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는 못버텨" 경매 시장 쏟아지는 `영끌족`의 아파트

이윤희 2024. 11. 10.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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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69건 → 10월 380건 급증
고금리·대출 규제 맞물린 영향
지역별 낙찰율·낙찰가율 희비
노원은 유찰… 강남 3구 '훨훨'

수년을 이어온 고금리의 부담을 이기지 못한 아파트가 경매시장에 쏟아지고 있다. 부동산 침체기에도 건재하던 서울 아파트의 경매 건수도 9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강남을 제외하면 서울에서도 매수 수요가 쪼그라들며 그간 시장을 지배해 온 '서울 불패론'까지 흔들리는 모양새다.

10일 경·공매 데이터 전문기업 지지옥션의 '2024년 10월 경매동향보고서'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경매 진행 건수는 380건으로 2015년 4월(401건)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한 달 전(169건)보다 2배 이상 급증했다.

경기도(809건) 역시 2014년 12월(845건) 이래 약 10년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전국으로 넓혀 봐도 아파트 경매 진행 건수가 9월(2933건)보다 19.1% 증가한 3493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0년 11월(3593건) 이후 3년 11개월 만에 가장 많다.

경매 진행 건수 가운데 실제 낙찰 건의 비율을 나타낸 낙찰률도 서울은 하락세다. 전국 낙찰률은 40.0%로 전월보다 3.3%포인트 상승했으나 서울의 낙찰률은 41.3%로 9월(45.6%)보다 4.3%포인트 하락했다. 특히 서울에선 노원구 아파트 위주로 2회 이상 유찰되는 사례가 증가하는 분위기가 감지됐다고 지지옥션은 설명했다.

올해 상반기 30%대 수준이던 서울 아파트 경매 낙찰률은 서울 시장이 나홀로 상승세를 지속한 8월 47.3%까지 상승했지만 대출 규제가 본격화한 9월부터 하락하기 시작했다.

부동산 호황기에 거액의 담보대출을 받아 높은 가격에 부동산을 매입한 '영끌족'이 이자를 감당하지 못하면서 경매로 넘어간 집들이 늘어나고 있다. 2021년 3분기부터 본격화한 금리 인상과 급격한 내수경기 부진으로 인해 이들의 채무 부담은 더는 견디기 힘들만큼 커진 상황이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늘어난 부채와 불경기 상황으로 자영업자들이 타격을 받으며 주택담보 대출로 생활비를 충당하는 경우도 많았다.

게다가 지난 9월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2단계 시행과 은행권의 대출한도 제한 등의 정부의 가계대출 조이기로 인해 매수 심리도 위축돼 거래도 쉽지 않다.

경매업계 한 관계자는 "유찰이 여러 번 되는 물건이 주로 보이는 노원 등의 지역은 '영끌족의 성지'라고 불릴 만큼 빚을 많이 내 무리해서 아파트 매수에 나선 젊은 층이 많이 유입됐던 곳"이라면서 "지난 1년 동안 매매시장에서도 가격이 상대적으로 더 하락했다. 노후화가 진행된 단지가 많고 '영끌족'인 집주인도 자금 여유가 많지 않다"고 전했다.

다만 서울의 아파트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은 전월(94.3%) 대비 2.7%포인트 상승한 97.0%를 기록했다. 낙찰가율 100%를 넘긴 고가낙찰 건수들이 전체 낙찰가율을 끌어올렸다. 특히 서울에서 진행된 고가낙찰 48건 중 24건이 이른바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에서 나왔다. 낙찰가율 상위 10위권에는 강남3구 아파트가 8건을 차지했다. 강남구의 평균 낙찰가율이 107.5%로 가장 높았고, 서초구가 107.3%, 송파구가 101.3%였다.

실제로 지난달 23일 열린 강남구 개포주공 6단지 전용면적 60㎡ 경매에는 9명이 응찰하면서 감정가(19억5000만원)보다 높은 25억2600만원(낙찰가율 129.5%)에 매각됐다. 1983년 준공된 개포주공 6단지는 7단지와 함께 통합 개건축을 추진 중이다. 현재는 사업시행 인가를 앞두고 있다.

강남구 대치동 한보미도맨션 전용 137㎡ 경매에는 응찰자 13명이 몰렸다. 과거 대치동 대장 아파트로 불리던 '우선미' 중 하나인 이 물건 역시 감정가(34억1000만원)보다 높은 39억5521만2000원에 낙찰되면서 낙찰가율 116%를 기록했다.

경매 낙찰가율은 향후 부동산 시장 흐름을 예측하는 '선행 지표'다. 경매 시장에는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에 낙찰받기를 원하는 수요가 많은데, 낙찰가격이 시세에 근접할수록 향후 집값이 더 오를 것이라는 기대 심리가 반영된 것일 수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강남3구를 중심으로한 경매 열기도 한풀 꺾일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달 서울 경매시장에서 평균 응찰자 수는 전월(6.6명) 보다 1.4명이 감소한 5.2명으로 22개월 만에 최저 경쟁률을 보였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서울 강남권은 고가 낙찰이 이어지고 있지만 대출 규제 여파로 수도권 외곽 지역은 유찰이 거듭되고 있다"며 "매물이 계속 경매시장에 남아 진행 건수도 줄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윤희기자 stel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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