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원 석권 ‘힘’ 업고 정책 드라이브…‘미국 우선주의’ 고율 관세 예고
미국 우선주의를 강조하며 임기 내 고율 관세 부과를 예고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을 보며 1930년대 ‘대공황’의 악몽을 떠올리는 이가 많다.
당시 대규모 관세 인상이 대공황의 단초가 됐던 것처럼 트럼프 당선인의 관세 인상 기조가 경기침체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1기 집권 당시 대중국 관세를 대폭 올렸던 트럼프 당선인은 공화당의 상·하원 동시 석권에 힘입어 관세 정책에 드라이브를 걸고 정책 수위도 높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관세 인상의 노림수는 크게 두 가지다. 보호무역으로 자국 제조업을 보호하고 ‘온쇼어링’(기업의 자국 내 생산 확대)을 추진함과 동시에, 법인세와 소득세 인하로 줄어드는 세수를 메우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시장에선 1930년대 전 세계를 공포에 빠트렸던 ‘스무트-홀리 관세법’(Smoot-Hawley Tariff Act)이 재현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트럼프 당선인의 관세 정책이 실현될 경우 “1930년 스무트-홀리 관세법이 초래한 충격보다 더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1930년 시행된 스무트-홀리법은 수입품에 20세기 들어 최고 수준인 평균 59%, 최고 400%의 관세를 부과한 법이다. 경기가 흔들리던 당시 보호무역을 통해 농업과 경공업 등 노동집약적 산업을 보호해야 한다는 취지로 도입됐다. 수출 타격을 우려한 중공업 및 자동차 업체들과 당시 집권당인 공화당에서도 반대 의견이 나왔지만 강행 추진됐다.
결과는 파국이 됐다. 1932년 기준 관세가 적용된 수입품에는 평균 59.1%, 전 수입품에는 평균 20%의 관세가 부과됐는데, 유럽 등도 보복관세를 단행하며 같은 기간 무역량이 급감하고 실업률이 증가하며 경기가 크게 침체됐다. 이를 계기로 미국은 자유무역으로 선회했고, 관세율을 결정하는 권한도 의회가 아닌 대통령이 갖게 됐다.
미국의 싱크탱크 택스 파운데이션(Tax Foundation)은 트럼프 당선인의 정책이 시행되면 현재 2~3%인 미국의 평균 관세율이 1934년 이후 최대 수준인 17.7%까지 높아질 것으로 추산했다. 실제 채권시장에선 트럼프 당선 이후 관세 인상이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에 미 국채 10년물 금리가 연 4.5% 수준까지 상승한 바 있다.
일각에선 트럼프 당선인도 취임 후에는 경기둔화를 고려해 관세 인상 수준을 조절할 것이란 반론도 나온다. 관세 인상이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트럼프 1기에는 중국 판매기업들이 제품 가격을 낮추며 적응했고, 스무트-홀리법 시행 당시에는 대공황으로 디플레이션(물가 하락)에 빠진 바 있다.
물가 경로는 불확실하지만 경기둔화 가능성은 커질 수 있다. 무역량이 감소해 총수요가 꺾일 수 있기 때문이다. 강현기 DB금융투자 연구원은 “보호무역주의가 대두했던 트럼프 1기 당시 글로벌 총수요 위축이 미국에도 영향을 미치며 구인자 수와 구인율을 하락시켰다”며 “구인율 하락은 실업률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경민 기자 kim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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