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사대부의 삶과 철학…‘巖巖汪汪:만 길 벽, 천 이랑 바다’

김보람 기자 2024. 11. 10.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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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지역 명문가들이 보관해 온 초상화와 복식 유물로 조선 사대부의 삶과 철학을 살펴보는 전시가 마련됐다.

이번 전시는 도박물관이 종합박물관으로서의 입지를 다지고, 초상화와 복식 유물의 연구와 전시에 특화된 박물관으로 새롭게 도약하기 위해 기획됐다.

이동국 경기도박물관장은 "이번 전시는 기증된 유물 속에 담긴 조선 사대부들의 학문적 열정과 철학을 조명한다"며 "관람객이 유물에 담긴 깊은 의미와 기증의 가치를 되새길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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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지역 명문가들이 보관해 온 초상화·복식 유물…조선 사대부의 삶과 철학 살펴
촉각 전시물과 수어 영상, 음성 해설 등 활용한 무장애 전시
김확의 무덤에서 나온 ‘심의’, 17세기. 경기도박물관 제공


경기지역 명문가들이 보관해 온 초상화와 복식 유물로 조선 사대부의 삶과 철학을 살펴보는 전시가 마련됐다.

경기문화재단 경기도박물관은 보물 2점을 포함한 10여점의 기증품을 소개하는 상설전 ‘巖巖汪汪:만 길 벽, 천 이랑 바다’를 지난 7일 개막했다. 이번 전시는 도박물관이 종합박물관으로서의 입지를 다지고, 초상화와 복식 유물의 연구와 전시에 특화된 박물관으로 새롭게 도약하기 위해 기획됐다.

전시 제목인 ‘巖巖汪汪(암암왕왕)’은 조선 후기 학자 홍직필이 우암 송시열의 초상화를 묘사한 글에서 유래했다. 학자 홍직필이 송시열의 학문적 깊이와 인격에 대해 ‘만 길 벽처럼 드높고 천 이랑 바다처럼 드넓다’고 표현한 것이다. 선인을 기리는 이 같은 마음을 통해 경기사대부들이 추구한 학문과 철학의 고결한 깊이를 엿볼 수 있다.

전 이명기, ‘송시열 초상’, 19세기 초. 경기도박물관 제공

전시는 2부로 구성된다. 1부에서는 조선 후기 성리학자인 송시열의 초상화를 중심으로 그의 후계자인 홍직필의 기증품을 통해 경기사대부의 학문과 삶을 조명한다.

홍직필은 조선 사상사에서 중요한 ‘호락논쟁’과 관련된 낙론 학파의 인물이다. 이번 전시는 그와 송시열 사이의 학문적 연계를 탐구해 조선시대 성리학자들이 현실을 인식하고 사유한 방식을 살펴볼 수 있다.

2부에서는 경기지역 명문가들의 기증 유물을 통해 경기사대부의 철학과 삶을 돌아본다. 성재 허전의 초상, 김확의 무덤에서 출토된 심의, 유한갈의 지석 등이 주요 유물이다.

‘허전 초상’, 19세기, 보물. 경기도박물관 제공

성재 허전의 초상화는 그의 학문적 업적과 인품을 담은 작품으로, 조선 후기 사대부 초상을 대표하는 작품으로 의미가 있다.

심의는 사대부의 일상복으로 각 부분이 하늘과 땅을 의미하는데, 이를 모두 모아 하나의 우주가 된다. 김확의 심의는 조선 사대부들의 복식 문화와 정신을 보여주는 중요한 자료다. 특히 유한갈의 지석은 사대부의 생애와 죽음에 대한 철학을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게 한다.

더욱이 이번 전시는 촉각 전시물과 수어 영상, 음성 해설 등을 활용한 무장애 전시로 이뤄졌다. 도박물관은 장애인 단체를 대상으로 전시를 관람하고 나만의 방식으로 작품을 해석해 보는 ‘박물관 유물 속 나’ 프로그램도 진행할 예정이다.

이동국 경기도박물관장은 “이번 전시는 기증된 유물 속에 담긴 조선 사대부들의 학문적 열정과 철학을 조명한다”며 “관람객이 유물에 담긴 깊은 의미와 기증의 가치를 되새길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보람 기자 kbr13@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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