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오은영 “2008년 암 진단, 하늘 무너지는 것 같더라” (‘강연자들’)
10일 오후 방송된 MBC ‘심장을 울려라 강연자들(이하 ‘강연자들’)’에는 ‘세상이 뜻대로 되지 않을 때’라는 주제로 김영만, 김태훈, 오은영이 강연을 했다.
이날 방송에서 종이접기 아저씨 김영만은 “제가 여러분들 덕분에 여기 있습니다. 감사한 마음이 끝까지 갈 것 같아요”라며 오랜만에 인사했다.
그는 “가장 기억에 남는 코딱지가 누구냐”는 오은영의 질문에 “직업병에 걸려서 목디스크로 다리가 마비된 거예요. 병원에서 수술받으려고 누워 있는데 인턴들이 코딱지인 거예요. 인턴들이 ‘선생님 저도 코딱지예요’라고 인사하는데 저도 ‘아 네! 잘...’하면서 (잠이 들었어요)”라고 답해 훈훈함을 자아냈다.
이어 “선생님도 뜻대로 되지 않았을 때가 있냐”는 오은영의 물음에 “5,6년 동안 광고 에이전시로 근무하다가 퇴사 후 광고 에이전시를 창업했는데 망했죠.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일본에 사는 친구 집에 가서 아침 한 끼 먹는 것도 눈치 봐야 하고. 친구 부부한테 유치원생 꼬맹이가 있었는데 둘이서 누가 유치원에 바래다줄지 계속 싸우고 있으니까 제가 반바지에 슬리퍼 신고 아이를 데려다줬어요. 아이 유치원이 끝날 때까지 앉아 있다가 창문 너머로 봤는데 종이접기를 하는 거예요. 그걸 보고 ‘한국 애들도 하겠지’라고 생각했는데 그러다가 한국으로 귀국했어요. 그러고 나서 한국 유치원에 갔는데 그림 그리기만 하는 거예요. 그래서 종이접기 안 하냐고 물어봤는데 1년에 두 번 한대요. 내가 너무 화가 나더라고. 사명감이 들어서 1년만 종이접기를 해보자고 생각해서 방에서 기록했어요. 아직도 지갑에 갖고 다니고 있어요. 똑같은 걸 생각하기 싫어서 연구한 게 2,3만 개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아이들이 더 좋아하지 않았나. ‘코흘리개들 하는 거 아냐? 무슨 남자가 종이접기야’라고 주변에서 편견을 갖고 있었는데 저는 그냥 멈추지 않고 올인했어요. 지금 X튜브에 올라오는 엄청 어려운 건 못해요. 저는 아이들을 위한 종이접기만 창작했지. 뜻대로 되면 인생살이 재미없어요. 찢어져도 괜찮아요. 삐뚤어져도 좋아요”라며 코딱지들을 위로했다.
그는 “망해본 게 더 큰 공부가 돼요. 그다음부터는 절대 실패하지 않거든요. 나 봐요! 15cm 색종이 갖고 지금 여기까지 오지 않았나요”라며 코딱지들을 응원했다.
이후 김영만의 강연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그는 “저는 뜻대로 안 될 때를 기회로 삼았어요. 기회는 나한테만 오는 게 아니라 여러분들에게도 수많은 기회가 지나와요. 저는 세 번의 기회가 있었는데 그걸 세 번 다 잡았어요. 첫 번째 사업 망한 것, 두 번째 색종이를 알게 된 것, 세 번째 바로 여러분들을 만난 것. 코딱지들을 옛날 브라운관 TV에서 만났어요. 그래서 저는 여러분들의 언어, 행동, 말투 다 공부했어요. 내가 목소리가 이렇게 큰 것도 바로 여러분들 때문이야. 뜻대로 안 될 때 내 주위에 사람들이 있었어요. 그중에서 가장 많이 응원해 주던 사람이 예전 코딱지들이에요. 그 힘든 과정을 격려해준 거예요”라며 코딱지들을 응원했다.
이어 “저는 고등학생 때 음악을 굉장히 좋아했어요. 음악 학원 원장님이 들어오시더니 ‘너 진짜 드러머가 될 건 아니지?’라고 묻는 거예요. 원장님이 ‘자네 아무래도 드럼에 소질이 없는 것 같아’라고 하셨어요. 자존심이 너무 상해서 바로 그만뒀죠. 제가 오직 할 수 있는 한 가지. 열심히 들었습니다. 음악 잡지 에디터, 라디오 작가, 라디오 DJ, 영화프로그램 MC 등 많은 직업을 가지게 됐어요. 그러다가 전화가 오죠. 바둑 대회를 하는데 해설위원이 필요하다는 거예요. 또 서핑을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서핑을 설명할 사람들이 필요하다는 거예요. 그래서 서핑 해설위원이 됐어요. 여러 가지 일들을 하죠. 이 모든 건 제가 드러머가 되지 못했기 때문이죠. 그리고 미남이죠”라며 박수를 유도해 또 한 번 좌중을 폭소케 했다.
김태훈은 “저는 미남이 새로운 직업이라고 생각하죠. 드러머가 되는 데 실패한 한 고등학생은 미남이 되었다는 해피엔딩을 마주합니다. 지나간 시간을 돌이켜보면 제 뜻대로 된 게 하나도 없습니다. 인터뷰에서 열심히 살기 위해 앞문을 두드렸는데 야속한 앞문은 열리지 않더라. 포기할 때쯤 슬그머니 옆문이 열린다. 선택의 여지가 없으니 또 다른 옆문이 열린다. 그 옆문이 계속 열려서 돌고 돌아 여기까지 옵니다. 그리고 깨닫게 된 것은 인생은 원래 내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 겁니다. 철학자 쇼펜하우어는 ‘고통없는 인생이란 없다’고 했습니다. 끊임없이 문제가 생긴다는 겁니다. 저희는 여기서 두 가지 선택지를 갖게 됩니다. 불만을 말할 것인가, 방안을 찾을 것인가”라며 강연을 이어갔다.
그는 “하지만 인생이란 원래 힘든 거야. 그러면 저희는 방법을 찾으려고 할 겁니다. 이 사람은 리처드 브랜슨이라는 사람이에요. 그는 난독증이 심해 고등학교를 중퇴했습니다. 그런데 그의 첫 사업은 잡지사 경영이었어요. 아내와 여행을 가려고 공항에 갔는데 많은 사람이 소리를 지르고 있는 거예요. 항공사 결함으로 비행기가 뜰 수 없다는 거예요. 브랜슨이 보니까 노는 비행기가 많은 거예요. 알고 보니 그게 전세기인 거예요. 그분은 소리 지르는 사람들 머릿수를 세고 보니까 일 인당 25불을 결제하고 비행기를 타면 되는 거예요. 이게 유럽의 막강한 힘을 가진 유명 항공사가 됩니다. 그는 언제나 방법을 찾으려고 했고 불평하지 않았습니다”라며 리처드 브랜슨의 이야기를 인용했다.
김태훈은 “꿈이 뭐예요? 그런데 여러분들 대답은 조금 이상해요. 여러분은 배우라는 직업과 아파트라는 물건을 얘기했어요. 꿈이란 건 ‘기아 난민이 없도록 풍족한 식량을 만드는 것’ 이런 거죠. 가치를 말하는 것. 우리는 꿈과 직업을 헷갈리며 살아갑니다. 직업은 꿈이 아닙니다. 인생은 직업보다 위대합니다. 정오가 되면 가장 심오한 질문에 맞닥뜨리죠. 짜장이냐 짬뽕이냐, 우리는 이걸 죽을 때까지 해요. 제가 자주 가던 중국집에서 짜장면을 시켰어요. 그런데 직원분이 간짜장을 주신 거예요. 그때 놀라운 일이 벌어집니다. 이 집이 간짜장 맛집이었던 거예요. 이때부터 전국 중국집에서 간짜장만 주문하게 됩니다. 그때 깨달은 사실은 종업원의 작은 실수와 저의 작은 친절이 이끌어서 간짜장을 만난 거죠. 우리나라에 등록된 직업 수가 1만 2천개라고 해요. 그런데 대학생, 취준생에게 어떤 일을 하고 싶냐고 물어보면 대략 20개 직업 안에서 말한다고 해요. 그렇게 방대한 직업이 있는데 20개의 직업에 갇혀서 1만 1,980개의 직업을 보지 못하는 거예요”라고 덧붙였다.
그는 “꿈은 직업이 아니고 인생이 내 뜻대로 되지 않는다면 어떤 삶을 살 것인가. 1936년 ‘모던타임즈’라는 영화가 하나 나옵니다. 찰리 채플린은 무성 영화를 하나 내놔요. 그의 비판적인 영화적 시각들이 그를 공산주의자로 몰아갔고 그는 스위스에 거주하며 영화를 만들어요. 그 역시 뜻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었어요. 이 작품의 마지막 장면은 그의 미래를 보여주는 게 아닐까 싶어요. 수많은 모험과 에피소드 뒤에 모든 것을 잃은 떠돌이와 소녀. 떠돌이는 소녀에게 말합니다. ‘웃어요! 웃으면 다 괜찮아요! 인생은 원래 우리 뜻대로 되지 않습니다. 그러니 그러려니 하고 그냥 웃어요. 그러면 인생을 다시 시작한 아주 좋은 출발점이 될 거예요’라고. 결국은 살아 있어서 참 좋다. 아무리 위대한 위인이라도 죽은 위인보다 살아 있는 나의 삶이 더 위대합니다. 우린 무수히 많은 기회를 가지고 있으니까요”라며 강연을 마쳤다.
마지막으로 오은영은 “저는 직업이 의사죠. 2008년도에 암 진단을 받았어요.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더라고요. 그때 드는 생각이 억울하더라고요. 나쁜 사람들은 암도 안 걸린다는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살면서 질병이 찾아오고 예상을 떠나는 이 모든 과정이 내 뜻대로 안 되는 게 마음으로 절절히 느꼈습니다. 그때 느꼈던 중요한 몇 가지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인간이 이런 상황에서 느끼는 절망은 나약해서가 아니라 인간이라서 느끼는 당연한 거라는 겁니다. 이럴 때일수록 현재 나의 상태를 진단해봐야 합니다. 우리 인생은 최선을 다해도 잘못한 게 없어도 내 뜻대로 되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라며 강연을 마무리했다.
‘강연자들’은 매주 일요일 오후 9시 10분 MBC에서 방송된다.
[서예지 스타투데이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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