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기 단축근무 신청에 “일할 마음 없나?”…여전한 ‘육아 불이익’

직장갑질119, 임신·출산·육아 갑질 분석
‘직장 내 괴롭힘’ 26건으로 가장 많아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이미지투데이

“육아기 단축근무를 신청하려고 했는데, 대표가 ‘일할 마음이 없어 보인다’네요.”

정부가 일과 생활의 균형을 통해 출생률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근로현장에서는 여전히 ‘육아 불이익’이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시민단체 ‘직장갑질119’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올해 5월까지 제보자 신원이 확인된 ‘임신·출산·육아 갑질’ 제보 41건의 갑질 유형(중복)을 분석한 결과, ‘직장 내 괴롭힘’이 26건으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부당한 평가나 인사 발령 조치 13건 ▲단축 근무 거부 10건 ▲해고나 권고사직 5건 ▲연차 사용 거부 5건 등으로 집계됐다.

제보자들은 현행법이 보장한 ‘육아 관련 제도’를 사용한다는 이유로 직장에서 불이익을 겪기도 했다.  

A씨는 육아휴직 기간이 끝나고 복직해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을 신청하려고 했지만, 대표에게 “일할 마음이 없어 보인다”는 말만 들었다.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도는 8세 이상 자녀를 둔 근로자가 1년(육아휴직 미사용 시 2년) 동안 주당 15∼35시간을 근무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정부는 중소기업 근로자들도 눈치 보지 않고 해당 제도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7월부터는 중소기업에 ‘단축업무 분담 지원금’을 주고 있다. 하지만 일부 기업에서는 지원금조차 소용이 없었던 셈이다.

직장갑질119 관계자는 “대다수 직장에서 추가 수당 없이 장시간 근무를 하는 경우가 많아 육아기 근로 시간 단축 등의 제도를 사용하려 해도 사내 지지를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육아휴직 전 하던 업무에서 배제된 사례도 있었다. B씨는 “육아휴직 복직 이틀 전 회사에서 전화가 와 원래 일하던 사무실에 책상을 놔줄 수 없고 다른 곳으로 재배치하겠다고 했다”고 털어놨다.

직장갑질119 출산육아갑질특별위원회 위원장인 권호현 변호사는 “장시간 노동 관행, 포괄임금제 등 공짜 노동 문화가 바뀌지 않는다면 육아 관련 제도의 효과는 제한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