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속 ‘나노 플라스틱’, 항생제 ‘약발’ 떨어뜨린다?
0.001㎜ 미만의 작은 플라스틱 조각을 섭취하면 기관지염과 폐렴 치료 등에 사용되는 특정 항생제의 기능이 떨어진다는 분석이 나왔다. 약을 먹어도 잘 낫지 않는다는 뜻이다. 플라스틱 쓰레기가 환경을 망칠 뿐만 아니라 질병 치료에도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연구여서 플라스틱 사용 규제에 대한 논의에 불이 붙을지 주목된다.
최근 오스트리아 빈대학과 독일 본대학, 헝가리 데브레첸대학 연구진은 일상에서 자주 쓰는 플라스틱 성분인 폴리에틸렌과 폴리프로필렌, 폴리스티렌, 나일론에서 비롯된 ‘나노 플라스틱’이 일부 항생제 효능을 저해할 수 있다는 점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 최신호에 게재됐다.
나노 플라스틱은 크기가 0.001㎜ 미만인 플라스틱 조각을 뜻한다. 큰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기계 부품, 식품용 밀폐용기, 포장용 필름 등이 버려진 뒤 햇빛과 파도 등에 노출되면서 잘게 부서져 생긴다. 크기가 매우 작기 때문에 먹고, 마시고, 숨 쉬는 과정을 통해 인체에 쉽게 들어간다.
연구진은 인간과 쥐 세포를 통한 실험에서 나노 플라스틱이 항생제인 ‘테트라사이클린’의 작용을 방해한다는 점을 규명했다. 테트라사이클린은 기관지염과 폐렴, 콜레라, 골수염, 방광염 등 여러 질병에 쓰인다. 치료 작용이 막히는 것은 나노 플라스틱이 분자 수준에서 테트라사이클린을 강하게 옭아매기 때문이다. 테트라사이클린이 양팔이라면 나노 플라스틱은 포승줄인 셈이다. 양팔이 포박된 사람은 글씨를 쓸 수도, 숟가락을 들 수도 없다. 나노 플라스틱과 만난 테트라사이클린도 본래 기능을 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연구진은 “나노 플라스틱은 생물학적으로 심각한 영향을 끼친다”며 “다른 약물에도 문제를 일으키는지 추가 연구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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