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영우의 스톡피시] 트럼프에 노출된 한국 경제의 민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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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발 태풍'이 태평양 건너 불어닥치고 있다.
그 앞에 선 한국 경제의 민낯이 어느 때보다 초라해 보인다.
트럼프발 태풍에 수출이 타격을 입을 것이 불 보듯 뻔한 가운데 내수 침체가 가세하면 경제는 미로 속에 빠진다.
트럼프 1기 때는 많은 나라들이 그가 내놓은 '괴짜 정책'은 그의 임기가 끝나면 바뀔 것으로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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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발 태풍'이 태평양 건너 불어닥치고 있다. 그 앞에 선 한국 경제의 민낯이 어느 때보다 초라해 보인다. 몇 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무역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가장 주목하는 분야다. 무역협회 통계를 보면 2023년 우리나라 무역수지는 103억달러 적자였다. 이 와중에 미국에 대해서는 444억달러 흑자를 내며 흑자 규모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올해도 9월까지 대미 무역수지 흑자는 399억달러로 우리나라 전체 무역흑자(368억달러)보다 더 많다. 우리 무역 구조가 원래 이랬던 것은 아니다. 트럼프 1기 때인 2019년 우리나라 대미 무역흑자는 115억달러로 중국(290억달러)의 절반도 안 됐다.
대미 무역흑자는 지난 5년간 4배나 늘어 증가율이 세계 최고다. 미국에 물건을 팔아 돈 버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는 트럼프가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까. 대미 무역흑자는 바이든 정부에는 훈장이지만 트럼프 앞에서는 주홍글씨다.
경제 안보로 눈을 돌려도 상황은 녹록지 않다. 북한은 러시아와 밀착하고 중국과 대만 간 긴장은 고조되고 있다.
모두가 동북아 안보 위험을 키우는 요인이다. 트럼프 당선자는 다른 나라 안보를 위해 미국이 개입하는 것에 무척이나 인색하다. 미국의 안보 우산을 쓰려면 막대한 돈을 내놓으라는 것이다.
한국에는 이미 '현금인출기'라는 별명도 붙였다. 동맹보다 돈을 중시하는 트럼프의 압력은 여러 경로로 거세질 것이 뻔한데 주변에 우리의 우군은 보이지 않는다.
안보 불안은 고스란히 경제 불안으로 이어진다. 동맹을 통해 국제 문제를 해결한 바이든 정부와 전혀 다른 판이 예상된다. '경제를 위한 안보'가 '안보를 위한 경제'로 바뀔 수도 있다.
'트럼프 트레이드'와 관련한 약한 고리도 발견된다. 트럼프 당선 가능성이 높아지자 10월 이후 미국에서는 고금리·강달러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트럼프가 집권하면 세금을 깎고 재정 지출을 늘려 금리가 오를 것이란 기대다.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10월 이후 0.6%포인트 올랐고 달러인덱스를 기준으로 한 달러 값은 4% 상승했다. 같은 기간 우리나라 국채 10년물은 0.12%포인트 오르는 데 그쳤다.
한미 간 시장금리 차이는 환율에 반영된다. 10월 초 1320원이었던 원·달러 환율은 1400원을 오르내린다. 경제 위기 때나 경험할 수 있었던 1400원 환율이 일상화되고 있다.
환율이 오르면 한국은행이 내수를 살리기 위해 기준금리를 내리기는 더 어려워진다. 트럼프발 태풍에 수출이 타격을 입을 것이 불 보듯 뻔한 가운데 내수 침체가 가세하면 경제는 미로 속에 빠진다.
트럼프 1기 때는 많은 나라들이 그가 내놓은 '괴짜 정책'은 그의 임기가 끝나면 바뀔 것으로 봤다. 하지만 이번엔 다르다. 미국 공화당이 의회까지 장악해 트럼프의 정책은 법의 뒷받침을 받는다.
정책은 정권이 바뀌면 달라지지만 법은 정책보다 훨씬 오래간다. 여기에 트럼프가 내세운 '아메리카 퍼스트'라는 고립주의는 미국인들의 뇌리에 또렷하게 박혔다. 사람들의 생각 변화는 법을 바꾸는 것보다 더 어렵다.
트럼프로 상징되는 '트럼피즘'이 최소 20~30년은 더 갈 전망이다. 민낯이 드러난 한국 경제가 겪을 위험이 더 커 보이는 이유다.
[노영우 국제경제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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