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 트럼프 통상압력 대비해 미국산 가스·원유 수입 확대하나
한국 정부가 도널드 트럼프 2기 정부 출범을 앞두고 공공·민간 부문에서 미국산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 등 에너지 수입 확대를 위한 실행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의 대미 무역수지 흑자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가운데 트럼프 2기 정부가 통상 압력을 가할 가능성에 대비하는 차원이다.
10일 정치권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트럼프 2기 정부 출범을 앞두고 미국산 에너지 수입 확대 방안을 구체적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대선 후보 시절부터 미국의 무역적자 해소를 강조해온 트럼프 당선인이 미국산 제품 수입을 늘리라는 압박을 가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미국산 에너지 수입 확대라는 선제 조치로 더 큰 통상 압력을 막아보려는 취지로 풀이된다.
한국은 현재 미국의 8대 무역 적자국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대미 무역수지 흑자는 지난해 444억달러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올해는 1∼9월까지 399억달러를 기록해 최대 기록 경신이 유력하다.
한국의 미국산 에너지 수입 확대는 트럼프 당선인의 핵심 경제 공약인 ‘화석 경제 부활’을 뒷받침한다는 측면에서 트럼프 2기 정부로부터 환영받을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선거 기간 “에너지 강국이 돼 큰돈을 벌어들일 것”이라고 공언했다.
앞서 한국은 트럼프 1기 정부 시절에도 미국산 에너지 수입 확대 조치에 나선 바 있다. 트럼프 1기 정부 출범 직전인 2016년 미국산 원유와 가스 수입 비중은 각각 1% 미만에 불과했다. 트럼프 1기 정부를 거치며 미국산 원유·가스 도입 비중이 각각 10%대 수준으로 늘었다.
업계에서는 한국가스공사가 미국산 가스 구매를 확대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한국은 중국, 일본에 이어 세계 액화천연가스(LNG) 3위 수입국으로 호주, 카타르, 미국 등 주요 가스 수출국들에 중요한 고객으로 통한다.
특히 가스공사는 현재 카타르, 오만과의 연간 총 898만t 규모의 장기 계약을 종료한다. 내년부터 이를 대체하는 장기 계약 물량은 358만t 규모가 되면서 기존 장기 계약 대비 540만t이 줄어든다. 가스공사는 이렇게 감소한 장기 계약분 중 400여만t은 3∼15년 기간의 단기·주기 계약으로 채우는 방안을 검토 중인데 미국산 가스를 도입할 가능성이 있다. 가스공사가 2028년 이후 도입하기 위해 현재 진행 중인 추가 장기계약 입찰에서 미국산 가스 도입을 결정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미국산 에너지 수입 확대 검토에 대해 “공식적으로 트럼프 당선인이 한국에 뭘 요구한 것도 아닌데 우리가 이렇다 저렇다 할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국가전략인 만큼 검토 여부에 대해서도 공개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앞서 블룸버그통신은 지난 4일(현지시간) 익명의 소식통들을 인용해 한국 정부 당국자들이 트럼프가 승리해 무역상대국들에 압력을 넣으면 미국산 에너지 구매를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당국자들은 최근 몇 주간 미국 대선 이후 전략을 논의하기 위해 기업, 연구소들과 회의를 해왔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이진주 기자 jinj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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