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리스크’에 비상 걸린 정부… 尹 “금융·통상·산업 회의체 가동” [트럼프 2기 시대]

조병욱 2024. 11. 10.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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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안보 점검회의 주재
美 무역적자 해소·제조업 강화 위해
보편관세·FTA 재협상 가능성 주목
“컨트롤타워 구축 리스크 최소화 대비
동맹 토대로 대북 억지력 유지 만전을”
불확실성 커진 ‘韓 경제·北 비핵화’… “치밀한 준비” 주문
“안보 분야 구조적 변화 생길 수도”
방위비 분담금 재협상 대책 검토
“트럼프와 친교시간 빨리 만들 것”
尹, 8년 만에 골프채 다시 잡기도
“北 핵공격 땐 한·미 즉각적 핵 타격”
尹, 뉴스위크 인터뷰서 ‘동맹’ 강조
볼턴 “트럼프, 예측불가능 위험성”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2기 행정부 구성에 돌입한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이 긴급 경제·안보 점검회의를 소집했다. 미국이 민주당에서 공화당 정부로 교체되면서 예상되는 외교·안보·경제정책의 대전환에 선제 대응하기 위해서다.
심각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대외여건 변화에 따른 경제·안보 점검회의’를 열고 트럼프 재집권에 따른 경제·안보 정책 변화와 영향을 점검하고 있다. 남정탁 기자
윤석열 대통령은 1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대외여건 변화에 따른 경제·안보 점검회의’를 두 시간 가까이 주재하고 트럼프 당선인의 주요 공약에 따른 우리 경제와 외교·안보 정책에 미칠 영향을 점검했다. 윤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워싱턴의 새 행정부가 출범하고 새로운 정책 기조가 정해지면 세계 경제와 안보에 상당히 많은 변화가 있게 된다”며 “우리 경제와 안보에도 많은 영향을 미치게 되는 만큼 여러 가지 치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트럼프 당선인의 보호무역 강화 기조에 따른 보편 관세 도입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경제부총리를 컨트롤타워로 하는 금융·통상·산업 3대 분야의 회의체를 즉시 가동해 행정부가 출범한 후가 아니다”라며 인수위 단계부터 적극 대응하라고 지시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무역적자 해소와 자국 제조업 강화를 위한 조치에 나설 가능성이 예견되는 상황이다.

윤 대통령은 “예상되는 정책 기조가 있기 때문에 벌써 국제 시장이 반응을 하기 시작했다”며 “시장을 점검하고 빈틈없이 대비를 해주기 바란다”고 했다. 또 “가장 큰 변화가 예상되는 통상 분야는 정부 지원이 산업과 기업 경쟁력에 큰 영향을 주는 만큼 업계와도 긴밀하게 소통하라”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7일 트럼프 당선인과의 통화를 언급하며 “안보, 경제에 관해 간단히 얘기를 나눴는데 가급적 빠른 시일 안에 만나 이런 친교와 대화를 할 시간을 잡기로 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골프광’ 트럼프 당선인과의 회동을 위해 2016년 이후 8년 만에 골프채를 다시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미국 대선 등 여러 상황을 고려해 주변 조언에 따라 골프 연습을 시작했다”고 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윤 대통령과의 첫 통화에서 “미국의 조선업이 한국의 도움과 협력을 필요로 하고 있다”고 했다. 이는 트럼프 당선인이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2017년 문재인 전 대통령과 첫 통화에서 한·미동맹과 북한 문제를 주로 이야기한 것과 다른 양상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경제 우선’ 기조를 보여주는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대외여건 변화에 따른 긴급 경제·안보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이날 회의는 미국 트럼프 정부 출범에 따른 경제 및 안보정책 변화와 영향을 점검하기 위해 열렸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윤 대통령은 이날 글로벌 외환 및 시장의 거시적인 부분부터 통상·금융·산업의 각 공약이 우리에게 미칠 영향, 한국 기업들의 미국 내 투자 현황 등에 대해 점검했다. 최근 1400원대로 치솟은 원·달러 환율과 함께 반도체·자동차 등 주력 수출품목에 대한 통상정책 변화 가능성도 집중 점검했다. 또 에너지 분야와 산업생태계, 관세 문제 등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윤 대통령은 향후 가장 큰 변화가 예상되는 분야로 통상을 꼽았다. 그는 “가장 큰 변화가 예상되는 통상 분야는 정부 지원이 산업과 기업 경쟁력에 큰 영향을 주는 만큼 업계와도 긴밀하게 소통해 달라”고 주문했다.

윤 대통령은 우리나라 기업의 주요 수출품인 반도체와 자동차 외에 조선과 석유·화학 업종 전망이 유망하다고 내다봤다. 윤 대통령은 “조선이 좀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고, 새 미국 행정부가 화석연료에 대해서도 유연한 정책을 쓴다고 하면 조금 침체된 우리의 석유·화학 분야도 종전과 같은 지위를 회복할 수 있지 않겠나 생각이 된다”고 했다.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대외적인 환경 변화와 함께 기회 요인도 있을 것”이라며 “회의에서 간접적인 효과를 포함해 글로벌 성장, 외환 시장 등 거시적인 논의를 했고 통상, 금융, 산업 분야 공약별 영향을 살펴봤다”고 말했다. 성 실장은 “위기 및 기회 요인을 분석했는데 우리 기업들이 대규모 투자를 통해 미국의 제조업 부흥과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고 있다는 사실을 미국도 잘 알고 있다”며 “원활한 기업 활동이 중요하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언급했다.

외교·안보 분야에선 미국의 대북정책 기조 변화가 중요 의제로 논의됐다. 미국이 북한과 다시 대화 모드에 돌입할 경우 한국이 배제되는 ‘통미봉남’ 상황 등에 대한 가능성과 대응 방안도 논의한 것으로 관측된다.
윤 대통령은 안보 분야에 대해 “많은 구조적인 변화가 생길 수도 있다”며 “한번에 확 바꿀 수 있을지, 이런 것들을 잘 챙겨 달라”고 내각과 참모들에게 당부했다. 구조적 변화로는 미국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의 관계,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입장 변화, 북한에 대한 정책 변화 등이 논의됐다고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말했다.

실제 트럼프 1기 행정부 핵심 참모였던 존 볼턴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9일 보도된 일본 요미우리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당선인에게는 예측불가능이라는 위험성이 있다”며 그가 내년 1월 취임한 뒤 바로 북한 평양을 방문한다고 해도 전혀 놀랍지 않다고 전망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1기 집권 시절 미국 대통령으로는 처음 2018년과 2019년 두 차례 북·미 정상회담을 성사시킨 바 있다. 이번에도 자신의 외교안보 성과를 위해 북한과 대화 채널을 열어 대북 제재를 풀어주는 대가로 비핵화를 이끌어내는 전략을 구사할 가능성도 예상된다.

또 트럼프 당선인이 대선 기간 한·미 방위비분담금 협상 문제를 거론한 만큼 재협상에 대비한 방안도 검토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미국 당선인 측 외교안보팀이 꾸려진다면 바이든 정부와 맺은 방위비분담협상 결과는 양국이 치열하게 논의해 미국도 이익되고 우리도 개선했다고 생각한 협상이라는 점을 자세히 설명하려고 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정부의 정보 수집과 공유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회의에서 “오늘은 여러분과 함께 경제와 안보에 직간접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다양한 이슈들을 발굴해 서로 논의하고 정보를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당분간 부정기적으로 새 행정부 출범에 따른 여러 리스크와 기회 요인들을 앞으로 계속 점검해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한편 윤 대통령은 미국의 정권 교체기를 노린 북한의 도발에 대한 경고 수위를 높였다. 윤 대통령은 지난 8일 공개된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와 인터뷰에서 “북한 김정은이 한국에 대한 핵 공격 감행을 결정한다면 매우 비이성적 행동이 될 것”이라며 “만약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한·미 핵 기반 안보동맹에 기반해 즉각적인 핵 타격이 이뤄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윤 대통령은 한국의 독자적 핵무기 개발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 윤 대통령은 “우리가 핵무장을 하게 되면 일본과 대만도 핵무장을 하게 될 것이고, 이렇게 될 때 동북아 안보와 글로벌 안보가 더 위협에 빠질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고 했다. 다만 이 인터뷰는 지난달 16일 진행돼 미국의 대선 결과가 반영되지 못했다는 평가도 있다.

조병욱·박지원·조성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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