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탄 전쟁’ 아닌 ‘글로벌 무역 전쟁’…한국 경제 ‘유탄’ 걱정
우방과도 보편 관세·FTA 개정 통상 압력·원달러 환율 불확실성
기재부 “트럼프 공약 현실화 대비 여러 시나리오 준비” 신중 모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재당선으로 한국 경제의 하방 압력이 커지고 있다. 한국은 미국의 보편 관세 부과·무역수지 개선 압력·환율 불확실성 증대 등 3대 리스크에 마주했다. 특히 트럼프 당선인의 보편 관세 정책은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
■ 보편 관세 리스크
각국은 트럼프 2기 행정부가 ‘글로벌 무역전쟁’을 재개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중국에 최대 60%, 나머지 수입국에 10~20%의 보편 관세를 매기겠다고 공언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유럽연합(EU) 등 우방국과도 관세전쟁을 할 가능성이 있다. 실제 EU는 트럼프 1기 행정부가 2018년 유럽산 철강(25%)과 알루미늄(10%)에 관세를 매기자 2019년 할리데이비슨 오토바이, 버번위스키, 리바이스 청바지 등 미국 수입품에 보복 관세를 부과한 바 있다. 관세전쟁은 세계 경제에 악재로 작용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달 “대규모 무역전쟁은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7% 가까운 손실을 초래할 수 있다”고 했다.
관세 장벽은 한국 수출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트럼프 당선인의 보편 관세 정책이 현실화하면 한국 수출이 최대 448억달러(약 63조원)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 기업들이 대체수요나 다른 수출통로를 찾지 못하면 실질 GDP는 약 0.29~0.67% 떨어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 통상 압력 리스크
트럼프 정부는 한국에 무역수지 개선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대미 무역수지 흑자는 해마다 늘어나 지난해 역대 최대인 444억달러(62조원)를 기록했다. 미국은 미국산 쇠고기 등 농축산물 추가 개방을 요구하거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을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 정대희 농촌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과의 무역수지 적자를 만회하기 위해 농업 부문에서 FTA 개정을 압박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트럼프 당선인의 FTA 재협상 최우선 대상국은 캐나다와 멕시코다. 트럼프 당선인이 선거 기간 한·미 FTA 재개정을 언급한 적은 없다.
미 의회의 상호무역법 제정은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에 무역수지 개선을 요구할 때 또 다른 압박 카드가 될 수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미국과 교역하는 국가의 관세가 더 높으면 미국도 상대국과 같은 관세를 매길 수 있는 상호무역법을 제정할 방침을 밝혔다. 상호무역법이 미 의회를 통과하면 미국은 한국에 ‘보복 관세’를 매길 근거가 생긴다.
■ 환율 변동 리스크
원·달러 환율 불확실성도 커졌다. 트럼프 당선인의 관세 장벽과 대규모 감세 공약은 강달러를 유발한다. 모든 수입품에 10~20%의 보편 관세를 물리면 미국 수출이 줄고 달러의 국내 유입이 줄어 달러 가치가 높아진다. 감세 정책으로 미국 국채 발행이 늘어나면 국채금리가 올라 달러 가치도 오른다.
그러나 트럼프 당선인은 자신의 경제 정책과 모순되는 약달러 정책을 추진할 뜻을 펴왔다. 약달러를 통해 미국의 수출 경쟁력을 높여야 핵심 지지 기반인 러스트벨트(쇠락한 공업지대)를 부흥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는 ‘트럼프 후보의 환율정책, 현지 반응과 영향 전망’ 보고서에서 트럼프 당선인이 달러 가치를 떨어뜨리기 위해 ①미국 재무부의 ‘외환 안정화 기금’을 이용한 외환시장 개입 ②미국 연방준비제도에 금리 인하 압박 ③외국 자본이 미국 내 자산 구입 시 특별 과세 ④관세를 지렛대로 한 외국 통화가치 인상 압박 등을 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기획재정부는 이번주부터 관계부처 합동회의를 통해 트럼프 2기 행정부 정책이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다만 정부는 트럼프 당선인이 모든 대선 공약을 실행할지는 지켜봐야 한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기재부 관계자는 “트럼프 집권 1기 때도 전체 공약의 절반 정도만 실행됐다”며 “트럼프 당선인의 공약이 현실화할 것에 대비해 여러 시나리오를 준비하고 있으나, 아직 확정되지 않은 미국 정책에 대해 당장 무엇인가를 결단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설명했다.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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