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넘은 주말집회 … 질서통제 경찰관 폭행, 매장 화장실 난장판
공무집행 방해혐의 11명 체포
매주 보수·진보 맞불집회 고성
시민 휴식처, 투쟁공간 변질돼
인근 상인들 매출 급감에 한숨
외국관광객 "전쟁난듯 무섭다"
◆ 집회에 빼앗긴 광화문 광장 ◆
지난 9일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열린 '책 읽는 서울광장' 행사를 찾은 시민들의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졌다. 가족 단위로 광장을 찾은 시민들은 푹신한 소파와 캠핑의자, 테이블, 소꿉놀이 등 캠핑 분위기가 연출된 도심에서 여유롭게 책을 읽을 것이라는 기대를 안고 있었다. 하지만 광장을 둘러싸고 보수와 진보 진영이 나뉘어 내뿜는 고성이 광장을 지배하면서 시민들의 기대는 처참히 무너졌다. 행사 후반부 광장 무대 위에서 펼쳐진 클래식 연주자들의 공연은 행사장 밖에서 울려 퍼지는 시위대의 소음 탓에 무대 바로 앞에서조차 들리지 않았다.
주말마다 서울 도심 광장이 집회·시위에 참가한 인파로 가득 메워지며 시민들의 피해가 커지고 있다. 현 정권에 반발하는 진보 진영과 정권을 수호하려는 보수 진영이 맞불 집회를 열고 대치를 거듭하는 것은 물론, 이들을 통제하려 현장에 투입된 경찰과는 물리적 충돌을 일으키며 광장을 갈등의 공간으로 변질시키고 있다. 집회·시위의 자유라는 명목하에 광장이 소수 집단의 전유물로 전락하면서 시민들의 휴식과 즐길거리로서의 역할은 상실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서울 덕수궁 대한문 인근에서 민주노총을 주축으로 열린 '전국노동자대회·1차 퇴진 총궐기 대회'에서는 집회 참가자 일부가 경찰관을 폭행하는 등 물리적 충돌을 빚어 11명이 체포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신고되지 않은 도로를 점거하던 중 경찰의 해산명령에 응하지 않고 방패를 든 경찰관과 철제 펜스 등을 밀치고, 경찰차 유리를 손으로 치며 위협했다. 이들은 공무집행방해 혐의 등으로 경찰에 검거돼 남대문경찰서 등으로 연행됐다. 경찰 관계자는 "민주노총이 세종대로 전 차로를 점거하고 경찰관을 폭행하는 등 심각한 불법집회로 변질돼 강한 유감을 표명한다"고 말했다.
이날 서울광장을 중심으로 남북으로 진보·보수 진영이 대립해 대규모 집회를 열면서 아수라장이 펼쳐지기도 했다. 민주노총 집회에 앞서 동화면세점 인근 도로에서는 대한민국바로세우기운동본부, 자유통일당 등 보수 진영에서 현 정권을 옹호하는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민주노총 집회가 시작되자 세력을 과시하려는 듯 고함과 함성을 지르며 광장을 압도했다.
시위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은 한결같았다. 광화문광장을 지나던 한 시민은 '김건희 수호'라는 구호가 수차례 들리자 몸서리를 치며 "제발 좀 그만하라"고 외쳤다. 대만인 제인저우 씨는 "시위 음악이 군가 같아 전쟁 난 것처럼 무섭다"고 했다.
이날 지하철 2호선 시청역과 5호선 광화문역에서 광장으로 이어지는 길은 집회 참가자들에게 가로막혀 사실상 통행을 포기해야 하는 상태였다. 김 모씨(35)는 "오늘 시위가 있는 줄 몰랐다. 길을 다닐 수 있게는 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며 불편함을 토로했다. 프레스센터 앞 공항버스 정류장에서 만난 한 외국인 관광객은 "시간이 한참 지났는데 도대체 버스가 언제 오는 것이냐"며 하소연하기도 했다.
계속되는 대규모 집회에 광화문 인근 상인들도 피로감을 호소했다. 이날 오후 광화문 소재 한 호텔에는 '위험 출입금지'라고 적힌 노란 띠가 둘러져 있었고, 호텔 옆 상가 건물의 출입구는 봉쇄돼 있었다. 집회 참가자들의 무단 침입과 건물 사용을 막기 위함이었다.
3년째 호텔에 근무 중인 호텔리어 A씨(50)는 "2년 전부터 주말 집회가 심해졌고 1년 전부터는 제가 아예 주말마다 호텔 출입구를 지키고 서 있다"며 "출입자를 통제하지 않으면 화장실이 난장판이 되고, 소음으로 호텔 투숙객 불만도 계속돼 매출에도 타격이 있다"고 토로했다.
광화문 인근서 카페를 운영하는 정 모씨는 "주말마다 집회 참가자들이 가게 화장실을 무단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늘었다"며 "대기 손님을 위해 마련한 벤치에 앉아 담배를 피우거나 도시락을 먹는 사람들이 늘어서 의자를 치워버렸다"고 했다. 그는 이어 "손님들이 주말에는 시끄럽다고 찾지 않아 매출이 평일과 비교하면 매우 적다"고 푸념했다.
남대문에서 10년간 카메라 가게를 운영해 온 김대용 씨(59)는 "맞불 집회라 하면서 고성이 오고 가니 도저히 시끄러워서 가게 문을 열어 놓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박동환 기자 / 지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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