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블루밸리산단과 지구생물체는 항복하라
정보라 작가의 책 <지구 생물체는 항복하라>에서는 포항의 특색 있는 바다 생물체가 나온다. 상어와 문어가 그것이다. 그중 상어는 ‘돔배기’라고 하여 제사상에 빠지지 않고 올라오는 음식이다.
바다 생물체는 각자의 특징을 가진 채 먹이사슬을 이루며 산다. 이는 바다 생물체가 본래 그러하기에 옳다 그르다 함부로 말할 수 없다. 마치 제사상은 가가례가 있어 누구 집 제사상이 맞다고 할 수 없듯이 말이다. 하지만 인간은 바다 생물 본연의 가치를 무시한 채 오직 쓸모의 논리로만 재단한다. 그들의 가치가 상품 가치로 전락하는 순간이다.
당장 상어만 봐도 그렇다. ‘상어’ 편에서 사기꾼은 상어를 두고 “생명공학적으로 엔지니어링된 치료용 목적의 특수 상어이다”라고 말한다. 생명공학기술을 이용해 상어 유전자를 인간의 입맛에 맞게끔 조작하고 자랑스레 떠벌린다. 또한 사기꾼은 “상어 간에서 추출한 피스트릭스-레킨 성분은 암세포의 증식을 억제한다”고 설명한다. 상어를 그저 건강기능식품의 원료쯤으로 격하하는 데 거리낌이 없다. 상어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지 않고 오직 쓸모의 논리로만 바라볼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알 수 있다.
그렇다고 인간이 상어와 별반 다른 것도 아니다. 인간도 쓸모의 논리 탓에 본연의 가치를 추구하지 못하고 문어 잘리듯 잘려나간다. ‘문어’ 편에서는 강사법 시행으로 대학 당국이 강사를 대량 해고하는 사태가 나온다. 대학 강사의 처우 개선을 주요 골자로 하는 강사법이 시행되자 대학 당국은 비용 운운하며 강사들을 대량 해고한다. 그로 인해 주인공은 자부심을 느끼며 지켜왔던 강단을 떠나야 했다. 쓸모의 논리가 한 사람의 존재 가치를 파괴한 것이다. “나는 학생을 사랑했고 강단을 사랑했고 교육의 가치를 진심으로 믿었다. 그것이 내 존재의 의미였다.” 이 문장이 더욱 가슴 절절히 다가온다.
지금 포항 앞바다가 처한 상황은 소설과 판박이다. 포항시는 블루밸리산단이라며 2차전지 산업공단을 조성했다. 문제는 공단에 입주한 기업이 2차전지 폐수를 포항 앞바다에 아무렇게나 버린다는 점이다. 포스코 제철소에서 노동자의 폐암 발병으로 도시가 쑥대밭이 된 게 엊그제인데 또다시 쓸모의 논리가 해양 파괴를 용인한 것이다. 2차전지 폐수에는 고농도 황산염과 중금속이 있어 해양 생태계에 미치는 악영향이 매우 크다. 이를 방치하면 바다 생물의 터전도, 어민들의 삶도 모두 망가질 수 있다. 나아가 상어, 문어의 서식지 파괴는 곧 생물 다양성 파괴로 이어져 포항 고유의 문화마저도 사라질 수 있다. 사안이 이리 심각한데도 포항시는 경제성이나 운운하며 2차전지 폐수 방류를 사실상 구경만 하고 있다.
포항시는 바다와 어민들의 자부심을 파괴하면서 얻고자 하는 게 무엇인가? 대답은 뻔하다. 바다 환경이 일부 훼손되더라도 그만큼 더 많은 일자리가 창출돼 주민소득이 오를 테니 괜찮다는 식으로 말할 것이다. 하지만 소득이 오르더라도 폐암 등 직업성 암에 걸린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경제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무차별식 개발을 합리화하는 태도는 이제 그만 지양해야 한다. 포항 시민이 바라는 것은 경제 발전만이 아니다. 오늘도 어제처럼 영일대 바다를 맨발로 걸으며 하루를 마무리하는 자연친화적인 삶이다.
염상열 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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