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戰 빨리 끝내야 美에 이익”… 종전 논의 빨라진다 [트럼프 2기 시대]

홍주형 2024. 11. 10.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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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두 개의 전쟁’ 대응 새 국면
러·우크라 모두 군사적 승리 의지 부족
푸틴과 중재 협상 어떻게 이끌지 주목
기존 ‘영토 무결성’ 조건 파기할 가능성
北 참전 대응 韓 우크라 지원에도 영향
이스라엘엔 “취임 전 전쟁 끝내라” 공언
이, 트럼프 재선 소식에 가자 공세 강화
우크라이나 전쟁과 가자 전쟁 종식은 트럼프 행정부 2기에 맡겨진 가장 큰 과제 중 하나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가자 전쟁, 두 개의 전쟁 사이에서 고군분투했고 이는 국내 경제의 장애물로 작용해 결국 정권을 잃는 계기가 됐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선거운동 과정 내내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전쟁을 끝낼 수 있다고 장담해왔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바이든 행정부를 비판해왔다.
러 보급품 지급받는 북한군 우크라이나군 전략소통·정보보안센터(SPRAVDI)가 지난달 18일(현지시간) 엑스(X·옛 트위터)에 공개한 27초짜리 영상에서 북한군이 줄지어 러시아군이 제공하는 보급품을 받고 있다. SPRAVDI 엑스 계정 캡처
전쟁을 빠르게 종식하겠다는 트럼프 당선인의 의지는 단호해 보인다. 그는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을 빨리 끝내는 것이 미국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말했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을 강화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6일(현지시간)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바이든 행정부가 트럼프의 재집권으로 우크라이나의 무기 지원이 끝날 것을 대비해 이미 확보된 60억달러(약 8조4000억원) 이상의 예산을 서둘러 집행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트럼프 당선인의 임기가 개시되면 혹여나 확보된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의 집행도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당선인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개인적 친분을 과시하며 “천재”, “현명하다”는 등의 수사를 쓸 정도로 그와 친했지만, 2022년 2월 그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을 때는 “엄청난 실수를 저질렀다”고도 말한 바 있다. 트럼프 당선인이 바이든 대통령과 다르게 푸틴 대통령과의 개인적 친분을 활용해 어떻게 전쟁 종식을 중재하느냐가 관전 포인트다. 미국외교협회(CFR)는 트럼프 당선인의 당선 직후 낸 분석자료에서 “(트럼프 당선인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을 막기 위한 외교적 노력을 조율해야 한다”며 “러시아나 우크라이나 모두 군사적 승리를 거둘 의지가 없기 때문에 이 전쟁은 필연적으로 협상 테이블에서 끝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우크라이나에 대한 경제적 지원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나 한국 등 다른 동맹국들에게 미뤄질 것으로 보이며 일각에선 트럼프 당선인이 여전히 우크라이나의 영토를 일부 러시아에 넘기는 방식으로 전쟁을 종식하려 할 것이라는 의구심을 보내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와 나토, 유럽국가 등은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의 조건을 “영토 무결성”으로 여기고 있지만 트럼프 당선인에겐 부차적인 문제일 수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향방 역시 북한의 우크라이나전 참전으로 한반도 안보와 직결되는 문제가 됐다.
우크라이나 도네츠크 지역의 한 전선에서 이동하는 우크라이나 병사들 모습. AP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은 7일 “(북한군이) 현대전 경험을 쌓게 되면 우리 안보에 치명적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종전과 같은 인도주의 관점의 지원에서 이제는 북한군의 관여 정도에 따라서 단계별로 지원방식을 바꿔 나간다”며 “무기 지원이라는 것도 배제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의 조기 종결을 주장했던 트럼프 당선인의 등장은 우크라이나 지원과 관련된 논의와 무기 지원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정부는 무기 지원 가능성 자체는 배제하지 않는 기류지만,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의 정책 행보에 따라 실제 지원 여부도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1기 당시인 2019년 트럼프 당선인은 러시아가 1987년 중거리 핵전력(INF) 조약을 위반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이를 탈퇴한 바 있다. 그는 러시아와 중국도 포함하는 새로운 핵협정을 체결하고 싶다고 했는데, 이것이 그의 두 번째 임기에서 어떻게 다뤄지는지도 관심사다. 트럼프 2기의 새로운 핵협정이 어떤 방향으로 체결되는가는 한반도의 핵균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문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AP연합뉴스
가자 전쟁과 관련해 트럼프 당선인은 완벽한 친이스라엘 정책을 표방하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의 당선 직후 이스라엘 수도 텔아비브에는 “트럼프 대통령 당선 축하. 이스라엘도 위대하게 만들어주세요”라는 현수막이 내걸렸고, 벤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역사상 가장 위대한 복귀를 축하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스라엘을 “숙원 동맹”으로 부르며, 팔레스타인의 별도 국가에는 관심이 없다고 언급해왔다. 가자지구에 대한 인도적 지원에는 크게 관심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타임오브이스라엘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전 자신의 당선을 전제로 “내 취임식(2025년 1월20일) 전 전쟁을 끝내라”고 네타냐후 총리에게 말했다고 한다. 이스라엘은 미 대선 뒤 기다렸다는 듯 가자지구에 대한 공세 강화 계획을 잇달아 발표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2017년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공식 인정하고 텔아비브에서 미국 대사관을 이전한 바 있다. 2019년에는 이스라엘이 1967년 시리아로부터 점령한 분쟁 지역인 골란 고원 영토에 대한 이스라엘의 주권을 인정했다. 또 이스라엘과 아랍 국가 간의 일련의 정상화 협정인 아브라함 협정을 감독했다. 대규모 무기거래국인 사우디아라비아에도 강력한 지지를 보내며 이란에는 더 강경하다.

워싱턴=홍주형 특파원, 박수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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