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 헌재재판관 … 국제그룹 해체 위헌 결정 이끌어

이시윤 전 감사원장 별세
헌재 이론적 기틀 확립에 기여
국가보안법 남용 제동 걸기도
민사소송법 국내 최고 권위자

민사소송법의 대가이자 우리나라 헌법재판소의 기틀을 마련한 이시윤 전 감사원장이 지난 9일 별세했다. 향년 89세.

이 전 감사원장은 이날 낮 12시 40분께 서울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에서 세상을 떠났다. 이 전 감사원장은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1958년 제10회 고등고시 사법과에 합격한 직후에 법관의 길 대신 서울대 등에서 6년 동안 교수로 일했다.

당시 제자로는 1965년 서울대 법대에 수석 합격한 조영래 변호사 등이 있었다. 이후 법관 생활을 시작한 그는 서울고법 부장판사와 수원지법원장 등을 역임했다. 1988~1993년 헌재에서 초대 헌법재판관으로 활동했으며, 1993~1997년 제16대 감사원장을 지냈다.

이 전 감사원장은 민법과 민사소송법의 국내 최고 권위자로 초기 헌재의 이론적 기틀을 세우는 데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1988년 이일규 대법원장 지명으로 초대 헌재 재판관에 임명된 그는 재임 중 전두환 당시 대통령과 국제그룹을 둘러싼 '국제그룹 해체 사건 주심'을 맡아 그룹에 대한 강제 해체 작업은 위헌이라는 결정을 이끌었다.

또 국가보안법 제7조 제1항에 대한 '한정 합헌' 결정을 통해 국가보안법 남용에 제동을 거는 등 헌재의 이론적 기틀을 마련하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민사소송법 분야 권위자로 이 전 감사원장이 1982년 펴낸 민사소송법 교과서는 법학도들의 필독서로 꼽혔다. 그는 민사소송법에 신의성실의 원칙을 도입하는 등 민사소송제도 발전에도 공헌했다. 감사원장 시절인 1995년엔 매일경제와 인터뷰하면서 부실 시공과 관련된 비리만큼은 철저히 뿌리 뽑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고인의 유족으로는 아들 이광득(광탄고 교장)·이항득 씨(사업)와 며느리 김자호·이선영 씨, 손녀 이지원 씨(초등교사), 손녀사위 류성주 씨(서강대 교수) 등이 있다. 빈소는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에 마련됐고, 발인은 12일 오전 7시 40분이다. 장지는 경기 안산 와동 선영이다.

[박민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