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만 첨단산업엔 근무시간 족쇄없어"

최희석 기자(achilleus@mk.co.kr), 추동훈 기자(chu.donghun@mk.co.kr), 류영욱 기자(ryu.youngwook@mk.co.kr) 2024. 11. 10.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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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대표이사 출신인 고동진 국민의힘 의원은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왜 주 52시간 규제가 반도체 등 첨단산업 업계에 치명적인지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고 의원은 "유럽에도 반도체 업체가 많이 있었는데, 이들이 반도체 분야에서 경쟁력을 잃게 된 원인도 따지고 보면 근로시간이 감축된 데 있다"면서 "휴대폰도 3개월 정도는 집중적으로 일을 해야만 개발하는 시간이 나오는데 그게 안 되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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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반도체특별법 11일 발의
'화이트칼라 이그젬프션' 도입
당사자 합의시 주52시간 예외
정부 보조금 지급 근거도 마련

"유럽 반도체가 원래 존재감이 없던 게 아닙니다. 지멘스·인피니언 등 대단한 업체들이 있었는데, 근로시간을 줄이자는 분위기 속에 경쟁력을 잃게 된 겁니다."(고동진 국민의힘 의원)

삼성전자 대표이사 출신인 고동진 국민의힘 의원은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왜 주 52시간 규제가 반도체 등 첨단산업 업계에 치명적인지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고 의원은 "유럽에도 반도체 업체가 많이 있었는데, 이들이 반도체 분야에서 경쟁력을 잃게 된 원인도 따지고 보면 근로시간이 감축된 데 있다"면서 "휴대폰도 3개월 정도는 집중적으로 일을 해야만 개발하는 시간이 나오는데 그게 안 되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정부와 여당이 이번 반도체 특별법에 주 52시간제의 획일적 적용을 배제하는 조항을 넣기로 한 배경이기도 하다.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10일 "일부 직군은 꼭 필요할 때 노사 당사자가 합의하면 주 52시간제를 배제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라면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반도체 특별법을 당론으로 11일 발의한다고 밝혔다.

물론 첨단산업이라고 해도 근로시간 제한을 전면적으로 풀겠다는 취지는 아니다. 따라서 '신상품 또는 신기술 연구개발 업무에 종사하는 자'로 엄격히 제한한다. 연구개발 업무에 종사하더라도 구체적인 소득 기준 등은 대통령령에서 자세히 규율하기로 했다. 일정 소득 이하라면 해당 근로자와 기업이 합의하더라도 52시간 규제를 받아야 한다는 이야기다.

그간 획일적인 근로시간 규제에 대한 지적이 많았던 만큼 정부에서도 전향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다만 주 52시간제 면제 근거를 함께 담은 이번 반도체 특별법을 원내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 순순히 통과시켜줄 것인지는 미지수다.

해외에서는 고소득·전문직군 노동자에 대한 노동규제 예외 제도가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 미국은 '화이트칼라 제외(White Collar Exemption)' 제도를 통해 연 10만7432달러 이상을 버는 고소득 고위관리직·행정직·전문직군에 대해서는 근로시간 규제를 자율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일본도 2018년부터 시행 중인 '고도(高度) 프로페셔널' 제도로 연간 1075만엔 이상을 버는 연구개발자·공인회계사·변호사 등 직군에서 근로시간 규제를 적용받지 않도록 하고 있다. 중국 정보기술(IT) 업계에서는 오전 9시부터 저녁 9시까지 주 6일간 근무하는 996 관행이 만연해 있고, 독일 역시 초과 근무한 전문직군 노동자에 대해 사후적으로 휴가를 보장하거나 추가 근무 수당을 제공하는 근무시간 유연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노사협의로 근로시간 자율화를 보장한 국가도 있다. 대만은 사용자와 노동조합이 협의하면 일정 시간의 초과근무와 수당을 법으로 보장한다. 이러한 제도의 영향으로 TSMC R&D부서에서는 하루 3교대로 쉬지 않고 연구개발이 진행 중이다.

재계 관계자는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고 있는 첨단산업 연구개발 인재들이 근로시간 제약으로 더 나은 성과를 낼 수 없는 상황에 갇혀 있다"며 "특히 보이지 않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반도체 산업 분야에서 경쟁력이 악화된다면 이는 되돌릴 수 없는 기술 격차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여당은 또 반도체 관련 기업에 직접 보조금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을 포함하기로 했다. 삼성 등 대기업뿐 아니라 연구개발을 전문으로 하는 중소·중견기업도 많은데, 이들을 지원해야 생태계가 건강해진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7나노 공정을 테스트하기 위해 한 번 가동하는 데만 약 50억원이 든다는 게 여당 설명이다. 또한 현재 세제 혜택 위주로 정부 보조가 이뤄지고 있어 아직 매출이 발생하지 않은 중소·중견기업에는 실제 혜택이 돌아가지도 않는다는 문제도 있다.

[최희석 기자 / 추동훈 기자 / 류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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