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십자각] 아이러니한 개방직 감사기구장 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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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부처를 포함해 모든 행정기관은 개방형 직위로 뽑은 계약직 공무원을 장(長)으로 두는 감사기구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그러나 정부 중앙부처가 개방직으로 정해 공개 모집한 감사관의 절반을 내부 출신으로 채운 것으로 알려지면서 개방직 공모 취지와 역행한 인사 관행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까지 중앙부처 18곳이 개방형 직위(민간 또는 공무원)로 공모한 감사관 자리에 민간 출신을 감사관으로 채용한 부처는 한 곳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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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부처를 포함해 모든 행정기관은 개방형 직위로 뽑은 계약직 공무원을 장(長)으로 두는 감사기구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2010년부터 시행된 개방형 감사기구장 제도(공공감사에 관한 법률) 도입에 따른 조치다.
그러나 정부 중앙부처가 개방직으로 정해 공개 모집한 감사관의 절반을 내부 출신으로 채운 것으로 알려지면서 개방직 공모 취지와 역행한 인사 관행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까지 중앙부처 18곳이 개방형 직위(민간 또는 공무원)로 공모한 감사관 자리에 민간 출신을 감사관으로 채용한 부처는 한 곳도 없다. 기획재정부·교육부·보건복지부·산업통상자원부·국토교통부 등 절반 가량도 감사관을 부처 내부 출신으로 임용하고 있다.
개방직 공무원 제도는 인사혁신처 중앙선발심사위원회 주관으로 서류·면접 심사를 걸쳐 최종 선발한다. 심사도 비공개로 진행된다. 다만 중앙선발심사위원회가 선발한 1~3순위 후보들을 부처에서 거부할 수도 있다. 문제는 바로 여기 있다. 부처 입맛에 따라 내부 출신을 채용할 수 있는 여건이 법적으로 보장된 것이다.
이처럼 개방형 감사기구장의 선발 절차는 투명한 절차로 진행돼야 하고 이 과정이 불합리하게 처리되면 이를 지적하고 개선하도록 하는 게 감사원 임무다. 감사원은 홈페이지에 공공감사에 관한 법률 시행을 소개하면서 자체 감사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강화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감사원 출신을 감사관으로 채용하는 중앙부처도 있어 이해충돌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게다가 2010년 공공감사법 제정을 추진한 부처도 감사원이다. 감사원 직원은 사직서를 내고 다른 부처 감사관으로 나갔다가 감사원으로 복귀하고 있어 감사원 스스로도 ‘밥그릇 챙기기’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게 현실이다. 감사원 관계자는 “다른 부처 감사관 임기를 만료한 직원은 ‘공무원임용시험령’ 특례에 따라 복귀를 보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외교부·행정안전부·문화체육관광부 등 중앙부처 5곳의 감사관은 감사원 현직 국장급이 차지하고 있다. 검사 출신이 갔던 방위사업청과 국군방첩사령부 등의 특수한 기관 감사관 자리도 현 정부에서는 감사원 출신이 가고 있다.
물론 국가 최고 감사 기구인 감사원만큼 감사 분야에 전문성을 가진 부처는 없다. 이 때문에 감사원 출신이 중앙부처 감사관으로 가는 걸 색안경을 끼고 보기에는 오히려 편향된 시각일 수 있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정부부처 일각에서는 민간 전문가를 감사관으로 채용하려고 해도 쉽지 않다는 시각도 많다. 감사관 자리에 지원할 만한 경력을 가진 뛰어난 민간 전문가가 굳이 민간 보다 훨씬 적은 현 공무원 급여와 처우에 대해 만족할 지 못하는 게 당연한 사실인데 제도 취지대로 우수한 민간 인재를 채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주장이다.
결국에는 개방직에 대한 보상을 대폭 강화하는 방법 밖에 없다. 그러나 재정당국의 예산 지원이 따라가지 못하는 게 현실인 만큼 이를 최우선적으로 개선하는 게 가장 빠른 해결책이 될 수 있다.
아울러 개방직 감사기구장에 대한 선발심사 과정을 더욱 투명하도록 강화하고 전부 공개하면 된다. 이를 준용할 경우 내부 출신이든 감사원 출신이든 큰 문제가 될 수 없을 것이다.
이현호 기자 hhlee@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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