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졸업하고 처음 큰 배 탔는데…” 금성호 실종자 가족들 ‘망연자실’

제주 한림항서 소식 기다려
“할 수 있는 게 없어” 눈물만

‘135금성호’ 침몰 사흘째인 10일 제주 하늘은 먹구름이 드리워 온종일 어둑어둑했다. 제주시 한림항 인근에 마련된 사고 대책본부에선 실종자 가족들이 애끓는 심정으로 구조 소식을 기다렸다.

어로장 구모씨(60)의 동생은 “너울이 심해 오늘은 사고 해역을 못 나가고 내일 나갈 수 있다고 들었다”며 안타까워했다.

실종자 가족들은 사고 당일인 지난 8일과 9일 속속 제주에 도착했다. 일부 실종자 가족은 사고 대책본부 앞에서 도저히 믿기지 않는 듯한 얼굴로 서 있었다. 또 다른 가족은 슬픔에 몸을 가누지 못해 부축을 받기도 했다. 눈물을 쏟아내던 한 실종자 가족은 “살아 있을 것이라는 생각만으로 견디고 있다”며 “점점 희망을 놓게 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애를 태웠다. 그는 “누구의 잘잘못을 따질 필요가 없다”면서 “어떻든지 실종자를 빨리 구해달라”고 말했다.

아직 발견되지 않은 선원 11명 중 가장 나이가 어린 A씨(19)의 어머니는 함께 있던 시누이를 껴안고 흐느꼈다. 고등학교 실습시간 때부터 작은 배를 타왔던 A씨는 올해 학교를 졸업하고 처음으로 큰 배(135금성호)를 탔다. A씨 고모는 “배를 탄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사고는 상상도 못했던 일”이라면서 “하루 종일 뉴스에서 사고 소식을 들었지만 조카가 일을 당한지는 몰랐다”며 연신 눈물을 훔쳤다.

실종자 B씨의 어머니는 아들의 사고 소식을 듣고 전날 인천에서 비행기를 타고 제주도로 급히 왔다고 했다. B씨가 뱃일을 좋아해 스무 살 무렵부터 30년 가까이 선원 생활을 해왔다고 밝힌 그는 “해경 함정을 타고 사고 해역을 찾았는데, 아들이 저 아래 어딘가 있다고 생각하니 한없이 아득해지고 힘이 빠졌다”며 눈물을 흘렸다.

가족들은 좀처럼 진전이 없는 수색과 사고 원인 규명에 답답함을 토로했다. 실종자 C씨의 형은 “선장이 있으면 사고 원인 등 답이 나올 텐데 선장도 실종됐다고 하니 누구한테 물어볼 수도 없다”면서 항해사가 경찰에 어떤 말을 했는지 아느냐고 기자에게 되묻기도 했다. 그는 “3일 전쯤 동생과 통화했을 때 열흘쯤 되면 돌아온다고 했다”면서 “동생한테 사고가 날 것이라곤 생각지도 못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제주 | 오동욱 기자 5dong@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