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월요일] 밤차의 시간

김유태 기자(ink@mk.co.kr) 2024. 11. 10.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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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서 보면 타인은 개념이 되지 못한다.

그들은 먼 곳에 있고, 나는 여기에 있다.

원경에서는 가능성마저 줄어들어 남을 들여다보는 일은 언제나 실패한다.

그래서 우리는 타인에게 손 내밀기를 주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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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차를 타고 가면서 보면

붉고 푸른빛으로 얼룩진

어둠이 덮은 산동네는 아름답다

밤차를 타고 모두들

그 아름다움에 취해 간다

어둠을 한겹만 들추면 있는

고달픈 삶에 대해서는

아무도 알려 하지 않는다

괴로움 속에 뒤엉켜 있는

사람들의 깊은 말도 모두 잊었다

밤차를 타고 어둠이 덮은

아름다운 산동네에 그냥 취해 간다

-신경림 '밤차를 타고 가면서' 부분

멀리서 보면 타인은 개념이 되지 못한다. 그들은 먼 곳에 있고, 나는 여기에 있다. 원경에서는 가능성마저 줄어들어 남을 들여다보는 일은 언제나 실패한다. 고통을 인식하지 못하고 수고를 알아채지 못한다는 것, 해독되지도 발굴되지도 못하는 누군가의 표정을 읽지 못한다는 것은 우리 삶에서 때로 비극이다. 밤차의 유리는 한 겹이지만 그건 그저 한 겹만이 아니다. 그래서 우리는 타인에게 손 내밀기를 주저한다. 사람들 사이에는 섬뿐만 아니라 억겁의 시간이 놓여 있다.

[김유태 문화스포츠부 기자(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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