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현택 회장, 6개월만에 강제 퇴출…의협, 비대위 체제 전환(종합2보)

김규빈 기자 조유리 기자 2024. 11. 10. 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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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 막말에 '1억원 합의금' 논란까지…전공의·의대생 불화
불신임안 75.9% 찬성 통과…대정부 관계 새 모멘텀 주목
김교웅 대한의사협회 대의원회 의장이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관에서 열린 임시 긴급 대의원 총회를 마치고 브리핑하고 있다. 2024.11.10/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서울=뉴스1) 김규빈 조유리 기자 = 막말 논란' '1억원 합의금 요구' 등으로 논란을 빚어온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이 취임 6개월 만에 탄핵됐다. 수장을 강제 퇴출시킨 의협은 새 회장을 뽑을 때까지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체제로 운영된다.

의협은 10일 오후 2시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임시 대의원총회를 열고 재적 대의원 248명 중 224명이 출석한 가운데 170명 찬성(75.9%)으로 임 회장 불신임 건을 의결했다.

이로써 임 회장은 취임 6개월 만에 불명예스럽게 직을 내놓게 되었다. 의료계에서도 '강성'으로 꼽히던 임 회장은 지난 2월 윤석열 대통령이 주재한 민생토론회에 찾아가 정부의 필수의료패키지 등 의료개혁 정책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다가 끌려 나가기도 했다.

그러나 임 회장의 거친 언행은 취임 직후부터 도마에 오르기 시작했다. 그는 지난 6월 자신의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업무상과실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의사에게 유죄를 선고한 여성 판사를 향해 "이 여자 제 정신인가"라고 했다가 논란이 일기도 했다.

아울러 그는 자난달 의대생 7500명을 동시에 교육할 수 있다고 주장한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며 막말을 해, 정신질환자와 가족들에게 사과한 바 있다. 다만 그는 당시에도 장 수석에게는 사과하지 않았다.

일방적인 의사소통도 임 회장의 발목을 붙잡았다. 임 회장은 지난 6월 전국의사 총궐기대회에서 회원들과 상의를 하지 않은 채 '전국 의사 무기한 휴진' 방침을 밝혔다가, 뭇매를 맡기도 했다. 당시 시도의사회장들 중 일부는 임 회장에 대한 탄핵을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공의, 의대생 등 후배 의사들의 지지를 받지 못한 점도 탄핵 사유로 꼽힌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대위원장과의 임 회장은 여야의정협의체 참여 등의 문제를 두고 그간 수차례 갈등을 빚어온 바 있다.

박 위원장은 최근 의협 대의원회에 "(임 회장과) 대화 노력은 수 차례 했다. 모함과 이간을 일삼는 임 회장과는 절대로 소통과 협업이 불가하다"며 "기회는 여러 번 있었으나 모두 실패했으며, 이는 모두 임 회장의 무능과 욕심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외에도 의사단체들이 반대해온 간호법 입법을 막지 못한 점, 정부의 의대 증원 2000명에 대해 뚜렷한 대응책을 내놓지 못한 점 등도 탄핵 사유로 꼽힌다.

최근에는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글을 올린 의혹을 받는 서울시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를 대가로 합의금 1억원을 요구했다는 점도 부정적 여론에 한 몫했다. 이날 총회에서도 투표에 앞서 임 회장이 '1억원 합의금'을 요구하는 통화내용이 공개돼 회의장 분위기가 일순간에 조용해지기도 했다.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장이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긴급 임시 대의원 총회에서 착석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이날 대의원총회를 통해 '막말 논란' '1억원 합의금 요구' 등으로 논란을 빚어온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장의 탄핵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2024.11.10/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투표 전까지는 대의원들 사이에서 임 회장의 탄핵을 두고 여러 의견이 오가기도 했다. A 대의원은 "의사 회원들의 권익이 신장되는 쪽으로 가야한다는 것이 생각"이라며 "의대 증원 저지, 필수의료패키지 등 해결해야 할 현안이 산적한데 지금 당장 수장을 바꾸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B 대의원은 "젊은 의사들의 마음은 이미 돌아섰다"며 "여야의정협의체 등 정부와 협상을 하기 위해서는 전공의, 의대생들의 마음을 얻어야한다. 새로운 대안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임 회장은 투표에 앞서 "회장으로서 여러분의 기대를 온전히 충족하지 못한 저의 부족함을 통감하며 진심으로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며 "의료계의 차세대를 이끌어갈 젊은 의사들과 의대생들의 미래를 위해 그리고 세대 간, 직역 간의 가교 역할을 충실히 해내겠다"고 호소했다.

그는 △사적인 자리, SNS 등을 포함해 논란이 갈 수 있는 발언과 행동 자제 △회무 진행 사항 공개 △인적 쇄신을 통한 새로운 집행부 구성 등을 약속했지만, 끝내 대의원들의 마음을 돌리지는 못했다.

불신임 결과 발표 후 임 회장은 곧바로 회의장을 떠났다. 그는 '(의협 회장에서 탄핵되어서) 심경이 어떤지' '(의협) 회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없는지' 등을 묻는 취재진에게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은 채, 지하 1층에서 4층까지 계단을 묵묵히 뛰어 올라갔다

이날 두 번째 안건인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설치건은 재투표 끝에 가결로 결정됐다. 재적 인원 169명 중 106명이 찬성을, 63명이 반대표를 던졌다. 1차 투표 당시에는 84명이 찬성했지만 절차상 문제로 재투표가 진행됐다.

새 회장이 선출되기 전까지 약 두 달간의 공백은 임시대의원 총회에서 구성한 비대위가 이끌 예정이다. 의협은 11일부터 13일까지 의협 비대위원장 후보를 등록받은 후, 13일 오후 8시 모바일로 비대위원장 투표를 진행할 예정이다.

과반을 얻은 후보가 없을 경우 결선 투표를 진행한다. 비대위원장의 임기는 차기 회장 선출 때 까지다. 비대위원장으로는 주수호 전 의협 언론홍보위원장, 황규석 서울시의사회장, 김택우 전국시도의사협의회장 등이 거론된다.

의협은 60일 내에 보궐선거를 치러야 한다. 차기 회장은 임 회장의 남은 임기인 2년 6개월 동안 의협을 이끌게 된다.

김교웅 의협 대의원회 의장은 이날 백브리핑에서 "한 달 내로 진행할 예정으로, 올해 말까지는 (의협) 회장 선거를 마무리 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여야의정협의체다. 비대위가 구성되면 대전협 등과 긴밀하게 협의할 것이며, 이번 비대위에는 전공의들도 많이 참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김 의장은 "중요한 것은 협의체 참여가 아니라 협의체에서 어떤 결정이 내려졌을 때 용산에서 이를 수용할 수 있는지 여부"라며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도 찬밥 신세인데 협의체에서 어떤 결과가 나온다고 (윤석열) 대통령이 이를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rn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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