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짚어봅시다]"긴호흡으로 연구하라더니"...출연연 1년 단위 평가 웬말
기재부, 유 장관 취임 후 '수면 위'...자율성 저하 우려
과학기술 분야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의 평가 주기를 놓고 연구현장이 술렁이고 있다. 출연연 혁신을 이유로 종전보다 평가 주기를 단축해 2026년부터 '2년 단위 평가체계'를 도입키로 한 데 이어 이보다 더 주기를 앞당겨야 한다는 주장이 수면 위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10일 출연연에 따르면 최근 들어 기획재정부를 비롯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내부에서도 2년 단위 평가를 원점으로 돌리고 1년 단위로 평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과기정통부는 지난 6월 현행 출연연의 기관운영평가(3년 주기)와 연구사업평가(6년 주기)를 2년 주기로 통합해서 진행하는 내용을 담은 '출연연 R&D 생태계 역동성 및 지식 유동성 활성화' 추진 방안을 확정한 바 있다. 출연연을 공공기관에서 제외하면서 종전보다 평가 주기를 좁혀서 더 엄정하게 평가하겠다는 취지다.
정부는 이에 대해 기관과 연구사업 평가를 따로 떼어 운영하던 기존 평가체계를 통합해 연구자의 부담을 줄이고, 혁신·도전형 연구를 통해 선도형 R&D로의 전환을 추진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출연연의 평가체계는 2014년 이전까지 1년 주기 기관운영평가, 3년 주기 연구사업평가에서 2019년부터 3년 주기 기관운영평가, 6년 주기 연구사업평가 등으로 개편·운영되고 있다.
과기정통부는 이런 평가체계가 개별연구자와 기관장, 기관 간 성과가 연계되지 않고, 과도한 평가 부담으로 출연연의 자율성을 떨어 뜨린다는 현장의 의견을 반영해 전면 개편키로 했다. 이에 따라 내년 상반기 사전 컨설팅을 원하는 기관 등에 대해 개편된 평가체계를 시범 적용한 뒤 2026년부터 본격 시행에 들어가기로 했다. 이를 위해 관련 법률인 연구성과평가법 시행령 개정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이었다.
이에 대해 연구현장에서는 우려가 제기됐다. 2년 평가체계 도입은 공공기관 해제에 따른 기관 자율성과 독립성을 주겠다는 당초 의도와 달리 정부 부처의 관리·통제가 강화되는 결과로 이어지고, 기관장 임기(3년)와 연동되지 않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게 이유였다. 그런데 정부 내에서는 더 나아가 2년보다 더 주기를 당긴 1년 주기 평가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당초 2년 주기 평가에 반대 입장을 보인 기재부가 1년 평가를 계속 주장하고 있다. 과기정통부 내부에서도 유상임 장관 취임 이후 빠르게 변화하는 기술발전 속도를 이유로 1년 평가 도입에 힘을 싣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과학기술계에서는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뜨리고, 당초 취지와 달리 연구 자율성을 저해할 뿐 아니라 연구자들이 단기 성과 창출로 내몰릴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는다. 출연연의 한 관계자는 "장관 취임 이후 국가전략기술과 기술산업화에 대한 출연연의 역할과 임무가 강조되는 분위기 속에 2년 주기 평가를 1년 주기로 단축하려는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면서 "출연연 기관장과의 간담회에서 장관이 평가주기 단축을 직접 언급했다는 얘기가 나오는데, 이는 출연연 연구현장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나온 발언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또 다른 출연연의 관계자는 "정부가 출연연 혁신안으로 마련한 2년 주기 평가조차 주기가 짧다는 의견이 대다수인 상황에서 다시 1년으로 앞당기겠다는 것은 출연연이 긴 호흡을 갖고 국가·사회 현안과 이슈 해결을 위한 미래 선도형 연구를 포기하고 1년 내에 성과를 낼 수 있는 연구만 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 있어 우려스럽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과기정통부는 평가주기 변경은 없다는 입장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2년 주기 평가가 원칙이다. 1년 단위 평가가 필요하다는 지적은 출연연이 국가대표 연구기관으로 역할을 보다 더 잘 하도록 점검하고 지원해야 한다는 차원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준기기자 bongchu@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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