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창간기획] 꽉 막힌 농촌경제, 로컬푸드로 활로 찾는다
농어가 소득 안정화 쟁점
충청권 직매장 설치 효과
농산물 유통 활성화 기대
농촌과 농업의 문제점은 무엇일까?
대통령소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가 2090명을 대상으로 인식조사를 한 결과 한국농업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농어촌 인력의 고령화와 일손 부족(47.7%), 복잡한 농축산물 유통구조(42.5%) 두 가지를 꼽았다. 고령화와 일손 부족으로 농산물 공급체계가 무너지고, 복잡한 유통구조 때문에 농어민은 돈을 못벌고 소비자는 비싼 가격에 농산물을 구입해야 하는 것이다. 농어업인들은 정부가 추진해야 할 가장 중요한 과제로 농어가 소득의 안정화를 주장했다. 한 마디로 먹고 살게 해달라는 것이다.
농민들이 경제적 어려움은 통계상으로도 명확하게 드러난다. 2023년 농가소득은 평균 5082만원으로 전체 가구의 경상소득 6762만원보다 적다. 특히 농가소득의 세부내역을 보면 순수한 농업소득은 1114만원에 불과하고, 다른 일이나 임대료 등으로 벌어들이는 농업외소득, 정부 및 지자체의 보조금과 연금, 직불금 등을 합산한 이전소득의 비중이 훨씬 크다. 농사 만으로는 살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농촌인구 감소와 고령화는 어쩔 수 없지만 소득 증대는 농가와 정부, 지자체가 풀어야 할 숙명적인 과제이다. 농산물 유통체계를 개선하면 나아질 여지도 충분히 있다. 이 때문에 정부와 지자체, 농협 등이 유통체계 개선에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서 유력한 대안의 하나로 등장한 게 로컬푸드운동이다.
□ 농산물 유통의 새 흐름, 직매장 개설
로컬푸드에는 '운동'이라 접미사가 따라 다닌다. 단순하게 지역에서 생산한 농산물이라는 뜻을 넘어 지역 농산물의 필요성과 가치를 공유하고, 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지역에서 유통, 소비하는 것이다. 농민들이 소득을 늘리고 판매대금도 지역 내에서 돌아가게 함으로써 지속가능한 농업생산과 지역경제의 선순환체계를 구축하게 된다.
지역에서 로컬푸드 사업이 활발하게 펼쳐지는 곳은 도농통합도시인 세종시와 농업생산량이 많은 충남 부여, 논산 등이다.
세종시는 2014년부터 신도시(행정도시)와 농촌의 도농상생과 도농균형발전을 목표로 본격적인 로컬푸드운동을 시작했다. 시와 농민들이 함께 소통하며 생산 및 유통체계구축에 나섰다. 농민들은 자발적으로 생산자 조직을 갖추고, 질 높은 농산물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시는 전국 최초로 전담조직인 로컬두드과를 설치하고, 농민·농협 등과 함께 로컬푸드주식회사를 설립했다.
2015년에 직매장 싱싱장터 1호점(도담점)을 개설했고, 소비자의 호응에 힘입어 내년 초에는 4호점(소담점)을 열 예정이다.
□ 세종시 지난해 3개 매장 매출액 398억원
지난 한해 세종시 3개 직매장의 매출액이 398억원에 달했고, 그동안의 누적매출액은 2251억원에 이른다. 생산에 참여한 농가는 1221호, 소비자 회원은 7만5793명이다. 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이 지역에서 소비되는 구조가 잘 정착된 것이다. 학교와 정부부처에도 공급이 이뤄지고 있다.
충남도도 직매장 설치와 직거래장터 지원, 농특산물 홍보 판촉 등 다양한 로컬푸드 사업을 펼치고 있다. 도내 직매장은 당진 18, 천안과 아산 각각 11, 공주·서산·논산 각각 6곳 등 모두 83개소가 있으며 지난해 1265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올해는 1400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시·군에서는 부여군이 농특산물 공동브랜드인 '굿뜨래'를 앞세워 로컬푸드사업을 적극 벌이고 있다. 부여는 수박·밤·토마토·양송이·멜론·표고버섯·왕대추(사과대추) 7개 품목이 국내 생산량 1위를 차지하고, 딸기와 오이·포도도 많이 생산한다. 부여군은 이들 농산물에 굿뜨래라는 브랜드를 붙여 전국의 마트와 시장, 온라인 쇼핑몰 등에 출하하고, 러시아·홍콩·일본 등 해외에 수출도 한다.
또한 친환경농산물유통센터와 농산물가공센터, 공공급식센터를 지어 지역 농산물을 체계적으로 수집 공급하고, 가공을 통해 부가가치를 높이고 있다. 브랜드 마케팅과 유통, 수출 등을 담당하는 굿뜨래경영사업소를 뒀으며, 지난 6월에는 대전일보와 공동으로 대전에 직매장 '더로컬 314'을 개장했다.
논산시도 '육군병장'이라는 공동브랜드로 쌀과 딸기·토마토·수박·상추·고구마·곳감 등의 로컬푸드를 팔고 있다. 이들 농산물은 논산의 토질이 좋은 데다, 현대적인 시설 및 우수한 농업기술 덕분에 품질이 좋기로 소문났다.
논산시는 지역 농산물에 대해 463개 항목의 잔류농약검사 및 엄격한 품질검사를 실시, 안전성과 품질을 보장하고 있다. 2019년 대전MBC, 충남도와 함께 대전시 유성구에 오픈한 '파머스 161'은 로컬푸드 전문매장으로 잘 자리를 잡았다. 외지인이 많이 찾는 탑정저수지에 카페까지 갖춘 직매장을 개장했고, 종합지원센터도 문을 열었다.
□ 먹거리 생산체제 유지는 국가 안보문제
충북에서는 옥천군이 2019년 개장한 직매장이 꾸준하게 성장세를 유지, 4년만에 누적매출액 250억원을 넘어서는 성과를 거뒀고, 충주시가 탄금공원에 개장한 직매장 '충주씨샵'도 1년 남짓한 사이에 26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충청권 로컬푸드운동은 매우 적극적이고 활발해졌다. 단순하게 점포를 개설하거나 직거래장터를 여는 데서 더 나아가 소비자(도시민)의 요구에 맞춰 체계적으로 상품을 생산, 유통하는 진일보한 현상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전문적인 마케팅과 홍보 기법도 도입됐다.
충청권 4개 시·도의 농가 가구는 20만2000여 호, 농가 인구는 42만1000여 명으로 전체 인구와 가구의 7.6% 정도이다. 충남은 전체 가구와 인구수 중에서 11.1%, 충북은 8.9%를 농가 가구와 인구가 차지하고 있다. 전국적으로 옛날보다 농업 비중이 낮아졌지만 충남과 충북은 여전히 꽤 높은 편이다.
현재 농민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살기가 빡빡한 계층이다. 정부는 계속 제조업 위주의 수출주도 경제를 밀고 나가고 있고, 농업은 쌀을 제외한 대부분의 농산물을 해외에 의존하는 글로벌공급체제 예속 현상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 농민들의 설 자리가 날이 갈수록 좁아지는 상황이다.
기상이변과 국제분쟁, 다국적 기업의 전횡 등 세계 식량 시장의 변동성이 날로 커지고 있다. 농업과 농민이 살아남아야 식량안보를 유지할 수 있다. 농가소득 증대의 유력한 대안으로 떠오른 로컬푸드운동이 널리 퍼지고 잘 정착돼야 한다. 정부와 지자체의 지속적인 관심과 도움, 소비자들의 적극적인 동참이 필요하다.
도농상생 현장 '더로컬 314' 인기
"싱싱한 토마토와 상추·버섯·밤을 살 수 있어 너무 좋아요!"
대전일보가 부여군과 함께 운영하는 로컬푸드 직매장을 인기를 끌고 있다.
대전일보 본사(대전시 서구 계룡로 314) 1층에 위치한 '더로컬 314'가 로컬푸드 도심 장터로 떠오르고 있다. 인근 월평동과 갈마동, 내동 주민들이 채소와 과일 등을 사기 위해 많이 찾고 있는 것이다.
'더로컬 314'는 충남의 대표적인 농업도시인 부여군의 농산물을 파는 곳이다. 이곳에서는 부여에서 금방 직송한 농산물과 축산물, 농산물 가공품을 팔고 있다. 한 시간 남짓 거리인 부여에서 가져온 탓으로 신선도가 높고 가격도 저렴하다.
부여는 충청권의 대표적인 농업도시이다. 수박과 토마토·양송이버섯·밤·멜론·표고·왕대추 등은 전국에서 생산량 1위를 차지하고 있고 품질도 우수하다. 소고기와 돼지고기 등 축산물도 양질의 상품을 내놓고 있다.
부여군은 2004년부터 공동브랜드인 '굿뜨래'로 농산물을 생산, 판매해온 로컬푸드 선도지역이다. 선진적 친환경적인 농업기술을 교육하고, 철저한 토양검사와 잔류농약 검사를 실시, 안전성을 확보하고 있다.
'더로컬 314'에서는 지역 농산물을 가공한 다양한 유제품과 면·된장·고추장 등도 판매한다.
'더로컬 314'는 부여군이 관외 지역에 처음 문을 연 부여산 로컬푸드 직매장이다. 대전시민들은 질 높은 부여의 굿뜨래 농산물을 저렴하게 구입하고, 부여농민들은 농산물을 제값 받고 파는 도농상생의 장터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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