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화 칼럼] 미국민은 위선에 철퇴를 내리쳤다
미국민은 위선을 유독 싫어한다. 마크 트웨인의 '허클베리핀의 모험'은 어떻게 미국민이 위선에 대한 혐오심을 길러왔는지 그 일단을 보여준다. 허크는 흑인노예 짐을 돌려보내야 한다는 주변의 압박에 시달리며 자신이 사회의 규범을 어기고 '악'을 행한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당시 노예는 주인의 '소속물'이라는 관념이 당연시됐다. 그러나 허크는 짐을 돌려보내면 그가 어떻게 될 것인지 알기 때문에 스스로 도덕적 기준을 세우고 짐과 끝까지 함께 하기로 한다. 개인은 기존 사회질서나 규범과 갈등할 때 정의와 도덕성을 고민하게 되고, 양심의 명령에 따라 위선을 거부한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번 대선에서 승리한 것은 거짓과 위선의 정치에 미국민이 철퇴를 내리친 결과다. 바이든 정부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대한 약속, 주권국가의 기본인 국경 관리, 민주주의 양보할 수 없는 근간인 선거의 무결성 보장, 다음세대에 대한 건강한 교육, 그리고 사회기풍이 건전하게 유지되도록 노력해야 하는 정부의 소임에서 국민을 실망시켰다.
먼저, 바이든 정부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이 정부의 제1임무라는 것을 망각했다. 허리케인 헐린과 밀턴이 닥쳤을 때 피해복구 지원이 늦어진 데에 국민은 분노했다. 플로리다 등 동남부 지역에 지원된 6억달러는 수백억 달러에 이르는 피해액에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었다. 이전 같으면 주 방위군이 이재민 구조와 보호에 즉각 투입됐겠지만, 이번엔 그렇지 못했다. 반면, 우크라이나 지원에는 1500억 달러가 넘는 거액을 투입해왔다. 우크라이나는 지정학·지경학적으로 미국민의 사활적 이익이 걸린 곳이 아니다.
여기엔 은밀한 이유가 있다고 의심된다. 미 군산복합체의 입김이다. 우크라로 향한 자금은 상당 부분 미국의 무기업체로 돌아왔다. 이 전쟁으로 미 군산복합체는 막대한 이익을 취했다. 국무부, 국방부, DNI(국가정보국), CIA 등에 똬리를 틀고 권력화된 집단인 '딥스테이트'가 군산복합체에 빨대를 꼽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이미 60여년 전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세계 패권국가화 하는 미국이 조심해야 할 대상으로 군산복합체의 증식을 지목한 바 있다.
둘째, 바이든 정부는 남부 멕시코와의 국경 통제를 사실상 방치함으로써 최대 2000만 명의 불법 난민이 미국땅으로 유입하도록 했다는 추궁을 받고 있다. 민주당이 지배하는 주에서는 이들에게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음식과 거주지를 제공했다. 불법 난민의 배회는 치안을 불안케 하고 저소득층의 일자리 상실로 이어졌다.
셋째, 선거 무결성을 훼손한 일련의 사건들이 미국민을 분노케 했다. 14개의 주로 민주당 지배 주에서는 투표자의 신분확인 없이 투표하도록 하고 있다. 시민권자가 아닌 자의 투표를 사실상 용인하는 짓이다. 이들 주에선 대부분 해리스가 승리했다. 바이든 정부에서 왜 그토록 국경관리를 방치했는지 불법체류자의 투표와 연관 지어 생각하는 것이 결코 비합리적이지 않은 것이다. 민주제도의 근간을 뒤흔드는 이 같은 행위는 민주주의의 횃불이라는 미국에 크나큰 오점이 아닐 수 없다.
넷째, 민주당 정부는 초등학생들까지 LGBTAIQ+ 교육을 실시하고 성전환수술을 지원했다. 이는 전통적 성 가치관에 대한 심대한 도전이다. 현재 미국 성인 중 비전통적 성 정체성을 가진 비율이 7.5%에 달한다는데, 이게 말이 되나. 미국 사회가 얼마나 성 문란에 빠져 있는지 알려준다. 젠더의 혼란은 전통적 가족 가치를 허물고 사회의 건전한 구성인자로서의 가족을 해체해 버린다.
끝으로 '정치적 올바름'(PC주의)을 지나치게 강조한 정책도 철퇴의 대상이 됐다. 상징적인 사건이 월트디즈니의 흑인 인어공주일 것이다. 흑인 배우를 캐스팅함으로써 원작을 훼손했음은 물론, 시장의 외면으로 회사의 존립마저 위태롭게 만들었다. 다양성을 강조한다는 미명 아래 자행되는 이 같은 비이성적 행동들은 인종의 문제가 아니라 문명을 파괴하는 반달리즘이라 할 것이다.
결국, 이러한 위선은 미국민의 인내심을 시험했고, 이번 대선에서 폭발하게 만들었다. 미국민이 트럼프를 선택한 이유 중 하나는 비록 말이 거칠지만 겉만 번지르해 남을 속이는 위선자는 아니라는 기대 때문일 것이다. 한국민 또한 정치가 거짓과 위선으로 국민을 속이려 할 때 결연히 철퇴를 내리쳐야 한다.
이규화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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