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생도 베팅, 판돈 2억 건 고교생... 온라인 도박 절반이 청소년
작년 경찰에 검거된 온라인 도박 사범 중 절반은 청소년인 것으로 10일 나타났다. 최연소 도박 피의자는 9세 초등생이었고 12세 초등생도 8명이나 있었다. 이들은 왜 온라인 도박을 했냐는 질문에 “온라인 게임처럼 재미있으니까 그냥 즐겼다”고 진술했다. 2억원 가까운 판돈을 내건 ‘큰 손’ 16세 고교생도 있었다. 온라인 도박이 초등생들의 ‘취미 생활’이 될 만큼 교육 현장에 깊숙이 침투했는데도 당국의 대처가 미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청은 지난해 9월 25일부터 지난달 31일까지 사이버 도박 특별 단속을 진행한 결과 도박 사범 9971명을 검거했다. 이 중 4715명(47.2%)이 청소년이었다. 경찰은 직전 단속 기간인 2022년 9월부터 지난해 9월까진 청소년 도박 사범을 162명 검거했는데, 1년 새 27배 넘게 폭증한 것이다. 연령별로는 17세가 1763명(38%)으로 가장 많았다. 16세(1241명·26%), 18세(899명·19%), 15세(560명·12%), 14세(206명·4%), 13세(37명·0.8%) 순이었다.
경찰에 파악된 청소년 도박 금액은 총 37억원으로, 1인당 평균 78만원꼴이었다. 이 중 1억9000만원의 판돈을 걸고 바카라 도박에 나선 16세 남학생도 있었다. 이 학생은 용돈 등 소액 종잣돈을 도박으로 굴려 거액의 판돈을 마련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관계자는 “운이 극히 좋은 경우”라고 했다. 중고생 16명은 도박 사이트를 직접 운영했고, 13명은 도박 사이트 개발과 관리에도 관여했다. 도박 사이트 운영 과정에서 대포 통장 등을 관리한 8명과 도박 광고에 나선 6명도 경찰에 붙잡혔다.
중·고교생이 합심해 직접 도박 서버를 제작하고 운영했다가 경찰에 적발된 사례도 있다. 부산경찰청은 지난 4월 청소년 등 1500명을 상대로 인터넷 도박을 유도해 2억여원을 송금받아 2000만원대의 범죄 수익을 올린 10대 일당 16명을 검거했다. 중학생인 총책 A군과 서버 관리자인 고등학생 B군은 소셜미디어 ‘디스코드’에 도박 서버를 만들어 운영했다. 사이버 판돈을 충전하거나 환전하는 직원도 중학생으로 뽑았고, 돈을 송금받는 계좌 역시 중·고교생 5명 명의로 10만~20만원에 사들인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에 붙잡힌 도박 이용자도 대부분 10대인데, 초등학생 1명도 포함됐다.
도박에 빠진 청소년들은 도박 자금과 생활비를 벌기 위해 총판이 되고, 이들이 끌어들인 청소년들은 다시 하부 총판이 돼 주변 친구들을 도박에 끌어들였다. 경기북부경찰청은 지난 3월 두바이, 인도네시아 등 해외에 기반을 둔 5000억원대 불법 도박 사이트 조직원들을 검거했다. 중학교 2학년 학생들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10대 청소년 12명을 총판으로 이용해 회원으로 끌어들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 사이트는 회원 150명 규모로 2019년 12월부터 3월까지 5년여간 운영됐다. 중·고생 총판들은 학교에 다니면서 텔레그램에서 광고 채팅방을 운영하거나 입소문을 내 주변 친구들을 도박에 끌어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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