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두글자 말 못 해서…” 정부 비판수위 바짝 올렸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말인 9일 서울 숭례문 인근에서 당이 주최한 ‘김건희·윤석열 국정농단 규탄·특검 촉구 제2차 국민행동의 날’ 모두발언에서 이 같이 말하며 “그들이 스스로 국민에게 복종하지 않는다면 우리가 함께 손을 잡고 그들을 우리 앞에 무릎 꿇게 만들어 보자”고 했다.
지난주에 이어 2주 연속 장외집회에 참석한 이 대표는 “저도 죽을 힘을 다해 여러분과 함께 하겠다”며 정권을 향한 공세 수위를 더 끌어올렸다.
● 李 “전쟁을 못해 장이 뒤집어졌나”
이 대표는 이날 정부 예산과 민생 경제 위기 등을 조목조목 지적하며 문제 삼았다. 그는 “그들이 흥청망청 어디에 쓰는지도 알 수 없는 ‘특활비’니 ‘특경비’니 ‘해외 출장비’니, 그게 모두 우리가 피땀 흘려 번 돈에서 낸 세금”이라며 “여러분은 이 상태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타당하고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냐”고 했다.
정부의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가능성과 관련해서도 “전쟁을 못해서 장이 뒤집어진 것이냐”며 “두 글자로 된 말을 차마 할 수 없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만, 전쟁의 위협이 조금이라도 올라가면 대한민국 경제가 타격을 입고 우리 국민들의 삶이 위태로워진다”고 반발했다. 이 대표가 언급한 ‘두 글자’가 ‘탄핵’이 아니냐는 해석이 이어지자 민주당 관계자는 뒤늦게 “이 대표가 말한 ‘두 글자’는 탄핵이 아닌 ‘환장(換腸)’”이라고 수습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장외집회에 대한 경찰 통제에 대해서도 날을 세웠다. 그는 “제가 바라본 지금 경찰의 모습은 국민들을 감시하고, 모이지 못하게 방해하고, 어떻게든지 숫자를 줄이려는 권력의 주구처럼 보인다”고 했다. 민주당은 이날 집회에 약 20만 명이 모였다고 밝혔는데, 경찰은 민주당 집회에 앞서 같은 장소에서 진행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이 주도한 집회 등에 참석한 인원까지 모두 합쳐 2만5000명 정도인 것으로 추산했다. 전주에도 민주당은 30만 명, 경찰은 2만 명 정도 모인 것으로 각각 다르게 추산했는데 이에 대한 불만을 드러낸 것.
민노총 등이 참여한 ‘윤석열정권퇴진운동본부’는 이날 시청역과 숭례문 일대에서 집회를 열었고, 시민단체 촛불승리전환행동도 비슷한 시각 촛불집회를 열고 “윤석열을 탄핵하라”는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 과정에서 경찰과 물리적 충돌도 발생했다. 경찰은 윤석열정권퇴진운동본부 소속 집회 참가자 11명을 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현행범 체포해 조사 중이다. 이들은 집회 시작에 앞서 경찰이 설치한 철제 펜스를 밀면서 언쟁을 벌이다 경찰을 폭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 與 ‘특감’ 추진에 野 “특검이 먼저”
민주당은 집회 다음날인 10일에도 공세를 이어갔다. 한민수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은 국민의 분노에 찬 함성이 들리지 않나”라며 “ 윤 대통령이 계속 오만과 불통을 지속한다면, 광장의 촛불은 더욱 거세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14일 본회의를 앞두고 여당을 향해 ‘김건희 특검법’ 수용도 촉구했다. 민주당 강유정 원내대변인은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더 늦기 전에 분노에 찬 국민 목소리를 똑바로 듣고 김건희 특검법을 수용하라”며 “김건희 제국의 일등 공신이자 집권 여당의 대표로서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전격 수용해 실정의 책임을 지라”고 했다.
국민의힘은 14일 본회의에 앞서 의원총회를 열고 한 대표가 요구한 특별감찰관 후보 추천 등에 대한 의견을 모을 예정이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특검 수용에 대해 입장을 밝힌다면 특별감찰관 여야 협의 절차를 논의해보겠다”고 특검이 우선이라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민주당은 16일에도 세 번째 장외집회를 연다.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1심 판결 다음날 열리는 집회로,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등 야5당이 공동 주최할 예정이다.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최원영 기자 o0@donga.com
임재혁 기자 heok@donga.com
Copyright © 동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실언 구설수’ 임현택 의협회장, 취임 6개월만에 탄핵
- 尹, 트럼프2기 앞두고 “금융-통상-산업 회의체 즉시 가동하라”
- 이재명 “권력남용한 그들 무릎 꿇게 만들자” 2주 연속 장외집회
- 한동훈 “민주, 판사 겁박 무력시위…이재명 무죄라면 재판 생중계”
- TSMC “중국에 AI용 반도체 공급 중단한다”
- 국조실, 이기흥 체육회장 수사의뢰…자녀 친구 부정채용 의혹
- 트럼프 당선 이끈 ‘이대남’ 전략…18세 막내아들 배런이 이끌었다
- “77층 재건축” vs “시민 위압감” 압구정현대 재건축 갈등
- 드론으로 국정원 촬영한 중국인 관광객 현행범 체포
- 이영애, 사할린 귀국 동포-독립운동가 후손 돕기에 2000만원 기부[동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