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에 위태로운 한약 자원, 어떻게 극복할까[알아두면 쓸모 있는 한의과학]
올해 여름은 무척 더웠다. 그런데 최근에는 이런 날씨가 유난스러운 일이 아니라 일상이 된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지구 온난화로 인해 생태 위기가 나타난다는 얘기는 오래전부터 있었지만 최근 몇년만큼 이를 직접적으로 체감할 기회는 없었던 듯하다.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는 생태계에 존재하는 생물 중에서도 식물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온도 상승으로 인해 남쪽 지방에서 재배되거나 자생하는 식물이 점차 북쪽으로 이동하고 있다. 최근 농촌진흥청 연구에 따르면 연평균 기온이 1도 상승할 때마다 특정 농산물을 키우기에 적합한 땅, 즉 재배 적지는 약 81㎞ 북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급격한 온도 상승은 자생 식물에게 적응 기간을 주지 못해 멸종 위기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온도 상승뿐만 아니라 급격한 계절 변화, 강수량 급변 등은 자생 식물 생태계에 큰 위기를 가져올 것이다.
자생 식물 생태계의 위기는 한의약의 주된 치료 수단인 한약 자원의 안정적인 공급에도 크게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대표적인 것이 인삼이다. 인삼은 서늘한 기후에서 잘 자라는 약용작물로, 기후변화로 인해 향후 한국에서 재배 가능한 지역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측된다.
다른 약재도 마찬가지다. 부인과 질환에 많이 사용하는 당귀의 경우 재배 적지가 2020년 36만헥타르(㏊)에서 2060년에는 1만5000㏊로 감소할 것으로 예측된다. 혈액 순환 개선에 쓰이는 천궁 또한 재배 적지가 2020년 41만9000㏊에서 2060년에는 6만4000㏊로 급감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위기를 타개하고 한약 자원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 크게 3가지 방향의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첫 번째는 환경변화의 영향이 미치지 않도록 인위적으로 조성한 공간인 스마트팜이다. 스마트팜에서는 각각의 한약재에 맞는 생육 환경이 인공적으로 만들어져 재배가 이뤄진다. 최근 한국한의약진흥원, 한국한의학연구원,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등 다양한 기관에서 한약재 스마트팜 재배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두 번째는 환경변화에 강인한 품종을 개발하는 것이다. 기후변화로 생기는 고온과 가뭄에 강한 품종을 개발해 다양한 환경에서도 안정적으로 클 수 있는 작물을 연구하는 것이다. 농업진흥청 등을 중심으로 많은 품종이 개발되고 있다.
마지막으로는 대체 본초 개발이다. 대체 본초는 전통 한약재를 대신하거나 보완하기 위해 사용되는 새로운 약재를 의미한다. 계통이 비슷한 식물 중 효능이 유사한 식물을 찾아내거나 발효 등의 기술을 통해 유효 성분의 함량 비율을 높이는 것이다. 세포배양과 추출을 통해 유효성분을 획득하는 방식도 포함된다.
원래는 기존 한약재의 공급 부족, 가격 상승, 품질 저하 등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시작된 기술이지만, 앞으로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방안으로서 점차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요컨대, 기후변화 시대의 가장 큰 화두는 ‘지속 가능성’이다. 다만 매년 ‘관측 이래 최초’라는 뉴스가 등장하는 예측 불가능의 시대에 이를 실천하는 일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앞서 지속 가능한 한약 자원 공급을 위한 많은 노력에 대해 설명했지만, 이러한 기술도 하나의 방편일 뿐이다. 복잡하게 연결된 생태계의 특성상 기후변화에 따른 미래의 위험은 예측하기 어렵다. 근본적으로는 기후변화를 늦추기 위한 노력이 우선돼야 할 것이다.
이준혁 한국한의학연구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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