 물티슈, 목을 보호하는 그릇도 잘 나갑니다.
<인터뷰> 송종화 / 펫샵 직원
강아지가 이렇게 바닥에 있는 거를 그냥 먹으면 고개가 이제 꺾이기 때문에 이제 안 좋아져서 강아지들의 체형에 맞게 높이를 맞춰서….

지난해 4조 원을 넘어선 국내 반려동물 시장, 매년 14.5%씩 성장해 3년 후엔 6조 원대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인터뷰>이기재/한국펫산업연합회장
반려동물이 애들보다 인구가 수가 많다 그래요. 아이들 산업이 할 수 있는 건 반려동물 산업에도 뭐든지 할 수가 있습니다. 자기 혼자 경제 능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 보호자에 의해서 생사가 결정되고….

오늘도 유기견으로 신고된 강아지 2마리를 데리고 왔습니다.
<인터뷰>송석윤/용인시 동물보호팀장
대부분 현장에서 찾아줘요. 마이크로 칩이 있어서 리더기로 대면 소유주 전화번호. 나오니까 찾아주기도 했는데 그렇지 않고 칩이 없거나 그런 경우는 들어오고….

하나 둘 들어온 유기견들이 벌써 300마리가 넘습니다.
<인터뷰>송석윤/용인시 동물보호팀장
계속 하루에 2~3마리씩 들어와요. 그러니까 계속 2~3마리씩 나가야 유지가 되는데 계속 2~3마리씩 내보내기가 쉽지 않죠.

주차장이나 마당까지 유기견을 위한 운동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인터뷰>송석윤/용인시 동물보호팀장
운동장을 만들어 준 거죠. 방 청소할 때 여기서 다 뛰어놀게 하고 또 청소하고. 그래야 여기서 운동도 하고..

한 마리라도 더 입양을 보내려면 산책 같은 사회성 훈련은 물론, 미용이나 의료 관리도 철저히 해야 합니다.
<인터뷰>김진영/용인시 동물보호센터 전담 수의사
기본 검사하고 만약에 다친 게 있다든지 상처가 있으면 이제 그거에 대한 처치하고 그거 아니면 기본적인 검사 하고 접종하고 기생충 약 주고….

이런 노력으로 이 보호소의 유기견 대부분은 다시 보호자를 찾았습니다.

하지만 국내 전체로 보면 새로운 보호자를 찾지 못한 유기견 절반(46%) 정도가 센터에서 생을 마감합니다.

<인터뷰>송석윤/용인시 동물보호팀장
센터들을 운영하다 보면 상당히 힘들거든요. 강아지 치료하는 부분부터. 그러다 보면 숫자 개체가 늘어나고 그럴 때 이제 어떻게 도리가 없으니까 이제 인도적 처리를 하는 경우가 있는데 저희는 그 부분을 작년부터 안 하고 있어요. 그래서 엄청나게 직원들이 고생했죠. 그렇지 않고 내보내려고 하니까….

지난해 국내에서 발생한 유기 동물은 11만 3천 마리.

유기 동물 관리 등에 쓰인 비용은 역대 최대인 374억 원이었습니다.

여기에 배변 처리, 개 물림 사고 환자 이송 같은 사회적 비용도 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비용은 누가 부담해야 할까.

<인터뷰>조찬형/‘반려동물 전문’ 변호사
이걸 누가 수거할 것이냐 그러면 어쩔 수 없이 세금을 통해서 이것이 해결될 수밖에 없다고 보거든요. 그러면 이 세금이 투입되고 여러 가지 여타 동물 구조라든지 유기된 동물을 구조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반려동물 보호자들이 문제를 야기한 거거든요.

재원 마련의 방법으로 가장 쉬운 건 세금입니다.

최근 국회 입법조사처가 낸 자료집. 반려동물 보유세를 논의할 필요가 있다는 제안이 나왔습니다.

<인터뷰> 유제범/국회 입법조사처 입법조사연구관
이번 국정감사 자료집에서 이제 반려동물 보유세에 대해서 제가 언급을 했습니다.

동물 복지 재원 마련을 위해 5년마다 종합계획이 세워지는데 내년 3차 종합계획 시행을 앞두고 보유세를 논의해 보자는 겁니다.
<인터뷰> 유제범/국회 입법조사처 입법조사연구관
다양한 동물보호 복지 정책은 인프라를 구축해야 되고요. 그다음에 필수 예방 접종 지원이라든지 그다음에 유기 동물 보호 문제 다양한 어떤 복지 수요가 많이 있는데 그런 정책을 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규모의 예산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이 세금엔 사실 또 다른, 더 큰 목적이 있습니다.

300마리의 식용 개를 기르는 개 사육 농장.

<인터뷰> 손원학/개 사육 농민
(얘네는 종이 다 똑같네요) 네. 그러니까 딱 특화가 된 거죠.
(아 식용으로 특화된 종이 있나 보네요) 네.
(아까 밖에 돌아다니는 애들이랑 종이 다른 건가 보네요) 그럼요. 그거는 집 지키는 거고 이거는 식용견이고. 전혀 종이 다르죠.

이 개들은 모두 조만간 어딘가로 보내져야 합니다.

개 식용 종식법이 제정되면서 3년 뒤 개 사육 농가는 모두 문을 닫아야 합니다.

그런데 45만 마리나 되는 사육 개를 수용할 공간과 비용이 문제입니다.

<인터뷰> 유제범/국회 입법조사처 입법조사연구관
유예기간을 거쳐서 이제 본격적으로 시행될 텐데 그 과정에서 기존에 개 농장 사육 중인 개들을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있어서 굉장히 지금 가장 큰 문제거든요. (지자체의) 재정 자립도가 한 20% 정도 내외이기 때문에 추가적인 어떤 동물을 보호 조치하는 데 재정적 여력을 마련하기에는 굉장히 어렵다고 생각됩니다.

반려견에 부가세를 부과하고 있는 독일과 오스트리아.

독일은 연간 10만 원에서 많게는 130만 원까지 반려견세가 부과됩니다.

하지만 최근 독일의 일부 지자체는 반려견세를 없앴습니다. 버려지는 반려견이 늘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이기재/한국펫산업연합회장
독일도 실효성이 없어서 폐지하자는 목소리가 굉장히 높거든요. (우리나라는) 농촌에서 여러 마리를 키우는 경우도 많이 있고요. 시골에 계신 어르신들은 대부분 취약계층입니다. 이분들에게 세금을 내라고 하면 대량으로 동물을 버려서 유기 동물 천지가 되거나 또한 세금을 내지 못해서 범법자가 될 것입니다

보유세가 없는 우리나라. 반려견 등록제가 시행 중입니다.

반려견을 등록할 때 만 원에서 8만 원의 등록비를 내야 합니다.

2006년에도 반려동물 부담금을 걷는 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등록 수수료와 별도의 부담금을 동시에 걷는 건 신중해야 한다는 이유로 통과되지 못했습니다.

<인터뷰> 이기재/한국펫산업연합회장
우리나라가 저렴한 편이 아닙니다. 현재. 독일이나 네덜란드 이런 나라는 세금의 경우고 미국이나 캐나다나 호주라든가 그런 데는 또 비용의 개념이거든요. 세금이 아니고 등록할 때 비용이거든요.

하지만 이젠 사람과 함께 살아가는 만큼 주민세처럼 반려견세를 걷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습니다.
<인터뷰>조찬형/반려동물 전문 변호사
우리가 일정 지역에서 주민으로서 살고 그 사회 시설을 이용하든 안 하든 우리가 주민세를 내거든요. 공동체의 일원이라는 거죠. 그러면 반려동물도 산책하고 그다음에 같이 돌아다니고 사회적 편의를 이용한다는 측면에서는 공동체의 일원이라는 측면에서 주민세 비슷한 개념으로 다가가면 어떨까? 이런 생각을 하는 겁니다.

물론 반려동물은 민법상 ‘물건’으로 취급돼 주민의 지위를 가질 수 없습니다.

그런데 최근 사법부는 반려견을 감정이 있고, 공감 능력이 있는 생명체로 인정하기 시작했습니다.

<인터뷰>조찬형/개 전문 변호사
실은 물건이라고 하면 위자료라는 것도 인정이 안 되거든요. 법원에서도 반려동물 같은 경우는 이제 일반 물건은 아닌 것 같다고 생각해서 정신적 고통에 대해서 위자료를 인정하는 판결이 좀 많이 늘어나고 있고요.

반려견에 보유세를 부과하는 게 맞는 걸까?
<인터뷰>조윤서/
보유세까지 내는 건 좀 많은 부담이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돈과 책임은 그렇게 상호작용할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인터뷰> 박상미/
병원비가 굉장히 비싸요. 세금을 거둬서 의료비를 조금 해줄 수 있다면 아마 버려지는 반려견들이 적어질 거예요. 아마.

<인터뷰>장서영 /
보유세를 받으면 그만큼 복지나 반려견에 대한 혜택도 좀 좋아져야겠죠.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행복해 지기 위해 반려견을 키웁니다.
<인터뷰> 한소영 /
사랑이에요. 진짜 제 삶에 진짜 깊은 사랑을 주는 저희 막내 아기.

<인터뷰>김은희 / ‘풍순이’ 보호자
회사에서 너무 힘든 일이 있어서 펑펑 울었는데 요만한 애가 앞발로 진짜 눈물을 이렇게 이렇게 했는데…. 진짜 지금도 눈물 날 것 같아….

하지만 모든 개가 행복하게 살지는 않습니다.

반려 인구 1500만 시대.

동물과 사람이 함께 행복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더 중요한 건 책임감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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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인 기자 (rower@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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