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 보강 '제로'·뒤늦은 소방수 선임…인천의 예견된 몰락
(서울=연합뉴스) 설하은 기자 = 프로축구 인천 유나이티드가 K리그2로 강등됐다.
인천은 10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1 2024 37라운드에서 대전하나시티즌에 1-2로 졌다.
11위 대구FC(승점 40)와 인천(승점 36)의 격차는 승점 4로, 38라운드 최종전 결과와 상관없이 '꼴찌'가 확정됐다.
인천의 강등 조짐은 여러 방면에서 포착됐다.
시즌 개막을 앞둔 각 팀이 전 포지션에 걸쳐 영입 작업에 나섰지만, 인천은 이렇다 할 전력 보강이 없었다.
올 시즌 인천의 골문을 지키고 있는 이범수와 2년 연속 K리그 베스트11 수비수 출신 요니치가 8년 만에 친정에 복귀한 게 사실상 전부였다.
선수단 변동 폭이 작은 건 양날의 검이다. 조직력엔 유리할 수도 있지만 획기적인 전력 강화를 기대하긴 어렵다.
결론적으로 득보다 실이 됐다.
특히 눈에 띄는 변화가 없었던 공격진에서 문제가 부각됐다.
올 시즌 인천은 37경기에서 35골을 넣었다. 리그 최하위다.
페널티킥 4골을 포함해 15골로 득점 선두를 달리는 무고사가 사실상 홀로 공격을 전담했다.
박승호(2골), 김보섭, 음포쿠(이상 1골) 등의 발끝이 무뎠고, 뛰어난 개인기와 폭발적인 스피드로 상대 수비를 휘저은 제르소(5골)는 시즌 중반 발등 인대 파열로 두 달 동안 전열에서 이탈했다.
설상가상으로 스트라이커 천성훈까지 황선홍 감독의 부름을 받아 대전으로 향했다.
결국 페널티 지역 안으로 공을 투입하는 데 애를 먹은 인천은 골 가뭄에 시달릴 수밖에 없었다.
리그 득점 랭킹 1위를 보유했는데도 빈공에 시달리다 강등까지 당한 점은 인천의 올 시즌 공격 작업이 얼마나 '답이 없는' 수준이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K리그 사상 초유의 '물병 투척' 사태도 한몫했다.
지난 5월 11일 FC서울과의 12라운드 홈 경기에서 인천이 1-2로 역전패한 직후, 서울 골키퍼 백종범의 포효에 흥분한 인천 서포터스는 그라운드를 향해 물병을 내던졌다. 이 과정에서 서울 주장 기성용이 날아온 물병에 급소를 맞는 사고도 일어났다.
인천은 경기장 안전 및 질서 유지 책임에 따라 한국프로축구연맹으로부터 홈 5경기 응원석 폐쇄, 제재금 2천만원 중징계를 받았다.
이 경기 막판 서울 골문에 파상공세를 퍼부으며 점차 경기력을 끌어 올리는 듯했던 인천은 홈 팬의 응원을 받지 못한 채 동력을 잃고 본격적으로 내리막길을 타기 시작했다.
이후 10경기에서 1승 5무 4패에 그쳤다.
결국 7월 5일 조성환 감독이 성적 부진의 책임을 지고 지휘봉을 반납했다.
'소방수' 선임 시기도 아쉬웠다.
한 달 가까이 변재섭 감독 대행 체제가 이어진 후에야 8월 1일 최영근 신임 감독이 공식 선임됐다.
최원권 감독이 사임하고서 일주일도 안 돼 박창현 감독을 선임한 대구FC, 이민성 감독이 물러난 지 열흘 만에 황선홍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긴 대전과 대비된다.
강등의 종착역이 시시각각 다가오는 상황에서 하루라도 빨리 위기 상황을 수습해야 했으나 새 감독 선임이 늦어지면서 '골든 타임'을 놓쳐버렸다.
최영근 감독이 팀에 부임한 시점, 이미 여름 이적 시장은 닫힌 뒤였다.
대전이 '황선홍의 제자들'을 끌어모은 것처럼 구단은 대개 새 사령탑이 원하는 유형의 선수를 대거 영입해 힘을 실어준다.
서서히 강등 가능성이 언급되던 시즌 중반에도 인천은 느긋했다.
인천은 여름 이적 시장을 조용하게 보냈고, 최 감독은 본인 전술에 어울리는 선수를 지원받지 못했다.
촉박한 시간도 최 감독의 지도력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었다.
최 감독은 포백 중심의 공격 지향적 축구를 천명했다.
그러나 지난 3년 넘게 조성환 감독의 스리백 전술에 익숙했던 선수들은 갑작스러운 전술 변화에 혼란스러워했다.
K3 창원시청 감독대행, 인천 수석코치 등을 거쳐 처음으로 프로 구단을 온전히 맡은 '초보 사령탑'의 첫 도전은 결국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soru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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