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기업들의 사랑을 받을 글로벌허브 도시
한 방송사가 몇 년 전 방영한 드라마에서 부산은 평행세계의 다른 현실인 대한제국의 수도로 그려졌다. 일제 강점기를 거치지 않아 남북이 분단되지 않은 대한제국은 희귀 광물을 전 세계에 공급하는 세계 GDP 4위 국가다. 부산은 문화수도로, 국방상 요충지임을 의미하는 충무공의 동상이 위치해 있다. 이 드라마 속 모습에서 부산의 미래를 그려보게 된다. 현재 우리나라는 IT 기술력과 K-문화로 세계적인 위상을 떨치고 있지만, 부산의 산업 부재로 인한 인구감소가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부산시 인구는 지난달 기준 327만여 명이다. 400만에 육박하던 부산 인구수는 1990년대부터 인근 도시로의 이동으로 감소했으나 2020년부터는 수도권 유출로 줄어들고 있다. 최근 부산의 이러한 실정에도 불구하고 공장부지나 상업용지에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는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다. 주거용 건물 증가가 지역경제 활성화와 인구감소를 해결해주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주택사업 중 재개발사업은 토지소유자의 신규 주택 마련 기회라는 점에서 일정 부분 지역에 기여한다 볼 수 있으나 건설사업만으로 경제효과를 창출하기는 힘들다. 지역경제 견인을 위한 기업유치와 산업 육성이 필요하다.
부산 글로벌허브도시특별법 제정이 목전인데, 이 특별법 제정으로 부산의 경제활성화가 촉진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법안 내용 중 일자리 창출과 관련이 있는 것은 첨단산업 유치를 위한 투자진흥지구 지정과 세금 감면·무관세를 내용으로 하는 국제물류특구 지정이다. 부산시는 첨단산업 유치와 관련해 창업기업 지원을 위한 부산창업청을 설립할 계획이다. 또한 금융·정부기관이 참여하는 2500억 원 규모의 벤처펀드 조성과 세계적인 앵커기업 유치를 추진한다.
특히 현실적으로 빠른 기간 내 일자리 증대를 기대할 수 있는 국제물류특구와 관련해 부산시는 해양수도에서 글로벌 허브로의 도약을 꾀하고 있다. 신항 일대를 공항·항만·철도 트라이포트 거점으로 조성하고, 북항은 해양 행정·문화·관광 기능의 신해양수도로 탈바꿈한다. 해양산업의 디지털 전환 가속화 및 첨단기술과의 융합으로 해양 신산업을 육성하고, 2차 공공기관 이전 추진으로 구축할 해양 인프라를 바탕으로 해양첨단산업 앵커 기업을 유치한다. 항만 해양 수산 분야의 일자리 창출로 전문인력과 청년 유입을 꾀한다는 전략이다.
글로벌허브특별법 제정안은 부산과 면적이나 입지 등 유사한 점이 많은 도시국가 싱가포르에서 해법을 찾았다. 싱가포르는 대외개방형 경제형 국가로 무역 허브 국가이자 세계 최고의 스마트시티로 평가되는데, 허브도시 육성정책으로 20년간 1인당 GDP가 2.4배 증가했다. 싱가포르 경제성장에 글로벌 기업 유치가 중요한 역할을 했고, 낮은 세율과 보조금 제도 등 기업친화적 환경을 갖추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기업이 싱가포르에 몰리는 이유는 도시 안팎으로의 뛰어난 연결성 때문이기도 하다. 세계 정상급 물류 처리량의 항만시설을 갖추고 시내에서 국제공항까지 30분 내 이동이 가능하다.
부산에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물리적인 공간이 필요하다. 현재 부산의 상업용 건물은 서면역 부산역 인근 등 일부 지역에 한정되어 있고 대규모 사업장을 위한 고층건물 수는 많지 않다. 다양한 업종의 회사가 업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각종 인프라가 밀집한 물리적 프리미엄이 필요하다. 세계적인 대도시에는 상업용 건물 밀집 지역이 존재한다. 싱가포르에도 마리나샌즈 인근에 세계적인 금융기업이 자리 잡고 있다. 싱가포르는 도시계획 과정에서 여론을 수렴하고 개발 과정에서 발생하는 지역불균형과 소득 격차 해소에 적극적이다. 상업·주거지역을 분산하고 교육시설을 선호지역으로 옮기는 정책도 참고할 만하다.
부산은 천혜의 환경과 고층건물이 병존하는 아름다운 도시로 싱가포르 이상의 잠재력을 가졌다. 대륙과 태평양을 잇는 아시아의 중심 해양도시로 혁신 거점이 되기에 충분한 지정학적 가치가 있다. 수출 6대 강국인 우리나라의 국가경쟁력 성장을 위해서 부산의 현재 당면한 과제를 기회로 삼아야 한다. 부산의 가치를 높이는 정부와 부산시, 국민의 모든 노력이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낼 것이다. 세계 유수 기업들의 사랑을 받는 도시, 대륙과 해양을 연결하는 글로벌 허브도시 부산의 모습을 생생하게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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