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CL QD TV 공정위 제소…파장 어디까지
한솔케미칼이 중국 TCL을 표시광고법 위반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하면서 여파에 대한 관심이 쏠린다. 공정위 판단에 따라 한국 시장 공략을 본격화하고 있는 중국 TV 업체의 행보에 제동이 걸릴 수 있고, 그간 수면 아래에 가려져 있던 QD TV 기준도 마련될 수 있어서다.
◇ 공정위 조사 주목
한솔케미칼의 제소 이유는 TCL이 퀀텀닷(QD)이 없는 제품을 QD TV로 팔아 허위 광고를 했다는 것이다. 시장조사 차원에서 TCL QD TV를 분석했는데, QD 핵심 원료인 카드뮴과 인듐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공정위는 자체적으로 인지하거나 신고가 접수된 사건에 대해 검토 후 착수 여부를 결정한다. 한솔케미칼이 제기한 내용에서 법 위반 혐의가 있다고 판단하면 TCL 측에 자료를 요청하거나 직접 방문을 통해 조사를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솔케미칼은 지난주께 공정위에 TCL을 신고한 상태기 때문에 공정위는 아직 조사에는 착수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만약 공정위 조사에서 이같은 한솔 주장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에는 행정처분이 내려질 수 있다. 경고, 시정명령, 과태료, 과징금 등이다. 시정명령에는 위반행위(표시·광고) 중지, 시정명령을 받은 사실 공표, 정정광고 등이 있다. 과징금은 관련 매출액의 2% 이내 범위에서 부과될 수 있다. 형사처벌은 2년 이하 징역이나 1억5000만원 이하 벌금 처분이 내려질 수 있지만 형사처벌까지 가는 경우는 많지 않다.
한솔케미칼 주장대로 TCL QD TV에 QD가 없는 것으로 결론 난다면 TCL은 단순 과태료나 과징금 이상의 타격이 예상된다. 브랜드 이미지와 제품 및 기업 신뢰에 직결될 수 있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TCL은 중국을 대표하는 TV메이커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TCL은 지난해 TV 출하량 기준 삼성전자, 중국 하이센스와 글로벌 톱3에 올랐다.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한 TCL이, 그것도 프리미엄 TV에 소비자들을 속여 허위 판매를 했다는 점이 드러나면 치명타다.
이는 지난해 법인을 설립하며 본격 진출한 한국 시장에서 뿐만 아니라 미국이나 유럽 등으로도 번질 수 있는 문제여서 귀추가 주목된다.
실제로 TCL은 해외 미칠 파장에 민감한 모습을 보였다. 지난 9월 전자신문 보도로 QD 논란이 알려지고, 한 미국 매체가 전자신문을 인용 보도하자 “논란이 제기된 것은 미국 기반 모델이 아니다”며 해명에 나선 바 있다.
반대로 공정위 조사에서 TCL 주장이 입증되면 반전의 기회가 될 수 있다. 공정위라는 한국의 국가 기관을 통해 기술을 검증 받은 셈이기 때문이다. 한국 시장에서의 입지는 물론 해외에서도 브랜드를 더 알릴 계기가 된다.
다만 TCL은 그동안 카드뮴을 사용해 QD TV를 만들었다고 밝혔기 때문에 이를 적극적으로 알리거나 마케팅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 있다. 카드뮴은 인체에 치명적인 중금속이다.
◇ QD TV 기준 마련 계기될까
그동안 QD TV는 프리미엄 TV라는 인식이 자리잡고 있었다. TV 메이커들이 저마다 QD를 써서 고화질을 구현했다고 판촉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가격도 고가로 책정돼 있다.
문제는 소비자들이 정말 QD가 정말 적용됐는지, 쓰였다면 얼마가 사용됐는지 전혀 알길이 없다는 점이다. 제조사들이 정보를 공개하지도 않을 뿐더러 제공하는 정보 역시 일방적으로 수용해야만 하는 구조다. QD가 많거나 적은지, 이에 따라 화질이 좋아졌는지 나빠졌는지 QD에 대한 공인 기준이 없고, 이를 검증하는 기관도 없다.
TCL은 QD 사용 여부를 묻는 전자신문 질의에 실험 자료를 제시하며 카드뮴으로 QD를 구현했다고 해명했다. 사실일 경우 QD를 적용한 것은 맞지만 이는 인체 유해한 중금속을 썼다는 얘기로, 이 역시 그동안 소비자들이 알 수 없는 내용이었다.
한 디스플레이 전문가는 “QD를 만들려면 카드뮴이나 인듐 중 하나는 반드시 들어가야 하는데, 카드뮴이 효율이 좋은 반면에 환경 문제를 안고 있다”며 “때문에 카드뮴 대신 인듐 계열 QD를 활용하는 쪽으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디스플레이 업계에서는 QD 성분, 함량, 성능 등에 대한 기준을 마련하자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업체 관계자는 “제조사들과 학계, 연구계 등이 모여 QD 제품에 대한 기준을 만들면 된다”며 “제조사 입장에서는 QD를 제대로 알릴 수도 있고, 소비자도 사용 여부를 확인하기가 쉬워진다”고 말했다.
김영호 기자 lloydmind@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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