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 예측모델, 꾸준한 개발 절실 [김백민의 해법기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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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몽 같은 열대야와 극심한 폭우가 교차하던 여름이 지나갔지만, 올가을 역시 극심한 날씨 변동에선 예외가 아니었다.
전세계적으로 독자적인 기술로 날씨 예측 모델을 개발한 나라는 9개국뿐이며, 우리는 그중 하나이다.
지금은 어떤가? 날씨 예측 모델의 발전으로 폭우를 예측하는 성능도 많이 나아졌고, 또 재난문자와 같이 예측 정보를 국민들에게 전달하는 시스템도 잘 갖춰져 있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기후변화에 취약한 나라일수록 고도화된 날씨 예측 모델의 꾸준한 개발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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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백민 | 부경대 환경대기과학과 교수
악몽 같은 열대야와 극심한 폭우가 교차하던 여름이 지나갔지만, 올가을 역시 극심한 날씨 변동에선 예외가 아니었다. 11월 초 제주도가 기록적인 가을 폭우를 겪더니 전국이 갑자기 겨울 날씨로 돌변했고, 곧이어 평년보다 4~5도 높은 이상고온 현상이 발생했다. 과거에는 보기 힘들었던 이런 극심한 날씨 변동은 계속 반복되고 있고, 이상한 날씨는 기후위기 시대의 그리 이상하지 않은 새로운 일상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도 손꼽힐 만큼 날씨 변동이 심한 지역이다. 거대한 대륙에 얹혀 있어 쉽게 달궈졌다 빠르게 식어버리는 변덕스러운 대륙성 기단을 편서풍이 사계절 내내 실어 나르는데다 국토의 대부분이 산악 지형인 탓에 예측하기 힘든 급격한 구름 발달과 변화무쌍한 기상난류에 노출되어 있다. 여기에 더해 기후위기로 인한 한반도 주변 바닷물 온도의 급격한 상승은 한반도 주변을 후끈한 열기를 머금은 수증기로 가득 채우며 이미 충분히 어려운 우리나라 날씨 예측을 한층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
점점 심각해져가는 기후위기 속에서 우리나라의 날씨 예측 역량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일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급한 과제가 되었다. 그러나, 우리나라 기상청은 국민들에게 가장 민감한 이슈인 장마철 강수예보와 태풍 경로 예측에서 잦은 오보를 내며 아직까지 국민들의 큰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다. 최근에는 많은 국민들이 외국 기상서비스를 이용하는 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객관적인 지표로 살펴보면, 외국 기상서비스가 우리나라 기상청보다 더 정확한 예보를 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우리나라처럼 복잡한 지형과 특수한 기후조건을 가진 나라에서는 그 나라의 지형과 기후 특성을 가장 잘 아는 자국 기상청의 예보가 더 신뢰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국민들의 일반적인 인식과는 달리 우리나라 기상예측 능력의 객관적인 수준 또한 그리 낮은 편이 아니다. 전세계적으로 독자적인 기술로 날씨 예측 모델을 개발한 나라는 9개국뿐이며, 우리는 그중 하나이다. 성능 역시 준수한 편이다.
날씨 예측 정확성의 핵심은 우수한 날씨 예측 모델을 보유하고 있냐에 달려 있는데, 우리나라에는 독자 기술력으로 날씨 예측 모델을 개발하는 작은 사업단(차세대 수치예보모델 개발사업단)이 있다. 비록 조직이 만들어진 지 10여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최근 태풍 경로 예측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보이는 등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문제는 당장 2년 뒤 사업이 종료됨에 따라, 그동안 쌓아온 기술력과 전문인력이 모두 흩어질 위기에 처해 있다는 것이다.
기후위기 시대의 날씨 예측은 단순한 생활 정보가 아닌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데 필요한 핵심 정보다. 1998년 7월31일 새벽, 한국 역사상 최악의 산악지역 물난리 피해로 기억되는 지리산 폭우가 발생했고, 이로 인해 100여명의 소중한 생명이 사라졌다. 지금은 어떤가? 날씨 예측 모델의 발전으로 폭우를 예측하는 성능도 많이 나아졌고, 또 재난문자와 같이 예측 정보를 국민들에게 전달하는 시스템도 잘 갖춰져 있다. 이 때문에 지리산 폭우보다 훨씬 강한 강수가 최근 매년 쏟아져 내리고 있지만 이로 인한 사망자 수는 오히려 크게 줄어들었다. 정교한 날씨 예측이 기후위기 시대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기후변화에 취약한 나라일수록 고도화된 날씨 예측 모델의 꾸준한 개발이 절실하다. 이제는 한시적 조직이 아닌, 세계 최고 수준의 날씨 예측 기술을 확보하고 이를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갈 수 있는 상시 전문조직을 만들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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