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칼럼] 노년을 잘 지내는 방법
올해 가족 일로 영국 런던을 방문하면서 일주일간 차를 운전하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런던 시내와 외곽을 직접 보게 되었다. 런던은 산이 안 보이는 평지 형태여서 주택들이 우리나라처럼 한 곳에 모여있지 않고 한집의 대문이 보이고 차를 몰고 가야 옆집의 대문이 보인다. 그만큼 런던 시내는 평지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주택 하나를 넓게 사용하고 주택 주위는 나무와 정원으로 둘러싸여져 있었다.
유력신문사의 파리 특파원으로 지내면서 평생을 프랑스에서 거주한 학교 선배 이야기가 문득 생각났다. 선배는 영국과 독일과 프랑스 사람들이 나라마다 노년을 즐겁고 건강하게 지내는 방법을 이야기 해주었다. 영국은 집 주위의 정원을 잘 가꾸는 취미를 가져야 노년을 즐겁게 지낼 수 있다고 한다. 영국의 런던 시내와 외곽은 산이 없고 평지여서 단독주택으로 넓게 살면서 울타리와 정원이 있다. 런던 시내에서 사람을 만나려면 집에서 차로 몇 십분을 이동해야한다. 따라서 노년을 즐겁게 지내려면 내 집의 넓은 앞마당 정원을 잘 가꾸는 취미를 가져야 한다. 독일에서 노년을 즐겁게 지내기 위해서는 이층 베란다에 꽃장식을 잘하는 취미가 필요하다. 독일 마을을 가면 집집마다 꽃 화분이 아름답게 걸려있음을 보게 된다.
마지막으로 프랑스에서 평생을 지낸 선배는 프랑스 사람들은 말년을 즐겁게 지내기 위해서 책방에 간다고 한다. 프랑스 사람들이 독서를 좋아해서 책방에 가는가 했더니만 이유가 다른 데 있었다. 스위스 알프스의 높은 산맥에서 시작되어 점점 낮아지면서 프랑스의 땅은 평지로 유럽의 목장이 되었다. 이 넓고 비옥한 평지에서 포도나 사과 같은 과일과 채소와 육류가 풍부하게 생산되었다. 그만큼 먹을 수 있는 재료가 많이 생산되다 보니 와인과 치즈 잼 같은 발효식품으로 저장되었고 다양한 프랑스 요리가 개발되었다. 평지가 많은 전라도 음식이 다양하듯이 프랑스 사람들은 풍부한 재료를 요리해 오랫동안 저녁을 먹게 되었다. 우리가 1시간 저녁을 먹으면서 끊이지 않고 대화하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프랑스 사람들은 3시간 먹는 저녁 식사동안에 이야기할 소재를 찾기 위해서 책방에 간다고 한다.
한국에 들어오면서 착륙하기 전에 비행기에서 밑을 내려다 보았다. 영국은 산이 안보이고 푸른 평지만 보이는데 한국은 들쭉날쑥한 산지가 대부분이며 산과 산 사이의 좁은 계곡에 높은 아파트와 건물들이 한 곳에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그 결과 상업지역과 고층 아파트 같은 주거지역이 같은 장소에서 공존하면서 살게되었다. 영국같이 정원을 가꾸는 것은 지리적으로 어려운 현실이지만 한편으로는 한국사회가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로 이루어진 재미있는 나라가 되었다.
어느 날 일요일 아침에 잠이 덜깨어서 모처럼 10시까지 안방에 멍하니 앉아있는데 갑자기 집사람한테서 불호령이 떨어졌다. 당신이 집에 있으면 집안 정리가 안되니까 빨리 집 밖으로 나가라고 한다. 그래서 얼떨결에 짐을 싸들고 집 밖으로 쫓기듯 나왔다. 그날 다행히 운동 약속이 있어서 갈 곳이 있었지만 만일 약속도 없이 밖으로 나왔으면 나는 그날 무엇을 하며 지내야 할 지 막막했을 것이다.
그래서 영국과 달리 고층아파트와 상업건물이 가까이 있는 한국에서 노년을 즐겁고 건강하게 지내기 위해서는 집 밖에서 사람과 만날 수 있는 동호회 모임이 필요하다. 향우회나 배드민턴 테니스 골프같이 운동하는 동호회 모임을 통해 사람을 만나는 인간 관계로 맺어지면 노년을 바쁘고 건강하게 지낼 수 있을 것이다.
각 나라마다 지형적인 여건이 달라서 영국은 자연을 통해서, 프랑스는 음식을 통해서, 한국은 사람과의 관계를 통해서 노년을 즐겁게 지내는 방법을 찾게되었다. 관계에서 적당한 긴장감이 첨가되면 더욱 건강하게 지낼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한국은 ‘심심한 천국’이 아니고 ‘재미있는 지옥’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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