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시국선언과 집회에서 표출된 민심, 여권은 두렵지 않나
주말 서울 도심에서 윤석열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시민들 목소리가 분출했다. 대학가에서는 교수들의 시국선언이 잇따르고 있다. 김건희 여사 국정농단 의혹 등 정권의 무도함에 분노한 민심이 행동으로 표출되고 있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 말기를 떠올리게 하는 비상한 시국이다. 정부·여당은 위기의식을 갖고 국정 변화를 요구하는 민심을 직시해야 한다.
지난 9일 세종대로에서 민주노총 등이 주최한 ‘2024 전국노동자대회·1차 퇴진총궐기’ 대회에서 조합원·시민 10만여명(주최 측 추계)이 “윤석열 정권 퇴진”을 외쳤다. 한국노총도 여의대로에서 노동자대회를 열고 “윤석열 정권 심판이든, 탄핵이든, 하야든 투쟁과 저항의 길을 가겠다”고 했다. 세종대로에서 열린 ‘윤석열 퇴진-김건희 특검 114차 촛불대행진 집회’ 참가자들은 “전쟁광 윤석열을 탄핵하자”고 했다. 앞서 지난달 28일 가천대를 시작으로 한국외대·한양대·숙명여대·인천대·전남대·충남대 등에서 교수들이 시국선언을 통해 정부의 민주주의 훼손을 비판하며 윤 대통령 퇴진을 요구했다.
윤 대통령 퇴진과 ‘김건희 특검’을 요구하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커진 것은 윤 대통령의 7일 기자회견으로 국정 변화를 기대할 수 없음을 확인했기 때문일 것이다. 신뢰 회복의 ‘마지막 기회’이던 회견마저 궤변으로 일관하면서 민심 수습은커녕 분노만 더 커졌다. 시민들은 이제 집단행동을 통해서라도 압력을 가하지 않으면 국정 변화가 어렵다고 보고 있다. 모두 윤석열 정권이 자초한 일이다.
여당의 행태를 보면 우려가 커진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회견 다음날인 8일 “이제 중요한 것은 실천”이라며 윤 대통령이 변화라도 한 것인 양 갈등 봉합에 나섰다. 같은 날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 국정 지지율은 17%로 10%대가 고착화되고 있다. 여당 지지율도 전주에 비해 3%포인트 추락하며 동조현상을 보였다. 여당 지지층이 한 대표에게 힘을 모아준 것은 정권 실정과 차별화해 보수의 바른 희망을 만들라는 취지일 것이다. 한 대표는 이런 민심에 부응하지 못하고 공멸을 선택한 것인지 묻고 싶다.
정부·여당은 국민 다수가 요구하는 ‘김건희 특검’ 외에 정국 위기를 풀 돌파구가 없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국민들은 특별감찰관을 특검 모면을 위한 방패막이로 여긴다. 내부 갈등을 얼기설기 봉합해봐야 정부·여당의 위기가 해소될 수 없음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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