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집 막내아들, 선거 승리 한몫 했네”…2m 거구로 성장한 이 청년 정체가

“18세 배런, ‘남성커뮤’ 강조”
막내도 장남·차남 이어 역할

트럼프 전 대통령 부부와 막내아들 배런(오른쪽에서 두 번째) [AFP =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선거 승리에는 그의 18세 막내 아들 배런 트럼프가 있었다. 트럼프 당선인이 젊은 남성 유권자를 휘어잡는 데 배런의 역할이 크게 작용했기 때문이다.

배런이 트럼프 당선인에게 젊은 남성들의 정치적 영향력에 대한 중요성을 일깨워주면서 이들이 모여있는 온라인 커뮤니티 ‘매노스피어(Manosphere)’와 인연을 맺게 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네이처가 발간하는 ‘인문사회과학 커뮤니케이션’에 따르면 매노스피어는 트랜스젠더와 반페미니즘, 여성혐오 등의 주제를 광범위하게 홍보하는 온라인 커뮤니티 집단을 뜻한다. 이러한 주제는 ‘정치적 올바름(PC주의)’을 내세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정책과 대척점에 해당한다.

트럼프 당선인이 지난 8월 유명 게임 스트리머 애딘 로스의 라이브 방송 출연을 매노스피어의 세계와 인연을 맺은 결정적 장면으로 WSJ은 소개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당시 방송에서 진행자 로스를 향해 “아들 배런이 당신의 열렬한 팬인데 인사를 전해달라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내가 아는 것은 아들이 ‘아버지는 이 인터뷰가 얼마나 큰일인지 몰라요’라고 말해줬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로스는 “배런은 멋지고 놀랍고 훌륭한 아이다. 키도 매우 크다”고 화답했다.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강조하는 ‘나의 몸 나의 선택’ 시위 [EPA = 연합뉴스]

WSJ은 “(선거 전략에서) 배런은 분명히 역할하고 있다. 그는 우리 연령대에 있고 현재 누가 인기 있는지를 잘 안다”는 배런 친구의 말을 인용해 전했다. 이 방송 이후 트럼프 당선인은 로건 폴 등 다른 유튜버들의 방송에도 출연하는 등 매노스피어와의 접촉을 늘려왔다. 트럼프 당선인의 열성 지지자인 블레이크 마넬은 매노스피어에 대해 “기존 정통 미디어가 외면하거나 간과한 토양에서 자라난 유기체”라며 “35세가 넘었으면 이를 몰랐을 것”이라고 WSJ에 설명했다.

WSJ은 매노스피어를 두고 “태도와 주제가 매우 다양한 유튜버와 온라인 장난꾸러기 등을 포괄하는 세계로, 일부는 장난스럽고 일부는 사악하다”면서 “그들을 관통하는 것은 ‘형제들의 세계(브로덤·Bro-dom)라는 모호한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과거의 선정적인 TV쇼나 남성 잡지 등 현재 주류 미디어에서는 환영받지 못하는 감성을 공유하고, 가상화폐와 에너지음료,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를 좋아한다.

UFC 데이나 화이트 대표 [AP = 연합뉴스]

종합격투기 단체 UFC 역시 강력한 남성성을 내뿜으면서 매노스피어에서 각광을 받고 있다. 데이나 화이트 UFC CEO는 트럼프 당선인과 오랫동안 인연을 맺어 온 지지자 중 한 명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 6월 화이트 CEO와 함께 UFC 경기가 열리는 케이지 옆에 앉아 관중의 갈채를 받았다. WSJ은 “매노스피어의 스타들은 화이트와 UFC를 통해 트럼프를 만났다고 회상할 것”이라면서 “UFC가 그들을 묶어 트럼프 당선인과의 접점을 제공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당선인의 재집권이 확정된 후 매노스피어의 활동이 더욱 활발해졌다. 전략대화연구소(ISD)에 따르면 대선 다음날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너의 몸, 나의 선택(your body, my choice)‘과 ’주방으로 돌아가(get back to the kitchen) 언급이 4600% 급등했다. 이는 여성의 자기 결정권을 지지하는 ‘나의 몸, 나의 선택(My body, my choice)’을 조롱의 의미로 패러디한 것이다. 또 주방을 언급한 것은 전통적 성 역할을 강요하며 여성의 위치로 가정 내로 제한하라는 요구를 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