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비판' 집회, '정치권 공방'으로 축소한 뉴스들
9일 양대노총 노동자대회 및 윤석열 정부 비판 집회…대통령 퇴진 주장도
다수 방송사들, 민주당vs국민의힘 프레임에서 집회 보도, '연행' 쟁점 축소
[미디어오늘 노지민 기자]
윤석열 정부를 비판하며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대규모 집회가 벌어진 가운데 집회 참가자 10여 명이 경찰에 연행됐다. 대다수 방송 뉴스들은 정치권 대결 양상에 집중하거나 경찰의 과잉 진압 논란은 균형적으로 다루지 않았다.
고 전태일 열사 기일(11월13일)을 앞둔 9일 서울 도심에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한국노동조합총연맹 등 양대 노조가 전국노동자대회를 열고 현 정부가 민생을 파탄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덕수궁 대한문 인근에서 진행된 민주노총 전국노동자대회에선 방송장악, 의료대란, 노동조합 탄압 등 분야별 정부의 실정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민주노총과 시민단체가 구성한 윤석열정권퇴진운동본부는 이날 1차를 시작으로 연말까지 3차 총궐기를 이어가겠다며 윤 대통령 퇴진을 요구했다. 주최 측은 집회에 10만 명이 참석했다고 추산했는데, 경찰이 차로를 확보하려 진압하는 과정에서 11명이 연행됐다.
한국노총도 여의도 인근에서 3만 명 규모의 노동자대회를 열고 노동기본권 보장을 위한 노조법 2·3조 재개정 및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적용, 최저임금·성차별 등 폐기, 의료돌봄 공공성 강화, 정치기본권과 노동3권 보장, 비정규직 차별 철폐 등을 촉구했다.
같은날 더불어민주당은 조국혁신당, 사회민주당, 기본소득당, 진보당과 제2차 장외집회를 열었다. 숭례문 일대 집회에서 민주당이 '김건희 여사 특검법' 통과를 강하게 요구한 가운데, 일부 야당이 윤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날 집회는 윤석열 대통령이 7일 대국민담화와 기자회견 이후에도 역대 가장 낮은 국정 지지율을 기록한 가운데 이뤄졌다. 광화문 인근에선 보수 성향 단체들의 맞불 집회도 진행됐다.
그런데 이날 주요 방송사 뉴스에선 시민단체들의 대규모 집회의 목적이나 배경, 경찰과 일부 집회 참석자들간 충돌에서의 논란 등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SBS '8뉴스'는 한 건의 리포트에서 민주당 장외집회와 여당의 반발을 전했다.
KBS '뉴스9'도 민주당의 장외 집회를 중점적으로 전하며 “오늘 민주당 집회에 앞서 민주노총과 시민단체인 촛불행동 등도 같은 장소에서 정권 규탄 집회를 진행했는데, 민주당은 연대 집회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고 덧붙였다.
KBS는 이어 단신으로 “(보수단체들이) '주사파 척결 국민 대회'를 열고 보수 진영 결집을 촉구했다. 이들 단체들은 범야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시도를 규탄하고,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한 수사를 촉구했다”고 전했다. 노동·시민단체의 대규모 집회는 무슨 이유로 열렸는지 전하지 않으면서, 그에 대한 '맞불 집회'만을 별건으로 보도했다.
지상파 3사 중에선 MBC '뉴스데스크'만이 노동·시민단체 집회를 별도 리포트로 보도했다. MBC는 관련 리포트에서 민주노총과 시민단체, 한국노총 등의 집회와 인근 보수단체의 맞불집회가 열렸으며, 경찰관 폭행 혐의 등으로 10명(보도 시점 기준)이 현행범으로 체포됐다고 했다. 뒤이어 더불어민주당과 야당의 집회 소식을 전했다.
종합편성채널 중에선 TV조선 '뉴스7'이 “민주노총, 촛불행동, 민주당은 순차적으로 같은 집회 무대를 사용했다”고 했다. 이어 이날 집회를 '원팀 집회'라 칭한 한동훈 대표 등 국민의힘 비판을 다뤘다. 호준석 국민의힘 대변인이 민주노총 전직 간부 등의 간첩 혐의 중형 선고 등을 들어 “(민주당이) 자유민주주의 체제 전복을 도모하려는 사람들과 사실상 연대”했다고 논평한 내용도 다뤘다.
채널A '뉴스A'는 정치권의 경우 민주당 단독으로 진행했던 집회와 달리 이번주는 야4당, 돌아오는 주에는 야5당이 장외 집회를 이어갈 예정이라고 설명하는 한편, 민주노총과 시민단체 등의 집회와 보수단체 집회 등이 진행됐다고 종합해 전했다.
주요 방송사 뉴스에서는 구체적으로 다뤄지지 않았지만, 경찰의 집회 참가자 연행은 여러 논란을 부르고 있다. 민주노총은 10일 “경찰의 진압 과정에서 조합원 10명이 폭력경찰에 의해 연행되고 조합원 다수가 부상을 당해 병원으로 후송됐다. 한 조합원은 갈비뼈 골절 부상을 입어 앰뷸런스로 후송됐고, 고령 여성 조합원이 길에 쓰러져서 호흡곤란을 호소했다”며 “충돌을 유도한 경찰 난입은 공안정국을 조성해 정권 위기를 모면하고자 하는 발악”이라 주장했다.
현장에 있던 한창민 사회민주당 대표는 당시 상황에 대한 페이스북 글에서 “(경찰에) 차선 불법 점거로 고발을 해라, 1차선을 비우는 것으로 합의를 하라고 했는데도 무시했다. 강제로 밀고 들어오는 과정에서 몸싸움이 벌어졌다”고 했다.
한창민 대표는 “올해 초 경찰은 집회 대응 예산을 대폭 확대했다. 11년 만에 차벽 트럭과 방검복 예산을 대폭 늘였다. 이를 전부 흉악범죄 대응 예산이라고 물타기를 했다”며 “그렇게 늘어난 예산으로 도입한 신형 방검복과 삼단봉을 들고 찾아간 곳이 윤석열 대통령 퇴진 집회 시위현장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서울경찰청은 언론을 통해 “집회가 세종대로 전 차로를 점거하고 경찰관을 폭행하는 등 심각한 불법집회로 변질되어 강한 유감을 표명한다”며 “집회 현장에서 경찰관을 폭해하거나 해산명령에 불응하는 등 혐의로 현장 검거한 불법행위자들에 대해 구속영장 신청 등 엄정 수사하겠다. 그 외에도 (혐의자들을) 전원 채증 판독해 철저히 수사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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