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중은 계약 하루 전 미용실에 갔다···10년 만의 FA, 초심으로 돌아간 롯데 마무리
김원중(31)은 지난 9일 미용실에 갔다. 길었던 머리카락을 싹둑 자르고 단정하게 정리했다.
마무리를 맡은 2020년부터 머리카락을 길러 ‘장발 클로저’로 불린 김원중은 한 차례 머리카락을 자르고 기부도 했지만 이후 다시 길러 수년 간 리그 최장발 투수로 불려왔다.
언젠가 “여성들이 위대하다고 느낀다. 너무 자르고 싶다”고 무더위 속 힘겨움을 털어놨던 김원중은 데뷔후 첫 자유계약선수(FA) 계약을 앞두고 드디어 머리카락을 잘랐다. 어쩌다보니 상징이 되어 헤어지지 못하던 머리카락과 작별하고 대신 롯데에 남기로 했다. 입단 초기처럼 짧게 커트한 머리로 ‘초심’을 다졌고, 10일 사직구장의 사무실로 찾아가 사인을 했다.
김원중은 10일 롯데와 4년 최대 54억원에 FA 계약을 체결했다. 보장액이 44억원이고 옵션 10억원이 더해졌다.
역대 불펜 투수 FA 중 세번째로 많은 금액이다. 2016년 정우람이 SK에서 한화로 이적하면서 계약했던 4년 84억원, 올해 김재윤이 KT에서 삼성으로 이적하며 했던 4년 58억원에 이어 불펜 투수 FA 중 가장 큰 규모의 계약을 맺었다.
2012년 1라운드 5순위로 지명돼 롯데 입단한 뒤 2015년 1군 데뷔한 김원중은 선발로 뛰면서는 좀처럼 자리를 잡지 못했으나 불펜으로 이동하면서 기량을 꽃피웠다. 2020년부터 마무리를 맡았고, 롯데가 가을야구에 가지 못하는 가운데서도 두 차례 30세이브 이상 기록하며 리그 마무리 경쟁을 이끌었다. 올해도 25세이브(3승6패)를 거둬들였다. 평균자책은 3.55를 기록했다.
마무리 5년 동안 통산 132세이브를 기록한 김원중은 롯데 구단 역대 최초의 100세이브 마무리다. 수준급 마무리로서 FA 자격을 얻어 이번 시장에서 불펜 최대어로 평가받았던 김원중을 롯데는 잔류시켰다. 마무리로서 기여도도 있지만 팀의 스타플레이어로서 가치도 높이 산 롯데는 마무리를 붙잡는 데 성공했다. 데뷔 10년을 채우고, 입단 13년 만에야 FA가 된 김원중은 사직구장에 남는다.
타 구단의 제의도 있었지만 김원중은 롯데 잔류를 최우선으로 두고 협상해왔다. FA 시장이 열린 뒤 3차례 만났고 그 외에도 전화 통화로 교감을 하면서 조건을 맞춰왔다. 최근 며칠 동안 계약조건을 최종 조율했고, 김원중은 정말 열심히 해보겠다는 의지를 보이기 위해 계약 하루 전 이발을 했고 사인을 했다.
김원중은 “시즌 초부터 구단과 교감했다. 롯데 외에 다른 구단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간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초심으로 돌아가 책임감을 갖고 팀 성장에 기여하는 선수가 되겠다”고 말했다.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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