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돌아오기 전 끝내자"…바이든 행정부, 주요 정책 '속도전'
북극곰, 순록, 큰현자뇌조 등 야생동물 보호
LNG수출 중단 정당화 연구도 마무리 서둘러
우크라 지원 일정 앞당기고 반도체법·IRA법 등 주요 예산 확정
바이든 ‘친환경 사령탑’ EPA, 긴급 회의 열어 트럼프 대응책 고심
9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마이클 리건 환경보호청장(EPA)은 선거 다음날 아침 임원단 회의를 열고 향후 대책을 논의했다고 한다. 그 후 불과 이틀 만에 EPA는 북극국립야생동물보호구역에서 석유시추를 위해 40만에이커를 임대한다고 공고를 냈다. 이는 법에서 허용한 가장 작은 수준의 임대 규모이다.
알래스카 북동부의 북극국립야생동물보호구역은 북극곰, 물새, 순록 등이 서식하는 미개발지역이지만, 110억배럴의 석유가 매장된 자원의 보고이기도 하다. 이에 트럼프 당선인은 2017년 이 지역에서 최소 두 번의 임대매각을 2024년 말까지 진행해야 한다는 법안에 서명한 바 있다. 바이든 정부의 이번 조치는 법을 준수하는 동시에 북극곰과 순록서식지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다.
아울러 EPA는 멸종 위기종인 큰현자뇌조를 보호하기 위해 미국 서부 연방 토지 6500만에이어(2억6304km²) 서식지에서 시추, 광산 개발, 가축 방목을 제한하는 계획을 최종확정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액화천연가스(LNG) 수출 승인 중단을 정당화하는 연구도 이번 달 내 마무리된다. 1월부터 진행 중인 이 연구는 미국의 연료수출 증가가 기후, 경제, 국가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는 것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백악관 복귀 첫날 이를 중단시키겠다고 말한 바 있다. 만약 연구결과가 새로운 LNG 수출이 국가 이익에 해를 끼치는 면이 더 많다고 보거나 추가수출을 위한 조건을 부여한다면, 트럼프 행정부에서 새로운 LNG 수출 프로젝트를 승인할 경우 법원이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유독성 화학물질에 관한 규정과 2035년까지 가솔린 차량을 단계적으로 폐지하려는 캘리포니아의 정책 등 최소한 여섯 가지 주요 정책을 서둘러 발표하려고도 하고 있다.
이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시작되면, ‘친환경 정책’이 모두 후퇴할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2017년 취임 직후 국제협약인 파리기후협약 탈퇴를 했었고, 이번에도 두 번째 탈퇴를 준비 중이라고 한다. 아울러 석유, 가스, 석탄 생산을 확대하고 관련 규제를 완화하기 위해 백악관에 정부 부처간 관련 정책을 조율하는 ‘에너지 차르’를 만들 계획이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의 ‘에너지 차르’는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 딕 체니 부통령이 감독한 백악관 에너지 테스크포스(TF)를 연상케 한다”며 “화석 연료가 앞으로 몇 년간 미국의 주요 에너지 자원으로 남고, 연방 정부의 에너지 전략이 주로 수요를 제한하기보다는 화석 연료의 공급을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크라 지원일정 3개월 앞당겨…다른 나라서 재구매 방안도 고려
바이든 행정부는 우크라이나 지원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취임 전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할지는 말한 적 없지만, 바이든 행정부는 무기들이 우크라이나에 이전되기 전이라면 어떤 단계에서든 트럼프 차기 행정부가 이를 중단시킬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바이든 행정부는 내년 4월 이뤄질 예정이었던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1월로 앞당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현재 우크라이나에 무기와 군수품을 이전하기 위해 국방부가 보유 중인 무기를 인출할 수 있는 권한은 75억달러가 남아있고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제공하기 위해 미국 군수업체에 장비와 시스템을 구매하도록 한 ‘우크라이나 안보 이니셔티브’ 자금도 약 21억달러가 있다.
문제는 우크라이나에 전달한 무기 재고 자체가 많지 않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에게 무기를 전달하는 것은 최소 몇 주에서 몇 달이 걸리며, 특히 미국 공중 방어 능력 등 국방 전체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바이든 행정부는 우크라이나에 제공할 무기를 다른 국가에서 재구매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반도체 기업, 바이든 행정부서 계약 체결 서둘러
블룸버그 통신은 바이든 행정부가 서둘러 삼성전자 등 기업들과 반도체법(Chips Act) 협상을 서두르고 있다고도 전했다. 미국에 투자하는 반도체 기업에 생산보조금 390억달러와 연구개발(R&D) 지원금 132억달러 등을 지원한다는 이 법에 대해 트럼프 당선인은 “너무 나쁘다”라고 지적한 바 있다. 마이크 존슨 공화당 하원 의장은 이 법을 간소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바이든 행정부는 구속력 있는 계약을 체결해 트럼프 차기 행정부가 뒤집지 못하게 하려는 것이다. 미 상무부는 보조금 가운데 90% 이상을 배정했지만 구속력 있는 계약은 한 건만 발표된 상태다. 블룸버그는 “TSMC와 글로벌파운드리를 포함한 일부 회사는 협상을 마무리해 구체적인 보조금 규모가 발표될 예정이며 삼성, 인텔, 마이크론테크놀로지 등은 여전히 계약의 세부사항을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기업들 역시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서기 전 체결을 완료해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재협상에 나서는 것을 피하고자 한다.
1조 2000억달러 규모의 초당적 인프라투자법, 기후변화에 초점을 맞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예산 배정 역시 대부분 끝난 상황이다. 하지만 인프라 자금 약 2880억달러, 인플레이션 감소법 자금 148억 달러가 2025회계연도 또는 그 이후에야 사용할 수 있다. 아울러 반도체법 관련 예산으로 발표된 100억 달러 중에는 2025회계연도와 2026회계연도의 자금이 포함돼 있다.
미국 예산압류통제법은 백악관이 의회에서 이미 책정한 예산을 원천징수하지 못하도록 제한해 남은 돈이 다음 행정부에서 계속 사용될 수 있도록 보장하고 있다. 공화당이 상·하원을 모두 장악한다면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이를 뒤집을 수는 있지만, 이 법안의 수혜를 받는 지역이 공화당 지역구도 상당수 포함한다는 것을 고려할 때 이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CNN은 전망했다.
정다슬 (yamy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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