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우선주의에 한국車 '겹악재'···관세 인상땐 수출차질 우려도[트럼프 2.0시대]

세종=서민우 기자 2024. 11. 10.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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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메타플랜트 稅공제 무산
한미 경제협력 상징도 稅혜택 제외
美 국익 앞에 보장된 이익은 없어
'무역적자 대표품목' 車 압박 커질듯
현대차·기아 보편관세땐 부담 늘어
멕시코 공장 고율관세 확대도 촉각
정의선(왼쪽)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 2022년 5월 22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면담한 후 기자회견에 앞서 악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경제]

2022년 5월 한국을 찾은 조 바이든 대통령은 정의선 현대차(005380)그룹 회장을 콕 짚어 만났다. 현대차그룹이 자신의 방한 기간에 맞춰 조지아주에 55억 달러(약 7조 6000억 원)를 투자해 전기차 전용 공장(메타플랜트)를 짓겠다고 발표한 데 대한 감사함을 표시하기 위해서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정 회장과 1대1 회동을 한 직후 기자들 앞에서 “정 회장이 미국을 선택해줘서 정말 고맙다. 절대 실망시키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현대차그룹의 메타플랜트는 한미 경제협력의 상징으로 떠올랐다. 바이든 대통령이 방한 중 기업 총수와 단독 면담을 한 것도 처음이었고 기자 회견이 끝난 후 정 회장의 어깨에 손을 얹고 함께 면담 장소로 이동하는 장면도 이례적이었다.

하지만 메타플랜트를 둘러싼 환경 변화는 미국의 국익 앞에 확정된 이익은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는 평가가 나온다. 현대차그룹은 7조 원이 넘는 돈을 투자했지만 당초 기대했던 4800억 원의 세액공제 혜택이 최종 무산됐다. 미 정부가 한정된 예산을 이유로 바이든 대통령이 ‘생큐’까지 연발했던 공장을 세액공제 대상에서 제외했기 때문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번 프로그램이 중견·중소기업 위주로 선발된 데다 다른 완성차 업체들도 제외돼 큰 문제가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제너럴모터스(5억 달러) △피아트-크라이슬러(5억 8000만 달러) △볼보(2억 달러) 등 글로벌 완성체 업체들은 인플레이션지원법(IRA)의 또 다른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보조금을 받아갔다. 한국 기업만 상대적으로 소외된 셈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트럼프 2기가 출범하면 국내 자동차 업계에 더 거센 폭풍이 휘몰아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기대했던 혜택을 받지 못한 것에 그치지 않고 앞으로는 받고 있는 이익의 일부를 토해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정의선(왼쪽) 현대차그룹 회장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22년 5월 22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뒤 함께 면담 장소로 걸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당장 발등의 불이 떨어진 곳이 전기차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후보 시절 취임과 동시에 바이든 정부의 전기차 전환 정책을 백지화하겠다고 공언했다. 박태곤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트럼프는 집권 1기인 2017년 파리기후협약을 탈퇴하고 자동차 연비 규제를 완화하며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친환경 정책을 후퇴시킨 바 있다”며 “새 정부가 들어서면 IRA의 전기차 보조금 정책을 축소하거나 폐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국내 업체들도 영향권에 있다. 조희승 iM증권 연구원은 “현대차·기아(000270)는 현재 미국에서 상업용 전기차에 대해 대당 7500달러의 IRA 보조금을 받고 있다"며 “보조금이 폐지된다면 기존에 보조금을 받고 있던 상업용 전기차에 대해서도 대당 7500달러의 인센티브를 추가로 지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현대차·기아의 북미 상업용 전기차 비중은 30~50%로 인센티브 상승 압력이 월 300억 원 수준으로 감당할 만한 수준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오히려 HMGMA의 초기 주력 생산 모델이 전기차(아이오닉5·아이오닉9·기아 EV 시리즈)에 집중돼 있는 점이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IRA 보조금 폐지와 친환경차 규제 연기가 맞물릴 경우 신공장의 고정비 부담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이 7조 원을 투입해 미국 조지아주에 건설한 전기차 신공장 메타플랜트는 내년 초 준공식을 가질 예정이다. /연합뉴스

트럼프 2기 출범 후 관세 인상은 국내 자동차 업계에 더 큰 충격을 줄 수 있다. 현재 완성차 업체의 수출에서 북미 지역이 차지하는 비중은 50%를 넘어섰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올 들어 9월 말 기준 현대차·기아·한국GM의 자동차 수출(206만 2739대) 가운데 52.1%(107만 5678대)가 미국으로 향했다. GM은 수출의 약 87.8%, 현대차는 54.7%, 기아는 40.2%를 미국에 수출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자동차는 미국의 대표적인 대한 무역수지 적자 품목으로 떠올랐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올 9월 누적 기준 대미 수출 상위 10개 품목 중 자동차는 부품을 포함해 274억 5500만 달러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트럼프가 공언한 대로 10~20%의 보편 관세를 부과할 경우 완성차 업체들은 영업이익 감소와 같은 줄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현대차·기아의 경우 제네시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같은 고부가가치 차종은 대부분 국내에서 생산돼 관세의 영향이 클 수밖에 없다. iM증권에 따르면 미국이 10~20% 관세를 부과할 경우 현대차와 기아는 분기당 각각 6000억~1조 2000억 원, 3000억~6000억 원의 부담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차는 내년 분기 예상 영업이익(3조 8000억 원)의 15.8~31.6%가, 기아(3조 3000억 원)는 9~18%가 관세 비용으로 사라지는 셈이다.

특히 기아의 경우 현재 멕시코 공장에서 생산된 차량을 전량 북미 지역에 수출하고 있어 사태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멕시코산 자동차에 대해 최대 6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트럼프의 공약은 일단 중국·일본·독일 업체들을 겨냥한 것”이라며 “만약 멕시코에 공장을 둔 모든 업체로 확대될 경우 파장이 클 수 있어 향후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서민우 기자 ingagh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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