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청도설] ‘아보하’

정상도 기자 2024. 11. 10.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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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 수성구 대구간송미술관 개관전 '여세동보(與世同寶)-세상 함께 보배 삼아'를 보면서 '진품의 아우라'를 제대로 맛봤다.

대구간송미술관에 지금 관람객이 몰리고 개관전이 호평을 받지만 그 속내가 간단치 않다.

사업비 과다와 서울 및 부산으로 양분된 분관 운영 시비가 일단락 되기도 전에 부산시는 퐁피두센터 분관 뿐만 아니라 오륙도 아트센터와 숲속 갤러리를 더한 '이기대 예술공원 명소화' 정책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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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 수성구 대구간송미술관 개관전 ‘여세동보(與世同寶)-세상 함께 보배 삼아’를 보면서 ‘진품의 아우라’를 제대로 맛봤다. 혜원 신윤복 ‘미인도’를 마주할 때도, 신윤복 화첩 속 ‘월하정인’을 살필 때도 ‘직관’의 희열이 솟구쳤다. 관람객 무리에 떠밀리면서도 차마 발걸음을 떼지 못할 정도였다. 한국의 ‘모나리자’ 아닌가. 달빛 아래 청춘 남녀가 빚는 로맨스의 여백은 또 어떤가.


이 호사를 선사한 전형필(1906~1962)은 스승인 오세창에게서 간송(澗松)이란 호를 받았다. 깊은 산속에서 흐르는 물 간(澗)자와 소나무 송(松)자를 더한 호에 걸맞게 그는 고미술의 가치를 일깨워 ‘문화로 나라를 지킨다’(文化保國·문화보국)는 가르침을 따랐다. 미술관 건물 자체가 이를 구현하고 있다. 해질녘, 팔공산을 배경으로 선 입구 기둥 11개가 오롯하다. 왜 하필 11개냐고 묻지 마라. 어찌하다 보니 그렇게 됐을 뿐이란다. 분명한 건 ‘여기 간송의 마음이 깃들었소’ 하는 취지다.

늦가을 하루를 보낸 그날은 마음이 뿌듯했다. 이를 달리 말하면 아주 보통의 하루(아보하)라 하겠다. ‘트렌드 코리아 2025’(김난도 등 지음·미래의창)가 제시한 개념이다. 전쟁 같은 일상을 보내는 요즘,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낸 하루다. 차 한잔의 여유도 괜찮다. 그 바탕은 문화의 힘이다. 스웨덴의 ‘라곰’, 덴마크의 ‘휘게’에서 북유럽 문화가 싹텄다.

대구간송미술관에 지금 관람객이 몰리고 개관전이 호평을 받지만 그 속내가 간단치 않다. 처음 미술관을 짓자고 했을 때 대구에서 큰 논란을 빚었다. 왜 사립미술관 개관과 운영에 시비를 쓰느냐는 게 쟁점이었다. 공익 감사를 거치고 잘못된 행정 절차를 바로잡는 과정이 만만찮았다.

퐁피두센터 분관 건립을 두고 찬반이 대립하는 부산엔 반면교사다. 사업비 과다와 서울 및 부산으로 양분된 분관 운영 시비가 일단락 되기도 전에 부산시는 퐁피두센터 분관 뿐만 아니라 오륙도 아트센터와 숲속 갤러리를 더한 ‘이기대 예술공원 명소화’ 정책을 내놨다. 박형준 시장은 이른바 ‘하이엔드 문화’를 통한 낙수효과를 강조하나 반대 여론을 잠재우기엔 역부족이다. 부산 시민이 부산에서 아보하를 즐기려면 이식한 하이엔드도 중요하겠으나 자생적인 부산 풀뿌리 문화 육성이 우선 아닌가. 고전이 변치않은 가치로 시대를 넘어 대접받듯이 부산 문화도 그 뿌리가 튼튼해야 한다.

부산 문화를 지키려면 그 가치부터 곧추세워야 하겠다. 그 가치는 시민이 다지고 다져서 만들어지는 것이지 섣불리 이식한다고 이뤄지지 않는다.

정상도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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