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임현택 탄핵은 사필귀정…새 회장 중심 원팀 돼야”
13일 비대위원장 투표…내일부터 이틀간 후보 등록
(서울=뉴스1) 조유리 김규빈 강승지 기자 =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이 취임 6개월 만에 탄핵되며 불명예스럽게 물러났다. 가결 요건 150표를 훌쩍 넘긴 170표 찬성으로 불신임 안이 가결된 데 대해 의료계는 예정된 수순이었다는 반응이다.
의협은 10일 오후 2시 서울 용산구 의협 회관에서 임시 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회장 불신임안을 의결했다. 개표 결과, 재적 대의원 248명 중 224명이 출석해 투표에 참여했고 찬성 170표, 반대 50표, 기권 4표로 임 회장의 불신임 안을 통과시켰다.
의협 회장 탄핵 가결 요건은 재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 출석에,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이날 출석 대의원은 224명이었고, 임 회장 탄핵안이 통과하려면 150표 이상이 필요했다. 개표 결과 찬성표는 이 보다 20표가 더 많은 170표에 달했다.
투표 전 임 회장은 "여러분의 기대를 온전히 충족하지 못한 저의 부족함을 통감하며 진심으로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며 "지난 선거에서 보여주신 회원 여러분의 성원과 지지가 결코 헛되지 않도록, 제 모든 힘을 쏟겠다"고 지지를 호소했지만 대의원들의 마음을 돌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불신임 결과 발표 후 임 회장은 심정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며 지하 1층에서 4층까지 계단을 뛰어 올라갔다. 의협 회장이 임기 중 물러난 것은 지난 2014년 노환규 전 회장에 이어 두 번째다.
두 번째 안건인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설치안은 절차상 문제로 재투표가 진행된 끝에 가결됐다. 의협은 비대위원장 투표 날짜를 정하며 임총을 마무리 지었다.
비대위원장 후보 등록 공고는 11일 발표되며, 12일까지 이틀 간 후보 등록이 진행될 예정이다. 이어 13일에 비대위원장 투표가 이뤄진다. 후보 등록은 제한이 없어 일반 회원도 가능하다. 보궐선거는 선거관리위원회 규정상 60일 이내로 되어 있지만, 의협은 이보다 이른 시일 내에 보궐선거를 치를 수 있도록 선거관리 규정 개정은 논의 중이다.
이날 임 회장이 탄핵된 데 대해 의료계는 대체로 예상했다는 반응이다. 표결 직전, 총회장에서 만난 A 대의원은 "의협이 구심점이 돼서 전공의 목소리를 같이 끌고 가야 했던 건 당연한 이야기"라며 임 회장 체제의 아쉬움을 드러냈다.
탄핵안 가결 이후 만난 B 대의원은 "인심을 잃은 거다. 쉴드(방어) 쳐준 사람은 많았지만 전혀 먹히지 않았다"고 했다. 또 다른 C 대의원은 "지금은 전공의, 의대생하고도 (의견 조율이) 안 됐고 대의원회도 안 됐고 시도의사회장이랑도 안 됐고 혼자 동떨어져서 일을 그렇게 해서"라고 했다.
임 회장과 대립각을 세워 온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대위원장은 표결 직후 기자들을 만나 "사필귀정이라고 생각하고 앞으로 어떻게 할지는 더 논의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박 비대위원장은 자신의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임 회장 탄핵 기사를 공유하며 "결국 모든 일은 바른길로"라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차기 회장으로 거론되는 주수호 전 의협 언론홍보위원장은 자신의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의협 대의원들의 현명한 판단에 경의를 표한다"고 밝혔다.
이날 임 회장 탄핵안과 함께 가결된 비대위 설치에 대해서 의료계는 차기 회장과 함께 한 팀으로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택우 전국시도의사협의회장은 "어쨌든 비대위로 전환하기도 했고 새로운 회장이 탄생되기 전까지는 안정적으로 비대위를 거쳐야 할 것 같다. 후임 회장이 선출되면 뜻을 맞춰서 원팀으로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하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결국은 전공의·의대생이 투쟁의 주체이고 그들은 미래를 포기하고 나왔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전공의와 학생들의 뜻을 존중하고, 결국은 그런 방향으로 회무가 진행되는 게 저는 가장 중요할 것 같다"고 앞으로의 방향성에 대해 언급했다.
11일로 예정된 여야의정협의체 출범에 대해 의료계는 크게 기대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최창민 전국의과대학교수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 위원장은 임 회장 탄핵안 가결에 대해 "전공의와 학생들이 강하게 의사 표현을 했으니까, 그 영향을 많이 받은 것 같다. 밖에서 보기에 답답했을 거다"라고 말하며 앞으로 협의체 향방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최 위원장은 "새로운 회장을 빨리 뽑을 수는 있지만, 새로 하시는 분이 정치적으로 뭘 할지에 따라 달린 거다"라며 "저희는 2025년 정원을 얘기해야 (협의체에) 참여하는 거라 급할 게 없다"고 했다.
이어 비대위 구성이 전공의 중심으로 될지 묻자 "그렇지는 않을 것 같다. 그렇지만 키는 전공의가 잡고 있기 때문에 거기서 어떻게 하는지에 달린 것 같다"고 전했다.
D 대의원은 "그러니까 회장은 누가 해도 어려운 건데, 리더의 역할이 매우 크다. 흩어져 있는 의견을 취합하는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이 돼야 한다"며 차기 회장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ur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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