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현철의 뉴스 솎아내기] 주목해야 할 연준의 양적긴축
경기변동에 대응하는 경제정책으론 크게 재정정책과 금융통화정책이 있다. 재정정책은 정부가 재정 투입을 조절하는 것이고, 금융통화정책은 중앙은행이 기준금리와 통화량을 경기 상황에 맞게 변화시키는 것이다.
총수요가 총공급보다 적어 경기가 좋지 않을 때는 정부가 재정 투입을 늘리고, 중앙은행은 기준금리 인하와 통화량 증가 정책을 취한다. 반대로 총수요가 총공급을 추월해 경기가 과열됐을 경우 재정 투입을 줄이고, 기준금리 인상과 통화량 감축 정책을 펼친다.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조정은 거시경제뿐 아니라 금융시장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투자자들이 미국이나 한국의 기준금리 결정회의에 주목하는 건 이 때문이다. 하지만 개인 투자자들은 대체로 기준금리에만 주목하지 통화량에는 크게 관심을 두지 않는다. 그러나 기준금리 못지 않게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건 통화량이다. 통화량이 많이 풀릴 경우 경기가 부양되고 물가는 오르게 된다. 주식이나 부동산 가격도 강세다. 반면 통화량을 줄일 경우 경기 과열이 억제되고, 주식이나 부동산 시장도 대체로 약세를 보인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지난 7일(현지시각) 이틀 간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마치면서 기준금리를 연 4.75~5.0%에서 4.5~4.75%로 0.25%포인트(p) 인하했다. 9월 4년반만에 0.5%p 낮춘 데 이은 것이다. 기준금리 인하는 예상된 것이다. 이제 시장의 관심은 연준이 '양적긴축'을 언제 종료하는가에 쏠리고 있다.
양적긴축(QT·Quantitative Tightening)은 중앙은행이 시중에 유통되는 통화량을 줄이기 위한 정책이다. 중앙은행이 금융사 등으로부터 사들인 채권의 만기가 다가왔을 때 재투자하지 않거나, 보유하던 채권을 만기전에 매각해 시중 유동성을 흡수하는 것을 뜻한다. '대차대조표 축소'로도 불린다. 양적완화(QE·Quantitative Easing)의 반대 개념이다.
코로나발 불황에 대응, QE 정책을 펼쳐왔던 연준은 2022년 6월부터 최근까지 29개월째 양적긴축 정책을 지속하고 있다. 이 기간동안 연준의 대차대조표는 8조9600억달러에서 7조800억달러로 1조8800억달러 줄었다. 월 감축 한도는 2022년 6~8월 국채 300억달러, MBS(주택저당증권) 175억달러 등 475억달러에서 2022년 9월~ 2024년 5월 950억달러, 2024년 6월 이후 600억달러에 달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 9월 FOMC 직후 기자회견에서 금리 인하와 대차대조표 축소는 통화정책의 정상화라는 점에서 유사하다고 강조하며 두 정책을 병행할 것임을 시사했다.
시장에선 연준이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올해말 QT를 종료할 것이라는 시각(바클레이즈, JP모건)부터, 자금시장 안정화 차원에서 내년 상반기까지 QT가 지속될 것이라는 의견(씨티)까지 다양한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국제금융센터는 은행들이 보유해야 하는 최소한의 지급준비금(지준) 수준인 최소안정지준(LCLoR), 은행 총자산의 1% 지준 변화에 따른 지준금리와 연방기금금리 간 스프레드의 변동폭을 측정해 산출하는 지준수요탄력성(RDE) 등을 참고해 QT 종료를 탄력적으로 결정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연준은 2019년엔 7월 기준금리 인하를 시작하고 2개월 후 QT를 종료한 바 있다.
유럽중앙은행(ECB), 영국, 캐나다 등도 통화정책의 정상화에 착수한 상태다. ECB는 2023년 3월부터 자산매입프로그램(APP) 자산을 월 평균 150억유로씩 감축, 2023년 7월 이후 재투자를 종료했다. 올 하반기엔 팬데믹 긴급매입프로그램(PEPP) 자산을 월 평균 75억유로씩 감축하고 올해말 재투자를 끝낼 예정이다. 영란은행(BOE)은2022년 9월부터 자산매입창구(APF)의 국채 감축을 시작했으며, 최근 2024년 10월~2025년 9월 국채 1000억파운드 추가 감축을 발표했다.
국제금융센터는 미 대선 이후 국채공급 증가 가능성, 정부 부채한도 협상 불확실성 등도 QT 종료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강현철 논설실장 hckang@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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