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수산칼럼] 위기와 기회가 공존하는 우리 조선업

서용석 중소조선연구원 원장·공학박사 2024. 11. 10.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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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용석 중소조선연구원 원장·공학박사

지난 9월 중국의 국영 조선사인 중국선박공업그룹과 중국선박중공업그룹이 합병해 세계 최대 조선사가 출범할 것이라는 보도가 있었다. 이를 계기로 친환경 선박 등 고부가가치 분야로 진출을 가속화하며, 우리와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중국은 꾸준히 조선업을 성장시켜 세계 조선업을 주도하고 있으며, 일반 화물선 시장을 공략한 결과 수주량과 점유율에서 우리를 앞서고 있다. 이제는 고부가가치 선박 시장에서도 중국과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중국은 특히 중소 조선사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다양한 정책을 시행했다. 노후 선박을 친환경 선박으로 대체할 때 보조금을 지급해 신규 수주 기회를 확대했으며, ‘조선산업 친환경 발전 개요(2024-2030)’를 통해 중소 조선사의 친환경 선박 및 기자재 개발 참여를 장려하고 있다. 또한, 조선소별로 특정 선종에 집중할 수 있도록 유도함으로써 중소 조선사가 각 분야에서 전문성을 키울 수 있게 했다.

우리 조선업은 강화된 환경 규제에 따른 친환경 연료추진 선박, 자율운항선박, 스마트 생산 등 디지털 전환을 통해 새로운 기회를 맞고 있다. 하지만 중소 조선사는 생산 능력 축소와 인력 부족, 투자 감소로 인해 이러한 기회를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반면, 중국은 조선소 통폐합과 생산 시설 확대를 통해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2027년까지 건조 역량을 80% 증가시키겠다는 목표를 세우며 시장 장악력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우리 정부와 조선업계는 중국의 거센 도전에 대응하기 위해 자율운항선박 기술개발사업, 친환경 선박 전주기 핵심기술개발사업, 스마트 야드 구축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추진해왔다. 또 올해 7월 발표된 ‘K-조선 초격차 비전 2040’을 통해 2040년까지 세계 최고 조선 기술 강국을 목표로 친환경 디지털 스마트 분야의 초격차 핵심 기술을 확보할 예정이다. 조선산업 소부장 강화 방안도 마련해 경쟁력을 높일 계획이다.

이와 같이 정부와 산업계가 중국의 거센 도전에 대응하고 있지만, 중국이 조선분야에서 세계 선두임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중국은 수주량에서 절대적으로 앞서 있으며, 270k급 초대형 LNG 운반선 전량, 1만2000 TEU 이상의 대형 컨테이너선 대부분, 친환경 연료 선박의 72%를 수주해 고부가가치 선박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우리나라도 173k LNG 운반선과 암모니아 등 친환경 연료추진선 중심의 전략을 이어가고 있으나 중국의 독주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제는 우리 조선업의 미래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우리나라는 대형 조선사들이 고부가가치 선박 시장에서 높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지만,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서는 중소조선사도 일정 수준 이상의 수주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중소 조선사의 경쟁력 회복은 건강한 생태계 구축과 국내 기자재 산업 발전에도 필수적이다. 2000년대 우리나라가 글로벌 선두를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는 대형 조선사와 중소 조선사가 모두 적절한 수주 경쟁력을 갖추고 있었기 때문이며, 현재 중국이 조선업을 주도하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므로 중소 조선산업에 대한 국가의 적극적인 투자와 정책적 지원을 강화해 산업 생태계의 균형을 회복해야 한다. 로봇과 작업자가 협업하는 생산 체계, 빅데이터와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스마트 생산 환경, AI 기반 자율 제조 시스템 등을 도입해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 또한, 확대되고 있는 중소 선박의 친환경 연료 사용에 대응해 중소 조선사의 설계 역량을 강화하고 친환경 기술 개발을 지원하며, 이를 선도할 수 있는 중소 조선사를 적극 육성해야 한다.


현재의 위기는 우리 조선업이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우리 모두 차분하게 고민하고 지혜를 모아야 한다. 시기를 놓치면 회복할 수 없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이제는 모든 역량을 하나로 모아 지속 가능한 성장과 혁신을 반드시 이뤄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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